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하고 떠나는 이원석 “극단적 양극화, 檢악마화에도 중심 지켜야”

이형민 2024. 9. 1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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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초대 검찰총장인 이원석 총장이 13일 퇴임식을 열고 2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이 총장은 퇴임사에서 "지금은 사회 영역에서 소통하고 숙의해 해결할 문제를 검찰과 사법에 몰아넣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며 "유리하면 환호하고, 불리하면 침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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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임기를 마친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정부 초대 검찰총장인 이원석 총장이 13일 퇴임식을 열고 2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이 총장은 퇴임사에서 “지금은 사회 영역에서 소통하고 숙의해 해결할 문제를 검찰과 사법에 몰아넣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며 “유리하면 환호하고, 불리하면 침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우리 사회에 대한 우려와 검찰 구성원들에 대한 당부를 남겼다. 이 총장의 배우자와 두 아들도 퇴임식에 직접 참석해 이 총장의 검찰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들었다. 이 총장은 A4 용지 7장 분량의 퇴임사를 밤 늦은 시간까지 숙고하며 수차례 가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극단적 양극화에 빠진 우리 사회는 진영과 정파, 세대와 성별, 계층과 지역으로 나뉘어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사회가 됐다”며 “한쪽에서는 검찰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에서는 과잉수사라 욕하고 한쪽에서는 부실수사라 손가락질하는데, 만약 그 일이 상대진영에서 일어났다면 서로 정반대로 손가락질하며 평가했을 것”이라며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 총장 재임 기간 내내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 수사,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등 정치권 수사로 정쟁의 한복판에 휘말렸다. 이 총장은 “정당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주장과 공격,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못할 검사탄핵의 남발, 검찰을 아예 폐지한다는 마구잡이 입법 시도까지 계속됐다”며 “명예와 자긍심만으로 버티는 검찰구성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다만 “검찰과 사법에 사회의 모든 문제를 몰아넣고 맡겨 오로지 자기 편을 들어달라고 고함치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도 검찰은 법의 지배, 법치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검찰의 주된 존재 이유는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자기 진영을 방어하는 데에만 매달리는 양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부패와 비리 사건 하나하나마다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운다’는 기준과 가치로 오직 증거와 법리만을 살펴 접근해야 하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장은 임기 중 성과로는 스토킹, 혐오범죄,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아동학대, 마약 등 민생침해 범죄 대응을 손꼽았다. 제주 4·3 사건과 5·18 민주화 운동 등 과거사 관련자에 대한 재심 청구도 언급했다. 이 총장은 임기 중 주변에 “민생침해 범죄, 특히 여성이나 아동 대상 범죄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데 역할을 한 총장으로 남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지난 12일 대검 직원들과의 마지막 인사 자리에서 “퇴임 후 무슨 일을 하실거냐”는 질문에 “마라토너가 42.195㎞를 달리다가 200m를 남기고 다음 번에는 어떤 대회를 뛸지 생각하겠느냐”고 답했다고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주어진 공직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 후 검찰 구성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장은 이날 검찰 구성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배우자가 운전하는 K5 차량을 타고 청사를 떠났다. 그 과정에서 극우 유튜버 한 명이 난입해 이 총장을 향해 극단적 발언을 하는 소동이 있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극단적 양극화를 우려한 총장의 퇴임사가 무색해졌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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