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팔아 증권사로”... 초고액 자산가들, 대출 이자 내서라도 주식 안 판다[탑티어 PB]
자산가 투자 성향, 단기 차익→우량성장주 장기 투자 ‘전환’
‘40·40·20’ 비율 포트 추천
“7000선 지지 하반기 반등 전망…저가 매수 타이밍”

“과거 변동성 장세가 오면 주식을 팔아버리거나, 큰 자금이 필요할 때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마련했던 자산가들이 이제는 대출을 받고 이자를 내고서라도 주식 보유를 이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단기 차익에 연연하던 초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성향이 우량주 중심의 ‘장기 투자’로 체질 개선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 IFC 메리츠증권 여의도리더스센터에서 진행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황보원경 이사는 “2006년 메리츠증권 공채로 입사한 이후 올해처럼 부동산에서 주식·금융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역동적이고 빠르게 일어나는 것을 여실히 느낀 건 처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실제로 강남권 고액 자산가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실물 부동산을 매각한 현금 유동성을 증권사 VIP 센터로 전액 유치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에는 일부 상장사와 대주주 자금이 랩어카운트 등으로 유입되는 흐름도 두드러졌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황보 이사는 “올해 상반기에는 상장사 대주주 자금이나 법인의 여유 자금이 유독 많이 유입됐다”면서 “예컨대 한 상장사는 보통 100억원 수준으로 운용하던 법인 보유자금을 올해 초 발 빠르게 결정해 250억~300억원까지 늘려 투입했고, 심지어 지분 일부를 매도해서라도 주식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대주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초 선제적으로 진입한 VVIP 랩 자금의 경우 최고 92%에 달하는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면서 “물론 상반기 시장이 워낙 좋아서 자산가들의 눈높이도 높아졌지만 이를 충분히 상회하는 수익률로 고객들이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통 자산가들의 합리적인 기대수익률은 과거 15~20% 정도였다. 올해엔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40~50% 정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현장에서 감지되는 가장 큰 변화는 자산가들이 증여세 등을 낼 때 주식을 파는 대신 세무당국에 연부연납(분할납부)을 신청하거나, 부족한 현금은 보유한 우량주를 담보로 주식담보대출(레버리지)을 받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을 매각하는 기회비용보다 대출 이자를 내면서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자산 증식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학습한 결과로 보고 있다.
황보 이사는 “실제 한 가족 고객 일가는 최근 이 같은 주담대 구조 설계를 통해 주식 포트폴리오를 고스란히 지켜내며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면서 “이처럼 주식 환매 대신 레버리지를 쓰면서까지 주식 시장에 계속 남으려는 움직임이 매우 강하다”고 진단했다.
고액 자산가에 ‘40·40·20’ 비율 포트폴리오 추천
황보 이사는 현재 100억원 수준의 자금을 보유한 자산가가 있다면 자산의 변동성을 제어하면서 상방을 열어두는 ‘40%·40%·20%’ 황금 비율 포트폴리오를 추천했다. 다만 자산 비중은 투자 성향과 유동성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전체 자산의 40%는 국내 대형 우량 주식에 압축 투자하는 전략이다. 시장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중소형주는 배제하고, 시가총액 최소 1조원 이상의 이익 모멘텀이 확실한 핵심 성장주를 담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나머지 40%는 해외 대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안했다. 예컨대 ‘DRAM’ ETF처럼 글로벌 반도체 및 테크 시장의 리딩 기업들을 한데 묶은 지수형 ETF를 통해 글로벌 우량 자산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마지막 20%는 강남권 핵심 재건축 부동산 조합원 입주권을 추천했다. 그는 “재건축·재개발 주택은 건물이 철거(멸실)되는 순간부터 준공 전까지 대략 5년의 기간 동안 법적으로 ‘한시적 무주택자’로 보는 경우가 있어, 세제 혜택과 절세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강남 큰손들 사이에서도 유용한 재테크 수단으로 꼽힌다”고 귀띔했다.
“7000선 지지에 하반기 반등 전망…저가 매수 타이밍”
최근 지수가 고점을 찍고 조정 양상을 보이는데 대해 황보 이사는 시장의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며 긍정적인 하반기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현재 국내 증시가 다양한 대내외 이슈로 인해 조정을 받고 있지만 7000선은 확실히 지지할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숨 고르기성 횡보 장세를 보이겠지만 하반기 다시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짚었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그는 최근 조정장을 신규 유망 종목들의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반기 본격적인 반등 장세가 올 때 시장을 이끌 주도주로는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는 섹터’를 꼽았다. 단순 테마주가 아닌 실질적인 수주와 숫자가 찍히는 핵심 밸류체인은 두 가지라는 의견이다. AI 산업 발달로 인해 에너지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이를 해결할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두 번째는 반도체 미세공정 장비 업종이다. AI 칩 수요 폭발 속에서 대형 제조사의 공정 수율을 높이고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에너지 저장체계(ESS) 장비 사업을 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와 최근 상장한 반도체 실리콘 파츠 생산 업체, 국내 유일의 금융정보 제공업체 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근 로봇이나 AI 등 다양한 하이테크 테마주들이 변동성을 키우는 것에 대해 부실주를 걸러내는 확실한 필터링 기준을 제시했다. 황보 이사는 “△확실한 대기업 캡티브 마켓(고정 공급처) 보유 여부 △수십 년간 축적된 양산 생산 경험 △독자적인 핵심 부품 기술력 내재화 △대규모 생산능력(CAPA) 등 4가지 조건이 검증되지 않은 채 시장의 흐름에만 올라탄 단순 테마주들은 투자 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이 자산 배분을 대신해 주는 시대가 열렸지만, 초고액 자산가 시장에서 ‘인간 PB’의 가치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인간 PB는 기계가 하지 못하는 고객의 고충을 먼저 캐치하고, 이에 귀를 기울이며 최적의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AI와 다르다는 의견이다. 황보원경 이사는 “고객의 미세한 목소리 톤과 말투, 뉘앙스 속에서 숨겨진 재무적 고충과 삶의 고뇌를 간파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교감 능력이야말로 금융 자산 관리의 본질이자 대체 불가능한 가치”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간 박스권에서 등락하던 국내 증시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에 진입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부실 테마주에 무리한 신용 레버리지 써서 한방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보다는 ETF나 랩어카운트, 주식형 펀드와 같은 전문가들의 능력을 빌려 쓸 수 있는 상품을 적극 활용하는 게 승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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