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이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분석 결과에 따라 ‘빅데이터로 알아본 뜨는 도시’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동통신 데이터, 내비게이션 검색 건수,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언급량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함양군은 2023년 대비 외지인 방문자 수가 무려 16%나 증가하며 경상권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여름과 가을철인 8월과 11월에 방문자 수가 급증했는데, 이는 계절별로 변화하는 자연 경관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함양군에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세 곳의 대표 명소가 있습니다.
수려한 계곡미를 자랑하는 ‘칠선계곡’, 선비정신과 자연미가 조화를 이루는 ‘농월정’, 그리고 여름의 붉은 빛으로 물드는 ‘남계서원’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지금부터 이 세 곳을 따라, 계절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깊이를 함께 걷는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칠선계곡
함양군 마천면에 위치한 칠선계곡은 지리산 북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으며,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한국 3대 계곡’으로 불립니다.
이름 그대로 일곱 개의 폭포가 이어지는 이 계곡은 그 깊이와 웅장함, 그리고 청정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해 ‘한국의 마지막 원시계곡’이라 불릴 만큼 손상되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름철, 칠선계곡은 녹음으로 가득 찬 울창한 숲과 함께 시원한 계류 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더위를 식혀줍니다.
특히 해발 1,915m의 천왕봉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워, 계곡을 찾는 이들에게 단순한 피서 이상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다양한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어, 가벼운 산책부터 본격적인 등산까지 각자의 체력과 시간에 맞춰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 넓은 바위 위로 쉬어갈 수 있는 자리가 펼쳐져 있어, 물소리를 배경음 삼아 잠시 눈을 감는 순간마저 여행의 일부가 됩니다.
하지만 칠선계곡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구간이 있어 반드시 사전예약제를 통한 탐방이 필요하며, 산림청과 지리산국립공원 사무소에서 운영하는 해설사 동반 트레킹 프로그램을 이용해야만 일부 코스를 오를 수 있습니다.
농월정
칠선계곡에서 차량으로 30여 분을 달리면, 깊은 산자락을 빠져나와 마주하는 또 다른 고요함, ‘농월정’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농월정은 함양군 안의면에 위치한 정자로, 이름 그대로 ‘달을 희롱하며 노닌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시적인 이름처럼 농월정은 조용히 흐르는 위천(渭川)의 강물 위에 우아하게 걸쳐 있으며,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자아냅니다.
농월정은 조선 중기의 문인 정여창이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세운 곳으로, 지금도 정자에 올라서면 당대 선비들이 자연과 함께 사색을 즐겼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단풍으로 물든 산자락과 투명하게 흐르는 강물이 어우러져, 자연과 철학이 공존하는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시킵니다.
남계서원
함양군 수동면에 위치한 ‘남계서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에서 세운 서원 중 하나로, 선현 배향과 유생 교육의 전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공간입니다.
1552년, 조선 중종 때 문신 정여창 선생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이 서원은 풍수지리적으로도 수려한 배산임수의 터 위에 자리 잡고 있어, 방문하는 이에게 단아한 경관과 함께 역사적 무게감을 전해줍니다.
특히 여름철이 되면 남계서원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서원 담장 아래 피어오르는 붉은 배롱나무꽃입니다.
‘백일홍’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꽃은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붉고 선명한 빛깔로 피어나, 고즈넉한 한옥 건물들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풍경화를 완성합니다.
한옥 지붕의 곡선과 꽃의 곡선이 교차되는 순간, 이곳은 단순한 문화재가 아닌 감성을 일깨우는 공간으로 탈바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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