미리 들어본 에스파 새 음반, 쇠맛에 신맛까지 중독성 있네
[김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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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파 (왼쪽부터 지젤, 카리나, 윈터, 닝닝) |
| ⓒ SM엔터테인먼트 |
정식 음원 발매에 앞서 지난 26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국내 음악 평론가들을 초청해 이번 신작을 미리 들어볼 수 있는 청음회를 개최했다. 필자 역시 이 행사에 참석해 <Lemonade>의 전곡을 먼저 접할 수 있었다.
선공개곡 'WDA'(Whole Different Animal)와 타이틀곡 'Lemonade' 등 총 11개 트랙이 수록된 이번 정규 2집 소개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음반 기획 및 곡 수집 작업 등에 참여한 이성수 SM 엔터테인먼트 CAO(최고 A&R책임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가장 에스파다운, 에스파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표현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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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파 (왼쪽부터 윈터, 지젤, 닝닝, 카리나) |
| ⓒ SM엔터테인먼트 |
이성수 CAO는 2020년 데뷔 이래 에스파가 걸어온 길을 총 3개의 시즌으로 요약했다. 2020~2022년에 걸친 이른바 '시즌 1'에선 'Black Mamba', 'Next Level', 'Savage'를 통해 강렬한 SMP(SM Music Performance)의 원형을 보여주고, 'Girls'로 가상 세계의 서사를 마무리했다.
2023년 SM 내부의 격동기 속에 시작된 '시즌 2'는 'Spicy', 'Drama'를 기점으로 현실 세계에서의 교감과 멀티버스 개념을 접목한 자아 확장을 이뤄냈다. 'Supernova', 'Whiplash', 'Rich Man'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히트곡을 통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리고 정규 2집이 내세우는 '시즌 3'의 핵심 키워드 'COMPLæXITY'를 앞세워, 에스파는 단순히 위기에 반응하는 존재를 넘어 스스로 선택하고 결과를 감당하는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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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파 |
| ⓒ SM엔터테인먼트 |
지드래곤의 피처링으로 화제가 된 선공개곡 'WDA'에선 폭주하는 데이터와 기억이 뒤섞여 변이된 자아를 어두운 분위기의 크리처 형태로 시각화했다. 위험이 극도로 최고조에 달한 폭풍 전야 같은 어두운 분위기를 힙합 톤 사운드와 결합시킨 덕분에 음반의 주제를 훨씬 강력하게 전달한다.
이에 반해 애시드 테크노 장르를 표방한 타이틀곡 'Lemonade'는 '삶이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라는 속담에서 비롯된 모티브를 시청각적 요소를 총동원해 은유적으로 묘사한다. 이미 시즌 1부터 온갖 시련을 극복해 온 에스파는 이제 혼란에 대한 강한 내성을 갖췄다.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뻔뻔할 정도의 여유와 초월적인 캐릭터성을 위트 넘치게 표현했다. 'WDA'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극적인 전환을 정교하게 이뤄냈다. 이를 두고 에스파 멤버들은 "그동안 '쇠맛'이라는 표현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번엔 '신맛'으로 돌아왔다. 올 여름을 청량하게 책임질 것"(29일 기자간담회)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신곡의 성격을 설득력 있게 요약한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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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파 (맨 위부터 카리나, 닝닝) |
| ⓒ SM엔터테인먼트 |
이번 2집에서 주목할 사항은 멤버들의 보컬을 지나치게 보정하기보다 생생하고 건조한 질감으로 살려낸 믹싱 방식이다. 이를 통해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 각각의 개성 넘치는 음색 차이가 훨씬 선명하게 드러나는 등 사운드 면에서도 흥미진진한 실험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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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파 (맨 위부터 지젤, 윈터) |
| ⓒ SM엔터테인먼트 |
정규 2집 <Lemonade>는 분명 유행을 안전하게 따라가는 음반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SM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SMP 계열 사운드와 글로벌 프로덕션 감각, 그리고 에스파라는 팀만이 구현 가능한 차가운 미래적 질감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물론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 팀이 일관된 방향성과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데뷔 6주년을 앞둔 에스파가 여전히 케이팝에서 가장 독창적인 팀 중 하나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음반에 가깝다. 혼란과 균열마저 자신들만의 에너지로 바꿔버리는 에스파만의 방식은 어쩌면 2026년 케이팝이 가장 필요로 하는 미래 지향의 모습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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