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식량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1. 식량위기 극복 과정
18세기 후반 인류의 역사를 뒤바꿀만한 사건이 등장하게 된다. 바로 영국에서 발생한 산업혁명이다. 이로 인해 생산력이 급증했고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빈곤은 더 심해지게 되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생산력이 늘어났지만, 인구가 그보다 더 빨리 증가했기 때문이다. 빈곤 해결을 위해서는 생산력을 더 늘려야 했는데, 그에 따라 인구 역시 더 늘어났고, 결국 당시 사회는 성장과 빈곤만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경제학자이자 인구통계학자인 토마스 맬서스는 1798년 <인구의 원리가 미래 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맬서스의 주장에 따르면, 인구는 25년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했다. 따라서 머지않아 식량이 인구를 감당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한다는 것이 논문의 주요 내용이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1, 2, 4, 8, 16과 같이 점점 더 많은 폭으로 증가하는 것을 뜻하고,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1, 2, 3, 4와 같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 증가수가 식량 증가수보다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결국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맬서스의 주장과는 다르게 현재 인류는 지속적으로 번성하고 있다. 심지어 인구수는 그 당시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증가했다. 인류는 어떻게 식량위기를 극복했을까? 어떻게 인구 증가수와 식량 증가수의 격차를 줄일 수 있었을까? 오늘은 이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 한 줄 요약 : 어떻게 식량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2. 식량을 만들어내는 과정
먼저 식량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모든 식량은 농업을 기반으로 생산된다. 고기만 먹는 육식주의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동물을 기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 역시 농작물이다. 그렇다면 농작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많은 사람들은 아마 식물이 스스로 에너지를 얻어 자란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식물 역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질소'다. 질소가 있어야 생명체에 필요한 단백질과 알칼로이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질소가 필요하다.

자연적인 상태라면 식물은 흙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질소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질소가 필요하다. 농사를 계속해서 하게 되면 땅의 기력이 약해져 휴지기를 갖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여기서 땅의 기력이 약해진다는 것이 바로 질소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배설물로 만든 퇴비를 논밭에 뿌리는 이유 또한 질소를 보충해주기 위함이다. 배설물에는 암모니아가 들어있는데, 이 암모니아에 질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질소는 매우 흔한 원소 중 하나다. 지구 대기의 약 78% 정도가 질소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흔한 질소를 농업에 바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기 속 질소는 원자 2개가 합쳐진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 두 원자는 너무 강하게 붙어있어 웬만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이를 전문 용어로 '3중 결합'이라 한다.

그렇다면 질소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과거에는 질소를 뿌리혹 박테리아를 통해 얻었다. 뿌리혹 박테리아는 공기 속의 질소를 고정시켜 식물이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녀석이다. 이 박테리아는 주로 콩과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과거부터 인류는 땅의 지력이 다하면 콩을 심었던 것이다. 하지만 뿌리혹 박테리아를 통한 질소 공급은 한계가 있었고, 맬서스의 예언대로 19세기가 되자 식량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농업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질소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 한 줄 요약 : 곡물이 자라나기 위해서는 질소가 필요한데, 이 질소를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3. 질소를 얻기 위한 노력
그렇다면 인류는 이 질소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왔을까? 가장 먼저 모든 배설물을 끌어모아 비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마차를 끌던 말의 똥을 모아 비료로 사용했는데,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세상에 있는 모든 똥을 다 긁어모은다고 해도 질소는 여전히 부족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에너지를 쓰고 남은 것이 나오지, 먹은 게 전부 다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부족한 부분은 어디서 가져와 충당했을까? 바로 초석이라 불리는 질산칼륨을 사용했다. 질소를 포함하고 있는 초석은 비료와 화약의 원료로 사용되었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인도로부터 이 초석을 공급해왔는데,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인도의 초석 또한 점차 부족해지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남미에 위치한 아타카마 사막에서 엄청난 규모의 초석이 발견되었다.

인류는 초석으로부터 농사에 필요한 질소를 얻었다.

정확히는 질산나트륨으로 질산칼륨과는 다른 종류의 물질이 발견되었지만, 똑같이 질소가 들어 있었기에 사람들은 이를 초석이라 불렀다. 당시 남미 지역 국가들은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국경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노다지 같은 해당 지역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페루는 발 빠르게 볼리비아와 손을 잡고 해당 지역을 점령했다. 그리고 나서 초석을 국유화해 수출을 통제하고 가격을 올릴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강대국들은 당연히 이걸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초석이 필요했지만 돈을 더 지불할 생각은 없던 것이다. 따라서 칠레를 꼬셔 페루와 볼리비아에 전쟁을 일으킨다. 전쟁은 당연히 강대국의 지원을 받은 칠레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아타카마 사막을 차지한 칠레는 초석을 팔아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국가를 발전시켰다. 반면 전쟁에서 진 페루는 순식간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볼리비아 또한 칠레에 해안 영토를 빼앗기게 되며 내륙 국가가 되어버렸다.

강대국의 초석 욕심으로 인해 아타카마 사막은 칠레 영토가 되어버렸다.

이런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식량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초석 역시 무한한 자원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이는 석유와 같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다. 질소는 비료뿐 아니라 화약을 만드는 데도 꼭 필요한 전략 자원이었기 때문에, 그런 자원을 오직 수입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큰 리스크를 지는 것이었다.

- 한 줄 요약 : 질소를 함유한 초석을 얻기 위해 인류는 여러 분쟁의 역사를 겪었다.

4. 질소를 만들어낸 화학자
그렇다면 결국 질소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었을까? 결과적으로 인류는 인공적으로 질소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여러 화학자들은 질소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공기에 엄청난 에너지를 가해 질소를 분리하는 방법도 고안해보고, 제철소에서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질소를 얻는 방법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다 할 방안은 나오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1908년, 독일의 무명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질소가 포함된 암모니아 합성에 성공한다. 그는 기압을 높인 상태에서 공기 중 질소를 가열해 암모니아를 분해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이 방안을 카를 보슈라는 공업 화학자가 상용화시켰고, 결국 이 제작 방식은 '하버-보슈 공법'이라는 명칭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해당 제작 방식을 통해 인류는 결국 인공 비료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버-보슈 공법의 등장으로 인류는 결국 인공 비료를 만들어 냈다.

인공 비료가 대중화된지 3년 만에 식량 생산량은 인구 증가량의 2배로 늘어났다. 100년간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식량 위기는 이로써 막을 내리게 되었다. 1918년 하버는 암모니아 합성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고, 보슈 또한 193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하버는 인공 비료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려내기도 했지만, 동시에 독가스를 개발해 많은 사람들을 죽이기도 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가스를 개발해 수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후 이 독가스는 히틀러가 정권을 잡고 난 뒤 유대인 학살용으로 사용되었다. 하버 또한 유대인이었는데, 결국 자신이 발명한 독가스가 자신의 친척들을 학살하는데 쓰이게 된 것이다.

- 한 줄 요약 : 인공 비료가 세상에 나오게 되며 식량 생산량이 늘어나게 되었다.

* 참고자료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오후

Copyright © 짧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