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수사무마 의혹은 檢 언론플레이”… 경찰, 고소인에게 정말 떳떳한가

이정헌 2026. 5. 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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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헌 사회부 기자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현직 경찰관의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진 직후 사건의 고소인을 수소문해 어렵게 만났다. 그는 유명 인플루언서 양정원씨가 홍보하는 필라테스업체와 맺은 가맹 계약이 사기였고, 양씨는 경영에 개입한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고소인은 2024년 12월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를 받아들고도 수사 결과에 이의신청을 할 수 없었다. 양씨 남편 이모씨가 ‘재벌 3세’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강남서 수사1과 송모 경감은 이씨에게 향응·접대를 받고 피소된 양씨를 피의자에서 참고인으로 전환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소인의 동의는 받지 않았다. 송 경감의 일 처리는 피의자 신분을 유지한 채 ‘범죄 혐의점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통상적인 절차와도 달랐다. 기자가 만난 경찰 실무자들과 검사들은 물론 형사법 학자까지 “고소인 동의 없이 피의자 신분을 참고인으로 전환하는 사례는 전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양씨가 참고인 신분이 되면서 사건과 무관해졌다는 점이다. 검찰은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을 90일 안에 검토할 수 있지만 주어진 자료라고는 양씨에게 혐의가 없는 방향으로 정리된 사건 기록뿐이다. 검찰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고소인 이의신청 없이는 불송치 사건을 직접 재수사할 수 없다. 더욱이 참고인 신분인 양씨는 고소인의 이의신청 대상도 아니다. 결국 고소인이 양씨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고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폐업으로 수억원씩 손해를 입은 다른 고소인들은 법률대리인도 선임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이들은 2년 넘게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법조문을 뒤져가며 경찰서와 법원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양씨와의 민사소송에서 강남서의 불송치 결정서가 인용돼 패소하면서 좌절했다. 강남서 수사2과가 뒤늦게 수사를 재개했지만 이미 공정성과 중립성이 크게 훼손된 경찰이 내놓은 결과에 고소인들이 쉽게 수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보완수사권이 필요한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하지만 그 이전에 경찰이 내놓은 수사 결과가 고소인들 앞에 떳떳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에게 이들의 눈물은 안중에도 없는가.

이정헌 사회부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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