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록 셰프의 우승 서사에 모든 자영업자들이 눈물 흘린 이유

말 많고 탈 많았던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이하 <흑백요리사2>)가 마지막 회에서 가장 진정성 있는 한 그릇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각종 공정성 논란과 스포일러 이슈, 심사위원을 둘러싼 우려까지 겹치며 시즌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가운데, 최종 우승자 최강록의 결승 요리는 프로그램이 흔들렸던 이유보다 오래 기억될 장면을 만들어냈다. 화려한 기술 대신 ‘남은 재료’와 ‘노동의 술’로 완성한 그의 선택은 요리 서바이벌의 결말을 감동으로 봉합했다.

결승 미션의 주제는 ‘나를 위한 요리’였다. 평생 손님을 위해 요리해 온 셰프들에게 오롯이 자신을 위한 한 끼를 요구한 질문이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요리괴물 이하성이 아버지와의 추억을 순댓국으로 풀어낸 반면, 최강록은 가장 현실적인 풍경을 꺼내 들었다.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재료로 끓인 국물 요리, 그리고 여기에 곁들인 ‘빨간 뚜껑 소주’ 한 병이었다.

그의 국물에 담긴 재료 하나하나는 자영업자의 일상을 그대로 반영했다. 쉽게 변질돼 마감 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깨두부와 우니, 활어 숙성이나 작업 과정에서 쓰이다 버려지기 쉬운 호박잎과 다시마, 손님을 위해 살을 발라내고 남은 닭뼈까지. 메뉴를 위한 재료가 아니라 ‘남은 재료’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온라인에서는 “마감 후 남은 재료로 자신을 위로하는 자영업자의 한 끼”라는 해석이 빠르게 퍼졌다.

여기에 ‘빨간 뚜껑 소주’는 단순한 페어링을 넘어 상징이 됐다. 고된 하루를 마친 뒤 마시는 노동의 술, 취침주이자 위로의 술이라는 설명은 주방에서 하루를 버틴 이들의 공통 언어였다. 결승 상대의 ‘아버지와의 추억’이라는 개인적 서사가, 빨간 뚜껑 소주로 대표되는 ‘이 시대의 아버지이자 노동자’의 서사 앞에서 밀려났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아버지와의 순댓국보다 빨간 뚜껑 소주의 아버지가 더 많은 사람을 울렸다”는 말까지 회자됐다.

이 장면은 단지 요리 대결의 승패를 가른 것이 아니었다. 시즌 내내 미슐랭 출신 파인다이닝 셰프들의 기술 경쟁이 주목받았던 흐름 속에서, 최강록의 마지막 요리는 ‘요리의 본질’로 시선을 돌렸다. 기술은 감동을 위한 수단일 뿐, 진심을 앞설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심사위원들이 그릇째 국물을 비우며 보낸 존중의 제스처 역시 이 맥락에서 읽혔다.

시청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요리사·자영업자라면 눈물 흘릴 수밖에 없는 엔딩”, “오늘을 버틴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찬가”라는 평가가 커뮤니티를 채웠다. 요리사가 아니어도, 하루를 마감하며 남은 것으로 자신을 위로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이 결승전은 낯설지 않았다. 남을 위해서는 몇 시간이든 쓰면서도, 자신을 위해서는 1분도 아끼는 삶의 아이러니를 정확히 찔렀기 때문이다.

물론 시즌을 둘러싼 논란이 모두 지워진 것은 아니다. 방영 전부터 불거졌던 심사위원 백종원 기용 논란과 초반 편집 실수로 인한 스포일러 사태, 특정 출연자 특혜 의혹은 제작진의 숙제로 남았다. 업계에서는 “최강록의 우승이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했지만, 시즌3의 흥행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신중한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하나다. <흑백요리사2>의 마지막 장면은 논란이 아닌 사람을 남겼다. 특별한 기술이 없다고 스스로를 낮췄던 한 자영업자의 국물 한 그릇이, 오늘을 살아내는 수많은 이들의 하루를 대신 위로했다. 그래서 이 우승은 한 명의 셰프를 넘어, 주방과 가게,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버텨온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기억되고 있다.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