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반값아파트 선물'이 목표라는 회사, 창립기념행사도 이색적

심규상 2025. 2. 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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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동왕족발 신신자 대표가 쓴 '깨달음&깨달음'에 담긴 장수기업 비법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지난 14일 대전 유성구 호텔ICC에서 장충동 왕족발 창립 4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 심규상
한국 중소기업의 평균 수명은?

320만 개 중소기업의 평균수명은 12.3년(2023년 대한상공회의소)이다. 이 중 30년 이상 장수기업은 6.6%에 불과하다.

지난 14일 대전에서는 다소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한 중소기업의 창립 40주년 기념행사다. (주)장충동왕족발(육류 가공, 족발·보쌈 프랜차이즈)이다. 이 회사는 대전 중구에서 1986년 문을 열었다.

지역사회와 함께 한 창립 40주년 기념행사

창립기념행사가 이색적이라고 한 건 행사의 성격이다. 한 호텔의 홀을 빌려 기념식을 했는데 참여 인사가 전 직원(160여 명)을 포함 600여 명이다. 대전의 각계각층 인사들이 총망라됐다. 애초 15분 예정된 축사시간은 줄이고 줄였는데도 자발적 축사를 요청한 사람들로 한 시간 이상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정작 이 회사 신신자 대표의 기념사는 1분 남짓으로 축소됐다. 한 중소기업의 창립 행사가 아닌 지역민들이 함께하는 축하 행사로 보였다.

그러면서도 창립 행사의 주인공이 직원들임을 잊지 않았다. 전 직원이 이날 오후 동안 회사가 아닌 행사장에 모여 지역사회와 회사의 존재가치를 느끼며 만찬을 즐겼다.

장충동왕족발이 중소기업 평균수명보다 4배 가까이 장수한 비결은 뭘까. 창립기념행사에 지역사회가 함께 기꺼이 자발적 축사와 축배를 한 이유는 뭘까. 이날 창립기념식에서 첫선을 보인 신신자 대표가 쓴 '깨달음&깨달음'(출판사 새움아트, 235쪽)은 그 궁금증에 답을 주고 있다.

이 책은 이 회사를 일궈온 신 대표가 틈틈이 써온 에세이 성격의 글을 묶었다. 책을 보면 그는 칠 남매의 장녀로 태어났다. 남아선호가 뚜렷하던 때였고 가정 분위기도 그러했다. 이어 칠 남매의 맏며느리이자 종부로 30년 가까이 살았다. 부당함과 경제적 결핍으로 고달팠던 경험은 그에게 오히려 깨달음을 안겼다. '자식을 절대 차별해서 키워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이고 '다른 사람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부당함과 결핍 속에서도 그 폐해를 넘어설 방안을 찾은 것이다.

'미유라 아야코 초상화 앞에서 한 약속 '이웃과 함께'
 (주)장충동왕족발 대표가 쓴 '깨달음&깨달음'(출판사 새움아트, 235쪽)
ⓒ 심규상
남편과 함께 해오던 사업이 IMF(1997년)로 휘청댔다. 그런데도 홀로 부산으로 내려가 '장충동왕족발 동래점'을 오픈했다. 이후 3년 만에 그는 동래점에서 전국 1등 신화를 만들었다. 장사의 철학 그대로 고객을 주인으로 섬긴 덕분이었다.

하지만 IMF로 본사마저 어려워졌다. 그는 뜻하지 않게 2001년 본사를 인수했다. 같은 해 산업시찰단 일원으로 일본 삿포로를 방문한다. 당시 방문한 '미우라 아야코 기념 문학관'에서 들은 이야기는 그에게 삶의 전환점을 안겨준다. 그가 그날 접한 '미우라 아야코'(1922-1999, 三浦綾子, 빙점의 저자)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미우라 아야코는 결혼해 남편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작은 가게를 연다. 생활비만 벌면 된다는 생각에 좋은 물건을 싸게 팔았다. 그러자 장사가 참 잘됐다. 어느 날 남편에게 '우리 가게가 장사가 너무 잘 돼 인근 다른 가게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영업을 좀 줄이자'고 제안한다. 다음 날부터 취급 품목과 영업시간을 반으로 줄였다. 그런데도 장사가 잘됐다. 남은 시간 동안 아야코는 인근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문학적 소질이 되살아났고 신춘문예에 당선(빙점)됐다."

신 대표는 '다른 이웃 가게를 위해 내 영업시간을 줄인' 사연을 듣고 문학관 걸린 초상화 앞에서 약속한다. '이웃을 배려하며 함께 더불어 살겠다는 가르침을 본받겠다'는 약속이었다.
"큰 깨달음을 얻었고,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적어도 '남의 이익을 내 것으로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개발한 제품을 가지고 브랜드를 만들지 않겠다'라고 말이다. 지금까지 그 맹세를 지키고 있다." ( 책 중에서 )

책 한 권이 준 깨달음 "안전한 식품 만들 것"

이듬해 그는 <음식 혁명>(존 로빈스)이라는 책을 접한다. 이 책을 접하고 그는 큰 충격을 받는다. 존 로빈스는 배스킨라빈스 창업자의 아들이자 배스킨라빈스 상속자임에도 상속과 재산을 거부하고 환경운동가로 활동했다. <음식 혁명>은 유제품과 육류 소비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함께 인간과 지구 공동체의 건강이 기업의 이익 창출보다 중요하다고 믿은 저자의 실천적 삶이 잘 담겨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것저것 집어넣어 맛있게 만들어 많이만 팔겠다는 목적으로 오로지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궁리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안전한 식품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책 중에서)

이날 이후 그는 바른 먹거리에 관한 공부에 전념한다. 바른 먹거리를 찾아 많은 사람을 만난다. 첨가물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첨가물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맛을 지키는 것을 회사가 추구하고 나아갈 방향으로 정한다.

이를 통해 장충동왕족발은 무취 무향의 맛으로 다시 태어난다. 족발 특유의 졸깃하고 담백한 맛은 유지하되 감칠맛이나 자극적인 맛은 찾아볼 수 없다. 인체에 해로운 화학첨가물 없는 자연스러운 맛을 만들어 낸 것이다.

"첨가물을 빼면서 맛을 지킨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어 있는 입맛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책 중에서)

그의 바른 먹거리를 향한 도전은 이어졌다. 족발과 천상의 궁합인 동치미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연구한다. '제주 무'를 개발했다. 동치미를 담그는 데 가장 좋은 것이 가을 무였다. 봄에 나오는 무는 맵고 물러서 동치미에 적합하지 않았다. 제주도가 가을 무와 적합한 생육조건인 것을 확인한 후 2002년 맨 처음 제주도에서 겨울에 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겨울을 지나면서 가을 무를 능가하는 품질 좋은 무가 생산됐다. 하지만 봄 무에 생소한 때라 판로가 없었다. 그해 큰 손실을 보았다. 늦었지만 그 이듬해부터 제주 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반면 그는 농장을 정리하고 철수했다. 제주 무도 농협을 통해 수매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제주 무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전 국민이 맛있는 무를 먹을 수 있게 됐으니 이미 충분한 대가는 받은 셈이다. 주변에서 특허를 내라고도 했지만 내지 않았다. 세상에 없는 것을 개발했다고 그것을 독점한다면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게 된다." (책 중에서)

질 좋은 고랭지 가을배추를 얻기 위해 강원도와 중국에 배추 농장을 만들기도 했다. 직접 배추 농사를 짓기로 한 것이다. 결국 큰 손실을 보고 포기했지만, 그의 바른 먹거리에 대한 진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엿보게 한다.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아무 음식도 먹지 못하는 환자들은 물론 많은 사람이 건강을 지키길 바라는 마음으로 36가지 재료를 발아시켜 '바른 요일 차'(바요차)도 개발해 시판하기도 했다.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 제품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찮았다. 결국 큰 손실을 보고 포기했지만 '바른 먹거리'에 대한 도전은 줄어들지 않았다.

매년 수익금 30% 직원들에게, 10% 사회에 돌려주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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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상
그가 '미우라 아야코' 초상화 앞에서 한 '이웃과 더불어 살겠다'는 약속을 제일 먼저 실현하는 곳은 회사 내 직원들이다. 그는 회사 대표를 맡은 첫날 전 직원을 정직원으로 전환했다. 이후 직원들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여주고 싶은 마음에 매년 창립기념일에 수익금의 30%를 직원들에게 되돌려주는 특별상여금제도를 20년째 도입, 실천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특별상여금을 지급한 건 380%다. 그의 목표는 1000%다.

이 같은 실천의 밑바탕에는 기업의 존재 이유가 '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 회사를 키우고, 그 혜택을 복지로 받는 직원들이 행복해지고 행복한 직원들을 또다시 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경영진들은 노력해야 합니다."

전 직원들에게 한해는 국내 연수, 다음 해는 해외연수도 실천하고 있다. 직원 중 여성 가장들을 후원하기도 한다. 직원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집도 운영하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사는 직원들의 쾌적한 생활을 위한 기숙사도 여러 곳 만들었다.

이날 창립기념식에는 정년퇴직한 직원들이 초대됐다. 신 대표는 이날 전북 무주 구천동 인근 800고지에 정년퇴직한 직원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했다고 알렸다. 입사해 청춘을 다 바친 퇴직 직원들에게 감사패와 금일봉도 잊지 않았다.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매년 수익금의 10%는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공장에서 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폐수를 일절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미생물로 관리한다. 봉사하는 삶도 실천하고 있다. 토요일 새벽 연탄 봉사와 일요일 현충원 국수 봉사를 한다. 현충원 주변 비석도 닦고 청소를 하기도 한다.

곽영지 TBN 교통방송 사장은 추천사를 통해 "이 회사는 식품사고, 가맹점 분쟁, 쟁의 없는 3무 회사를 일궈내고, 수익금의 일정액을 사회에 환원한다"라며 회사의 장수 비법으로 윤리경영과 바른 먹거리를 위한 끊임없는 탐구를 꼽았다.

남은 꿈 "바른 먹거리타운 건립과 직원 특별상여금 1000% 지급"

그에게는 아직 많은 꿈이 있다.

하나는 바른 먹거리타운을 만들어 친환경주의 농법을 실험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바른 먹거리타운은 프랑스의 한 농장에서 얻은 프리덤 푸드를 보고 착안한 것으로 닭을 풀어 키워 생긴 배설물로 풀을 자라게 하고 그 풀을 먹고 자란 소를 키우는 순환 사이클 농법(프리덤 푸드)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경북에 3만여 평의 농지를 구입했다. 실험실이자 교육장인 셈이다.

한국을 상징하는 김치, 비빔밥, 불고기를 상용화해 세계인의 건강에 도움을 주겠다는 꿈도 진행형이다. 유통의 단점을 보완하고 편리하게 먹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 '냉동 발아 현미밥'도 그가 도전해서 만들고 싶은 식품이다. 직원들과 관련해서도 반값 아파트를 만들어 주는 일, 특별상여금 1000%를 주는 목표를 향해 진행 중이다.

겸손- 실천- 선순환

이 책의 세 가지 키워드를 뽑자면 겸손, 실천, 선순환이다.

책을 보면 저자는 시련이 올 때마다 예방백신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겸손의 기본은 자신을 낮추는 것 이전에 남을 존중하는 것이고 '아무리 배워도 배울 게 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또 '사는 동안 배우는 것을 내려놓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으로 실행하고 있다. '배운 것을 내려놓지 말라'는 건 '사는 동안 배운 것을 실천하라'는 일깨움이다.

저자는 시종 '선순환'을 말한다. 예를 들면 질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직원복지에 힘써야 하고, 그렇게 얻은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른 먹거리를 말하고 있지만 개인의 몸과 정신의 건강이 각자가 몸담은 회사와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 사회, 국가 전체가 선순환하는 구조임을 깨닫게 한다.

저자 또한 책 머리에 이렇게 썼다,

"절대 평범하지 않았던 삶을 살아왔던 나의 경험들이 후손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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