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시 F1 유치에 대한 업계 우려…도심 서킷vs경기장 건립
업계 전문가 “F1은 수익 나기 어려워…모터스포츠 문화 알아야”
“타당성 조사를 하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그 접근에서부터 ‘모터스포츠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F1은 수익이 날 수가 없다. 손실이 많이 날수록 잘 되는 구조다.”
인천시가 F1(포뮬러원) 개최를 공식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시(시장 유정복)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F1 그랑프리 유치에 대해 관련 업계에선 다소 우려하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업계 관계자와 F1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인천시가 밀고 있는 ‘도심 서킷’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4월부터 F1 그랑프리를 인천에서 유치하기 위한 광폭 행보에 돌입했다. 유 시장은 4월6일 일본, 5월25일에는 모나코 그랑프리가 열리는 현장을 방문해 F1 그룹 고위 관계자들과 실무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히는 등 인천시의 F1 그랑프리 유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간접 어필하고 있다.
F1이란 국제자동차연맹 FIA에서 주관하는 국제 자동차 레이싱 대회다. 유럽에서는 월드컵, 올림픽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3대 스포츠로 손꼽히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인기가 없다는 점도 개최 시 큰 걸림돌로 거론된다.
F1 인천그랑프리 대회 유치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2027년경 인천에서 F1 그랑프리를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재 F1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영암이 2010년부터 4년 정도 대회를 했는데 아무래도 교통 접근성이나 인프라 측면에서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면서 “영암 대회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지만, 인천은 영암과 많은 부분에서 크게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영암에선 2010년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렸고, 경기 장소는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에 위치한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이었다. 당초 7년간 개최하기로 계약했음에도 2013년까지 4년만 진행됐다. 2014년 대회를 준비하는 도중 적자 압박에 시달리던 영암군이 F1 측과 개최권료 인하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대회가 취소되는 촌극을 빚었다. 이후 F1 추진위원회가 해산하면서 영암 코리아 그랑프리는 ‘실패한 대회’로 역사에 기록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은 공항도 있고 인구 300만명의 대도시”라며 “이미 2014 아시안게임, 2015 프레지던트컵 등 굵직한 국제 행사를 치른 경험이 있는 인천과 영암은 비교할 수 없다”고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연간 1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천문학적인 ‘개최권료’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인천시가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되는 국제 행사를 졸속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인천시가 F1 그랑프리 유치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시의회에 정식으로 보고한 게 올해 4월”이라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이런 사업을 결정하기 전에, 의사 결정에 대한 판단을 하기 전에 논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 추진 근거가 있었을 텐데 그런 과정이 전혀 보고가 안 됐다”면서 “인천시가 ‘F1 인천개최 타당성 용역’에 예산 5억원을 사용했는데, 예산 사용 계획 등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직격했다. 이 사무처장은 “인천이 개최권료로 F1 측에 연간 1000억원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도 말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영암에서 열린 F1 개최권료는 4년간 총액 약 3335억원이 투입됐다. 첫 해인 2010년에 381억원, 2011년 484억원, 2012년 508억원 등 점진적으로 증가하다 개최 마지막 해인 2013년부터 당초 계약이 예정됐던 2016년 사이에 1962억원을 F1 그룹에 지불했다. TV중계권료 또한 2010년 147억원, 2011년 148억원 등 도합 295억원을 냈다. 이로 인해 ‘혈세 낭비’, ‘역대 최악의 국제 행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인천시가 ‘도심 서킷’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F1 업계 관계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F1 전문가는 “영암에서 경기장을 직접 지어서 대회를 진행했고, 이로 인한 비용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는 점에 착안해 인천이 도심 서킷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이는 시가지 서킷에 대해 흔히 갖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시가지 서킷을 하면 매년 대회를 개최할 때마다 경기장 세팅을 다시 해야 하고, 주변 건물들도 전부 모듈로 따로 저장했다 다시 가져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오히려 경기장을 짓는 게 훨씬 경제적이고, 지어두면 두고두고 써먹을 일이 생긴다”고 안타까워했다.
모터스포츠 문화는 기본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고 운영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점도 F1 그랑프리를 추진하는 인천시가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시민 단체들은 “인천에서 F1 개최가 확정되면 연간 1000억원의 개최권료로 5년간 5000억원, 시설비 3000억원, 중계권료와 운영비 등 1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인천이 F1 그랑프리 유치에 성공할 경우 오히려 ‘호구(虎口)’가 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시민 단체 연합은 성명을 내고 “F1 사업은 시작부터 부실, 비공개, 뒤죽박죽 행정 절차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F1 인천 개최로 인한 결과가 인천시민들의 민생예산축소와 피해로 이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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