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온 판사’ 박신혜, 역지사지로 사이다 터트려

이수진 2024. 10. 18.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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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신혜. 사진제공=‘지옥에서 온 판사’

배우 박신혜가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범죄자들에게 역지사지로 범죄를 돌려주며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가 범죄자들이 한 행동과 범죄들을 그대로 모방해서 되돌려 주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옥에서 온 판사’의 시청률은 6회에서 13.1%, 8회에서는 13.6%를 기록하는 등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급상승했는데, 에피소드가 시작하는 홀수 회차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이 짝수 회차에서는 범죄자들에 대한 처단으로 카타르시스로 전환되며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6회에서는 강빛나가 온 가족을 살인한 가장 양승빈(양경원)에게, 8회에서는 노조위원장을 살해하고 갑질을 일삼아 하는 재벌 최원중(오의식)에게 복수를 하는 장면이 담겼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특히 주 시청층으로 설정한 여성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데 소재부터 풀어내는 방식까지 그들의 취향에 맞춰서 진행된다는 평이다. ‘지옥에서 온 판사’에 소재로 등장하는 범죄들은 교제 살인, 가정 폭력 등 주로 여성들이 현재 사회에서 겪는 일을 바탕으로 한다. 남자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에게 반성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 강빛나에게 반항하며 달려들지만, 강빛나는 그들을 손쉽게 제압하며 무자비한 폭행으로 돌려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강빛나가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개연성 없는 폭력이 아니라 가해자들이 한 행동들을 그대로 돌려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느끼는 통쾌한 감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옥에서 온 판사’는 타깃으로 하는 시청자의 성별을 확실하게 설정해 둔 작품”이라며 “특히 사법 기관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는 현재 사회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젊은 층이 많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공포를 그대로 대변해 복수를 해주는 콘텐츠가 있다면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상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페미니즘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인 미러링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에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라고 덧붙였다.

배우 박신혜. 사진제공=‘지옥에서 온 판사’

또 강빛나는 악마로서 범인을 처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판을 받고 잇는 범인을 풀어줘야 하는데 판사로서 범행에 대한 감형 사유를 말하며 무죄를 선고한다. 여기에는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동종 범죄 초범 등의 사유를 활용한다. 이러한 사유는 현재 사회에서 범죄자들이 감형을 받는 이유들과 일맥상통해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배가하지만 범죄자들이 죗값을 치를 때는 더 큰 통쾌함을 느끼는 장치도 된다. 극본을 맡은 조이수 작가는 ‘지옥에서 온 판사’ 기획 의도에 대해 “범죄자들이 지은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또 피해자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죄 지은 자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판타지라는 장르적 특성과 결합해 강빛나가 악마로서의 능력을 활용해 죄인들이 저지른 죄를 그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는 방식을 떠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신혜가 모방 범죄를 그대로 행하는 과정이 지상파에서 방송되기에는 너무 잔인하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피가 나오는 장면과 칼을 사용하는 장면이 자주 노출돼 시청자들에게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지옥에서 온 판사’ 제작진은 “‘지옥에서 온 판사’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해당 방송에 맞는 심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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