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역대급 관중에 최악 쓰레기난…다회용기 구장은 이 3곳뿐
지난달 30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 한국프로야구(KBO)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보려는 관중 상당수가 민트색 접시에 담긴 치킨·떡볶이 등을 먹으며 경기를 즐겼다. 지난 7월부터 SSG 랜더스가 경기장에서 사용하도록 제공하는 다회용기다. 경기장 진입로에 있는 반납함에는 빈 그릇이 차곡차곡 쌓였다. SSG 랜더스 팬 함채연(27)씨는 “예전엔 경기가 끝나고 쌓여있는 일회용품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며 “다회용기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젠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구장 내 매장에는 컵·그릇·받침대로 구성된 민트색 다회용기 세트 1만5000개가 들어왔다. 반납함 27개도 설치됐다. 회수율은 94~95% 수준에 이른다. 반납된 다회용기는 위탁업체가 수거해 세척한 뒤 다시 매장에 공급한다. 수거 업체 잇그린에 따르면, 다회용기 도입 이후 약 2960㎏의 폐기물 저감효과를 냈다고 한다.
이날 구장을 찾은 키움 히어로즈 팬 김모(21)씨는 “다회용기는 처음 써봤는데 우려와 달리 깨끗하고 반납도 편하다”며 “키움 홈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에도 다회용기가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장 미화원 양미경씨는 “일회용품 양이 줄긴 했지만 다회용기를 일반 쓰레기함에 버리거나 좌석에 두고 가는 관중이 일부 있어서 힘든 점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사상 첫 1000만 관중 기록을 세운 프로야구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야구와 기후위기가 무관치 않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다. 실제 지난 8월 2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예정됐던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사상 처음으로 폭염 때문에 취소됐다. KBO는 기후 변화를 고려해 내년 프로야구 개막전을 3월22일로 앞당겼다. 출범 이후 가장 빠른 시기다. 내년 7~8월 일요일 경기는 오후 6시로 시작 시각을 1시간 늦추는 방안도 내놨다.
이같은 변화에는 기후 위기 문제에 민감한 MZ세대 유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KBO가 지난 7월 관람객 2006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올해 신규 관람자 가운데 20대가 31.4%로 가장 많았다. 20년 차 기아 타이거즈 팬 오모(33)씨는 “마구잡이로 일회용품을 버리던 과거와 달리 최근 젊은 세대에선 ‘지킬 건 지키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늘어난 관중만큼 쏟아지는 야구장 쓰레기는 큰 과제다. 녹색연합이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27일까지 전국 9개 야구장을 방문한 관중 20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약 83%가 “야구장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환경부가 진행한 제6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에만 전국 야구장에서 폐기물 3444톤이 나왔다. 전국 체육시설 중 가장 많은 양이다. 하지만 현재 다회용기를 도입한 구장은 잠실 야구장, 수원 KT위즈파크, SSG 랜더스필드 세 곳뿐이다.
야구 팬이 주축이 돼 ‘지속가능한 야구’를 추구하는 움직임도 있다. 야구 팬 전지은(35)씨가 지난 2022년 9월 꾸린 ‘크보플(KBO Fans 4 Planet)’이 대표적이다. 10대 고등학생부터 40대 직장인까지 활동가 7명(크보플 베테랑)과 지지자 19명(크보플루키)이 활동한다. 야구 경기장을 찾아 폐기물 감축 서명을 받고 구단에 전달하는 캠페인을 열거나, ‘대짝이(대나무로 만든 응원 도구)’를 제작하는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씨는 “유엔(UN)에서는 스포츠 단체가 기후 행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고 장려하고 있다”며 “KBO와 구단에서 책임감을 갖고 기후 행동에 앞장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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