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 우연을 기회로 만든 순간들

글로벌 브랜드, 우연을 기회로 만든 순간들

예상치 못한 실수, 계획에 없던 반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틈.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 뒤에는 언제나 한 번의 ‘결정적 순간’이 있었다.
준비된 사람들이 그 찰나를 기회로 만든, 엉뚱하지만 통쾌한 대박 스토리들.

목사가 만든 무알콜 와인
웰치

ⓒ농심 공식 홈페이지

성직자를 위한 발명품
독실한 감리교 신자였던 토머스 웰치 박사는 원래 목사였지만 의사로도 활동할 만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성찬식에서 성직자들이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는 모습을 못 견뎌했고, 이를 해결하고자 밤마다 포도를 가공해 발효를 막는 실험을 거듭했다. 결국 1896년, 무알코올 발효 와인, 즉 포도주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발명이었고, 웰치 박사는 이 무알코올 와인이 곧 모든 교회에서 사용될 것이라 기대했다.

교회에서 외면받은 웰치
그러나 보수적인 교회들은 이 새로운 와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상을 벗어난 냉담한 반응에 웰치 박사는 낙심했고, 이를 지켜보던 아들 찰스는 아버지의 발명에 상업적 가능성을 봤다. 그는 웰치 포도주스를 1890년 만국 박람회에 출품했고, 이후 미국 금주법 시대에 접어들자 와인을 대체할 수 있는 음료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성찬식의 문제 해결을 위해 탄생한 이 발명은 결국 대중적 음료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다.

복제된 코드가 만든 세계 1위
마이크로소프트

ⓒunsplash

컴퓨터가 데이트보다 좋았던 하버드생
부유한 법조인 가정에서 자란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 재학 시절, 또래들이 데이트나 스포츠를 즐길 때 혼자 컴퓨터에 몰입했다. 그는 독학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용돈벌이를 했고, 1975년 IBM이 준비 중이던 개인용 컴퓨터에 탑재될 운영체제 개발을 맡게 된다. 그 결과 탄생한 MS-DOS는 IBM PC와 함께 대중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컴퓨터 산업의 중심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올려놓았다.

불법복제가 만든 대중 소프트웨어의 시대
MS-DOS는 폭발적인 판매와 함께 전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그 속도만큼이나 불법복제도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하드웨어는 복제되지 않았지만 소프트웨어는 보호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예상 밖의 상황은 오히려 게이츠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수많은 사용자들이 불법복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MS-DOS에 익숙해졌고,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빌 게이츠는 자신도 모르게 전 세계의 컴퓨터에 깔린 ‘기본값’이 되었고, 그 결과 세계 최고 갑부의 자리에 올랐다.

직원의 실수 때문에 성공한
P&G

ⓒwikipedia

실수로 탄생한 혁신
1878년, 새로운 비누를 개발 중이던 P&G 실험실에서 한 직원이 점심시간에 혼합기 스위치를 끄지 않고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비누 원료는 과도하게 섞이며 덩어리로 굳어버렸다. 곤혹스러운 실수였지만, 의외로 이 비누는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었고 단 하나, 물에 뜬다는 점만 달랐다. 책임이 두려웠던 직원은 이 비누를 그냥 시중에 출시했고, 결과는 뜻밖이었다.

물에 뜨는 비누가 만든 대박
물에 뜨는 비누는 소비자에게 놀라운 편리함을 줬고, 입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욕조나 세면대에서 가라앉지 않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은 시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P&G는 이 제품에 ‘아이보리(Ivory)’라는 이름을 붙이고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했다. 뜻하지 않은 실수에서 탄생한 아이보리는 이후 P&G를 세계적인 생활용품 브랜드로 이끄는 대표 제품이 되었다.

콘플레이크를 도둑맞은
켈로그 박사

ⓒwikipedia

환자들을 위한 영양식 콘플레이크
전 세계인들의 아침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콘플레이크는 원래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먹이기 위해 공급한 영양식이었다. 1894년 미국 미시간 주의 한 요양원 운영자인 존 하비 켈로그 박사는 주방에서 옥수수가루를 반죽하다 급한 일이 생겨 자리를 비웠다.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반죽이 말라서 단단하게 굳어 있자 그냥 버리기 아까워 압축한 후 구워서 우유와 함께 환자들에게 제공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음식이 환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때까지도 켈로그 박사는 콘플레이크를 상업화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발명은 켈로그, 사업은 포스트
그러나 그 가치를 알아본 건 환자였던 찰스 포스트였다. 오랫동안 사업에 실패하던 그는 이 아이디어로 회사를 차렸고, 불과 몇 년 만에 콘플레이크 시장을 장악했다. 뒤늦게 상황을 안 켈로그 박사의 동생 윌리엄은 형을 대신해 1906년 켈로그 회사를 창립했고, 이후 두 브랜드는 ‘곡물전쟁’이라 불리는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게 된다. 아침 식탁의 주도권은, 그렇게 환자와 의사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 한판으로 시작되었다.

ㅣ 덴 매거진 2025년 Online
에디터 안우빈 (been_1124@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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