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킹메이커’ 아소 “이시바 1년 안에 끝날 수도”

강창욱 2024. 10. 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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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노리는 다카이치에 “준비하라” 조언
“자민당서 3년 넘긴 총리 7명뿐, 나도 1년”
“동료 만들러 앞으로 술자리라도 나가라”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도쿄 국회를 걸어가는 모습. UPI연합뉴스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가 이달 새롭게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두고 “1년 안에 물러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시바 총리가 승리한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 후 신임 당 집행부 출범 행사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거부하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 행동은 당내 불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다카이치, 준비해둬라”
아소 전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후 인사차 자신을 찾아온 다카이치 사나에 중의원 의원에게 “자민당 역사에서 3년 이상 총리를 지낸 사례는 7명밖에 없다. 나도, 스가도 1년 만에 끝났다. 이시바는 더 짧을 수도 있다”며 “그러니 다카이치, 준비해둬라”라고 말했다고 일본 TBS 방송이 6일 보도했다.

그는 지난달 치러진 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의원을 지지했다. 8선 의원으로 아베 신조 정권에서 총무대신과 내각부 특명담당대신 등을 지낸 다카이치는 ‘아베 계승’을 전면에 내걸고 강경 보수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았다.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 중의원 의원. 연합뉴스


다카이치는 표면적으로 아베가 가장 총애하는 후배 정치인이었다. 그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처음 출마한 2021년 9월 아베는 공개 지지를 선언하고 전폭적으로 도왔다.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의원들에게까지 직접 연락해 다카이치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가 전화 한 통 돌릴 때마다 다카이치의 지지율이 뛰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아소는 아베가 없는 지금 다카이치의 후견인 역할을 대신하는 모습이다. 아소와 아베는 각자 계파를 이끌었지만 끈끈한 정치적 동반자였다. 아소는 아베가 2006년 처음 취임했을 때 강력히 지지했고 아베 정권에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지냈다. 아베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현직 정상 자격으로 골프 회동을 할 때 아소도 함께했다.

아소는 ‘킹메이커’로 불릴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이지만 총리로서는 스스로 인정하듯 단명했다. 2008년 9월 24일 취임한 그는 이듬해 9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대패하며 357일 만에 물러났다. 역대 자민당 소속 총리 24명 중 두 번째로 짧은 재직 기간이다. 1954년 자민당 출범 이후 다른 정당에 정권을 내준 두 번째 사례이기도 했다.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왼쪽)가 지난 4일 도쿄 국회에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의 취임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린 모습. 옆에는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지난달 13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당 총재 선거 후보 합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아소가 자신과 함께 단명 사례로 언급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2020년 9월 16일부터 2021년 10월 4일까지 383일간 재직했다. 아베가 건강을 이유로 사임하면서 뒤를 이은 그는 이듬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임했다. 그 뒤를 기시다 후미오가 이어받은 선거에서 누구보다도 주목도를 높인 인물이 다카이치였다.

아소 전 총리는 다카이치 의원에게 차기 총리 도전을 도모하도록 격려하며 “의원은 동료 만들기가 중요하니까 앞으로 반년 정도는 술자리라도 나가라”고도 조언했다고 한다.

쌀쌀맞던 그의 감사 편지
다카이치는 지난달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지만 과반 미달로 1, 2위가 맞붙은 결선 투표에서 21표차(194표 대 215표)로 이시바에게 졌다. 의원표와 지방표 모두 밀렸다. 1차 투표에서는 다카이치가 각각 의원표 72표, 당원표 109표로 이시바(46표, 108표)에 모두 앞섰다.

1차 투표에서 선거관리위원장이 “의원표는 다카이치 사나에 72표”라고 발표했을 때 자민당 본부에서 TV 중계를 보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터져나왔다고 TBS는 전했다. 각 언론사가 예상했던 30~40표의 두 배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지난달 13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당 총재 선거 후보 합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정작 다카이치 측은 예상보다 적은 숫자에 놀랐다고 한다. 한 간부는 “언론에서는 낮게 보도됐지만 기본 표로 54표는 기대하고 있었다”며 “거기에 아소씨와 세코씨(세코 히로시게 전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의 도움으로 표를 추가해 의원표로 90표 이상을 1차에서 얻을 것으로 계산했다”고 TBS에 말했다.

1차 투표에서 46표에 그쳤던 이시바의 의원표는 결선 투표에서 189표로 143표 늘었다. 다카이치도 173표로 101표 늘긴 했지만 이시바에는 못 미쳤다. 지방표도 이시바가 26표로 다카이치(21표)보다 5표 많았다. 1차 투표 때 다른 후보들에게 분산됐던 표가 결선에서 이시바에게 몰렸다는 얘기다.

TBS는 다카이치가 받아든 결과에 대해 “아베씨 없이 ‘동료 만들기’에 임했지만 인맥을 충분히 넓히지 못해 총재 자리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도 “‘변화’는 확실히 보였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총재 도전인 이번 선거에서도 패배했지만 선거 후 보인 태도가 지난번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다카이치는 자신을 도와준 의원들에게 일일이 감사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3년 전 선거 때는 지지 의원들로부터 ‘감사 인사가 없었다’는 비판을 받은 그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의원이 지난달 2일 사이타마현에서 강연하는 모습. 다카이치 사나에 인스타그램


다카이치는 선거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당선자인 이시바 총재로부터 자민당 ‘4역’(4개 주요 직책) 중 하나인 총무회장직을 제안받았지만 고사했다. 이유는 자리가 성에 안 찬다는 것이었다. 그는 전날 밤 자신을 지지한 몇몇 의원과 모인 회식 자리에서 “포스트(자리)를 받는다면 간사장밖에 없다”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12년 총재 선거 결선에서 승리한 아베 전 총리가 당시 2위였던 이시바를 간사장에 임명한 사례를 기준으로 삼았다.

당내 2인자인 간사장은 당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실상 최고책임자다. 총무회장은 당내 최고 의결기구인 총무회 의장이지만 역할이 의견 조율과 최종 승인에 머문다. 이시바는 간사장에 직전 총무회장인 모리야마 히로시를 기용했다.

다카이치처럼 총재 선거에서 높은 지지를 받은 후보가 당내 직책 없이 ‘일개 의원’으로 남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의 총무회장직 거절에 대해 자민당 내에서는 “당 전체의 일치 체제를 거부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TBS는 “(다카이치는) 아소씨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며 다음 총재 선거를 위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해설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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