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 생모 밝힌 日정계 프린스…연상 혼혈 아내 뜻밖의 결정 [줌인도쿄]

김현예 2024. 9. 1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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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이 어렸을 때 이혼하고,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몰랐습니다. 엄마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고모였습니다." " 지난 12일 일본 자민당 본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뒤를 이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소신 연설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 끈 건 9명이라는 역대 최다 출마자 숫자도, 어느 후보에게 어느 파벌 출신 의원들이 추천했는지도 아닌 바로 이 한 마디였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기호 4번을 받게 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3) 전 환경상의 가족사였던 겁니다. 당선 당시 나이가 44세였다는 이토 히로부미 이래 가장 젊은 총리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리까지 듣는 고이즈미는 왜, 자신의 가족사를 언급한 걸까요.

지난 12일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일본 자민당 건물에서 열린 총재선거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로이터=연합뉴스

'선택지를 넓히는 정치인' 메시지


먼저 고이즈미가 걸어온 길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구불구불한 머리, 강한 화법으로 많이 알려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82) 전 총리의 둘째 아들입니다. 세 살 위 형인 고이즈미 고타로(小泉孝太郎)는 '춤추는 대수사선' 2편에도 나온 유명 배우입니다.

2001년 아버지가 총리가 되면서 삶은 달라졌습니다. 미국 유학을 마친 뒤 2008년 부친의 정계 은퇴와 함께 가나가와현에 있는 선거구를 물려받았는데요, 2009년 12월 중의원(하원) 당선을 거머쥡니다.

준수한 외모 덕에 '정계 프린스'란 별명을 얻은 것도 이땝니다. 이후로 쭉 정치인의 길을 걸었으니, 정치 경력만 15년에 달합니다. 처음엔 연설조차 잘 못 했지만 '화술'에 능한 부친의 재능을 물려받았던 것인지, 짧고 강한 메시지를 주는 부친의 화법을 그대로 구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고교시절까지 해오던 야구, 가족이야기, 지역 주민들이 공감할 만한 생활이야기를 꺼내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어린 시절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함께 있는 모습. 고이즈미 신지로 유튜브 캡처.


이번 소신 표명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그는 자신이 나이는 젊지만 얼마나 자민당을 얼마나 새롭게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자신이 '선택지를 넓히는 정치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가족사를 꺼냈습니다. 개인사를 언급한 건 9명 후보 중 그가 유일했는데요. 고이즈미가(家)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높은 걸 잘 활용한 것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셀링(selling) 포인트'를 잘 안다는 얘깁니다.

그는 고모 손에 길러진 이야기를 하다가 중학교 2학년 때쯤 성이 다른 동생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대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성이 다른 동생을 만났다"면서 "아버지와 똑 닮아 깜짝 놀랐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생모의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엄마를) 만나면 엄마를 대신해 길러준 고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생각에 변화가 생긴 건, 제가 아이가 있는 부모가 되면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처음 친모를 만나러 갔다"고 밝힌 그는 친모와의 대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만나게 돼 좋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가로서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는데요. 그는 "국민 한명 한명이 다양한 인생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정치가로 살아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송인 아내는 "선거 관여 안 해"


지난 2019년 8월 고이즈미 신지로 당시 중의원이 다키가와 크리스텔아나운서와 함께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결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고이즈미 전 환경상에겐 화제거리가 많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아내 다키가와 크리스텔(滝川クリステル·46)에 관련된 얘기들입니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크리스텔은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중 연하인 고이즈미를 만나 2019년 8월에 결혼 발표를 합니다.

당시 크리스텔은 첫째 아들을 임신한 상태였는데요. 두 사람은 아베 신조 당시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당시 관방장관에게 '보고'한 뒤 기자들과 짧은 회견을 할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습니다. 지난해엔 둘째인 딸을 낳았는데, 크리스텔은 고이즈미가 종종 '육아'에 참여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 정서라면 남편이 '총재 출마' 선언을 했으니,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가 높은 크리스텔이 지원 유세에 나설법하지만 고이즈미 부부는 그렇게 하지 않을 듯 합니다. 지난 9일 크리스텔 소속사인 포닉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이번 총재선에 크리스텔이 관여하는 것은 없으며, 그에 관한 취재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아이들의 안전과 사생활을 제일로 생각한다”는 메시지도 내놨는데요.

오는 27일 총재 선거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과연 ‘일본 최연소 총리’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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