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몰래 입대, 부모 도장 훔쳐 계약! 백수저 셰프 5명의 금쪽이 시절

안성재, 손종원, 최강록 셰프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에서 ‘백수저’로 불리는 셰프들의 과거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화려한 커리어와 안정적인 현재만 보면 정석 엘리트의 길을 걸어온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속이 까맣게 탈 수밖에 없었던 선택의 연속이었다. 지금의 성공이 있기에 “그래도 다행”이라는 말이 붙는, 백수저 셰프들의 금쪽이 시절을 정리했다.


안성재
부모도 모르게 입대해 이라크 파병까지

YTN <청춘 세계로 가다> 방송 캡처

안성재의 20대는 한 편의 성장 영화에 가깝다. 11세에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부모가 양말 가게, 식당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리는 동안 새벽 좌판을 돕고 방과 후 식당 일을 거들며 자랐다. 성인이 된 뒤 그는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미군에 입대한다. “여행을 마음껏 다닐 수 있는 방법”이라 여겼다는 이유였다. 주한미군을 거쳐 9·11 이후 이라크 파병까지 자원했으니, 뒤늦게 이를 알게 된 가족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입대 1년 만에 집에 들렀을 때 가족이 울고불고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일로 장난치면 안 되겠다”고 깨달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안성재 (사진: 넷플릭스)

전역 후 그는 포르쉐 정비공을 꿈꾸며 차량정비학교 학비까지 냈지만, 우연히 본 르 꼬르동 블루의 패서디나 캠퍼스 앞의 하얀 조리복이 인생을 바꿨다. 그 자리에서 요리학교 입학을 결정했고, 늦었다는 조급함에 개강 전부터 접시닦이를 시작했다. 안성재는 군 생활 4년이 생애 가장 좋았던 순간 중 하나였다고 회고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매일이 가슴 졸였던 시간 아니었을까.

최강록
부모님 도장 몰래 들고 일식당 계약

<마스터셰프 코리아 2> 방송 캡처

최강록의 금쪽이력은 ‘무모함’으로 요약된다. 밴드 드러머를 꿈꾸다 입시 음악에 실패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중퇴한 뒤 해병대에 입대했다. 제대 후 돈가스집·일식집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요리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보고 요리에 꽂혔다. 문제는 속도였다. 스시 아카데미 수료 후 24살에 동업으로 가게를 차리며 “식구들도 모르게 집에서 부모님 도장을 가져다 계약서에 찍어버렸다”고 자신의 책에서 회고했다.

최강록 (사진: 넷플릭스)

결과는 실패였다. 경험 부족과 동업 갈등, 회전초밥집 폐업까지 겪으며 그는 서른을 앞두고 가게를 접는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돌발 선택. 일본행이다. 8개월간 한국인 스님이 사는 도쿄의 절에서 지내며 일본어를 익힌 뒤 츠지 조리사 전문학교에 진학했다. 귀국 후에도 반찬 가게 창업 실패, 생계형 직장인 전환 등 우여곡절이 이어졌다. 그러다 술김에 지원한 <마스터셰프 코리아 2>에서 우승. 부모 도장 훔쳐 찍던 20대의 무모함은, 결국 드라마틱한 서사의 연료가 됐다.

샘 킴
회계사 공부한다 속이고 떠난 요리 유학

샘 킴과 어머니 (사진: 샘 킴 인스타그램)

샘 킴의 꿈은 부모님을 속이며 시작됐다. 그는 요리를 반대하던 어머니에게 “회계사 공부를 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그 시기 아버지 사업은 부도가 났고, 어머니는 제2금융권에서 300만 원을 빌려 아들의 유학비를 마련했다. 그 돈으로 떠난 길이 ‘요리 유학’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을 부모의 심정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샘 킴 (사진: 넷플릭스)

유학 생활은 화려하지 않았다. 7년간 주방 보조로 일하며 학비를 모았고, 요리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남들보다 느린 속도로 한 단계씩 쌓아 올렸다. 대신 기본기와 끈기는 확실했다. 학교 수석을 차지해 메달을 세 개나 받았다는 일화는 그 집념을 증명한다. 거짓말로 시작한 선택이었지만, 결과로 신뢰를 회복한 사례다.

선재 스님
개신교 집안인데 갑작스러운 출가

2007년의 선재 스님 (사진: 한국비구니연구소)

선재 스님의 금쪽이력은 방향이 전혀 다르다. 개신교 미션스쿨이 다니며 새벽기도를 빠짐없이 나가던 그는 교육열 높은 개신교 부모 밑에서 자랐다. 그러나 용주사 수련회를 계기로 불교에 귀의했고, 25살에 출가를 선언한다. 아마도 그의 개종은 부모에겐 큰 충격이었을 선택이다.

선재 스님 (사진: 넷플릭스)

출가 이후 그는 ‘사찰 음식’이라는 길을 연다. 중앙승가대 재학 시절, 영양실조로 사망한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계율을 지키되, 건강한 채식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물음이 채식만으로도 영양과 맛을 모두 갖춘 사찰 음식 연구로 이어졌다.

손종원
명문 공대도, 요리학교도 중퇴…
최종학력 ‘고졸’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던 손종원 (사진: 김범수(팻투바하) 인스타그램)

손종원은 부모의 기대를 가장 많이 흔든 사례다. 조기 유학으로 명문 사립 기숙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로즈헐먼 공대 토목공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둔 4학년 2학기, 그는 돌연 중퇴를 선택한다. 계기는 뉴욕에서 본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군 복무를 마친 뒤 다시 요리학교에 입학했지만, 그마저도 현장이 더 낫다는 판단으로 중퇴한다. 최종학력은 고졸이 됐다.

손종원 (사진: 넷플릭스)

이후 행보는 극적이다. 미슐랭 3스타 베누, 코아, 덴마크의 노마 등 세계 정상급 주방을 거치며 실력으로 증명했다. 공대 엘리트의 중퇴와 요리학교 중퇴가 반복되던 선택은, 결국 양식과 한식에서 각각 미슐랭 1스타를 유지하는 국내 유일 셰프로 귀결됐다. 부모의 걱정을 성과로 설득한 케이스다.


<흑백요리사2>의 백수저 셰프들 (사진: 넷플릭스)

부모 입장에서 보면 하나같이 “말려야 했던 선택”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금쪽이 시절은 현재의 경쟁력이 됐다. <흑백요리사2>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성된 셰프가 아니라, 위험한 선택을 통과해 온 인간의 서사가 접시에 함께 담기기 때문이다.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