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파병 '불량 동맹'의 탄생…북, 러서 핵잠수함 기술 받나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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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 확보 위해 무리수 감행"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뒤 양국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새 북·러 조약)을 맺은 뒤부터 양국 간 군사 협력 심화는 이미 예측됐다. 그럼에도 전투병 직접 파병 등의 속도나 포탄 지원 등의 규모는 예상을 넘어선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푸틴으로서는 다음 달 5일 치러지는 미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선 이후 미국 리더십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휴전이나 종전 등 우크라이나전의 전황을 바꾸기 위한 논의에도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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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위협 논리 '모순' 드러내
북한이 지상군을 대규모로 파병하는 건 사실상 처음인 만큼 김정은 정권으로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대내적으로는 아직 러시아에 대한 무기나 병력 지원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고 있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그간 북한은 한·미가 체제를 위협하기 때문에 핵·미사일을 개발한다는 논리를 대왔는데, 이번 파병은 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체제 위협을 받는 중에 무기와 병력을 대규모로 국외로 내보내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정은이 파병까지 결심한 건 단기적으로는 푸틴의 절박함을 활용해 이득을 취할 적기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력 송출을 외화벌이에 십분 활용하는 한편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을 지원받아 ‘버킷 리스트’에 올렸던 무기를 완성하려는 것이다.
우선 지난 5월 실패한 정찰 위성 관련 기술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에도 이미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신형 엔진을 통째로 받았다고 정보 당국은 판단했는데, 이미 러시아 기술진의 도움으로 오류를 줄여가며 올해 내 추가 발사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탑재체 기술 지원도 가능하다.
김정은이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핵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 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잠에 필요한 소형 원자로를 아예 제공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 당국은 최근 “최종적으로 원자력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핵추진 잠수함으로 보이는 함정의 초기 건조 단계가 포착됐다”고 평가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관련, 아직 미진한 것으로 평가되는 재진입 기술 등의 이전도 북한은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최근 공을 들이는 재래식 무기의 첨단화는 러시아로서는 지원하기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분야이기도 하다.
北 무기 '실전성' 확보 우려
한국 입장에서 이는 직접적 위협의 증강을 의미한다. 한국을 노려 개발한 북한의 무기가 실전성을 갖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기본적으로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하고 있는 KN 계열 미사일은 남한 타격용이다. 우크라이나전에서 사용된 북한 미사일은 여전히 불량률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는 하지만, 전장에서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 기술 수준도 개량될 수밖에 없다. 실제 군은 최근에는 초기보다 북한 미사일의 적중률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러시아가 한반도 유사시 개입권을 행사할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 북·러 조약 4조는 “쌍방중 어느 일방이…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다른 한쪽은 유엔헌장과 국내법에 준해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한다.
아직 공식 비준 전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이번 파병 역시 사실상 해당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역으로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미 북한의 파병을 받은 러시아가 이에 응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북한이 이번 파병을 통해 유사시 러시아에 군사 원조와 파병을 요구할 권리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러 관계 지속성 주목
관건은 결국 이런 북·러 간 밀월이 얼마나 이어질지다. 정부 내에서는 푸틴과 김정은 간 관계를 ‘시한부’로 보는 시각이 아직은 우세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경우 러시아로서는 북한의 효용가치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에서다. 이는 북한군 파병에 대응하면서도 여전히 한·러 관계에 대한 고려는 있어야 한다는 고민으로도 이어진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지금의 북·러 관계는 운명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형성된 것”이라며 “외관상으로는 북·러가 한·미 같은 동맹을 맺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같은 위협을 공유하며 한반도 및 동북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있는 한·미 동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층위가 낮다”고 지적했다.
반면 푸틴이 반서방 주의를 내세운 장기 집권 목표를 확실히 설정한 만큼 진영 강화를 위해 북·러 관계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북한을 어떤 식으로든 강하게 만들어 미국과 대결하는 거대한 체스판의 ‘폰’(pawn·졸)처럼 계속 활용하는 걸 전략적 이익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러 결속은 강대국 진영 대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이런 국제 질서가 계속되는 이상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북·러 관계는 장기적으로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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