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구경도 못한 건 처음"…'1㎏ 156만원' 양양송이 뭔일

박진호 2024. 9.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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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7일 강원도 양양군 양양속초산림조합 공판장에서 조합직원이 주민들이 채취해온 송이를 선별하고 있다. [사진 양양군]


추석 전 송이 채취 못 한 건 올해가 처음


지난 13일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양양속초산림조합 송이 공판장. 매년 이맘때면 당일 산지에서 채취한 송이 무게를 측정하느라 분주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판매할 송이가 없어 공판장이 텅 비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송이로 유명한 양양지역에서는 가장 먼저 남설악 오색지구에서 나기 시작하는 데 올해는 아직 구경도 못했다. 최근까지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한여름 날씨가 이어지면서 버섯 포자가 제대로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송이를 채취해 온 윤광옥(68·여)씨는 “추석 전에 송이를 못 판 건 올해가 처음이다. 지금 같은 날씨가 이어지면 앞으로 열흘 뒤에나 채취가 가능할 것”이라며 “추석 대목 때가 가장 가격이 좋은데 명절 지나서 채취가 가능하니 많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9월 11일 양양에서 21.37㎏이 생산됐고, 2022년엔 9월 7일 인제 272.98㎏, 양양 78.26㎏, 고성이 37.13㎏을 기록하는 등 9월 초 생산이 시작됐다.

지난해 9월 11일 강원 양양군 양양속초산림조합 공판장 선별대에 첫 수확한 송이가 놓여 있다. [사진 양양군]


"원래 추석 앞두고 1㎏당 100만원 넘었었는데"


지난해 첫 공판 때 양양송이는 1등급 기준 1㎏당 낙찰가는 110만원으로 첫날 공판가로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 추석을 앞둔 9월 21일 진행한 공판 결과 1등급 공판가는 156만2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양양송이 가격은 매일 공판장에서 결정되는데 지난해는 채취량이 적어 한동안 130만~150만원에 판매됐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송이 가격이 1㎏당 100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이곳 농민은 몹시 아쉬워하고 있다. 고소득 임산물인 송이는 국유림에서 산림청에서 허가받은 주민만 딸 수 있다. 본인 소유가 아닌 산이나, 임차하지 않은 산에서 임산물을 채취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송이는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채취한다. 송이는 20년 이상 자란 소나무 숲에서 자란다. 양지바르고 바람이 잘 통하며, 물기가 잘 빠지는 흙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깊은 산속 비탈면에서 자라다 보니 일반인은 사실상 채취가 불가능하다.

송이는 생장 조건도 까다롭다. 토양과 기후 등 어느 하나만 맞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 올해처럼 무더위가 지속하거나 비가 많이 내려도 성장하지 않는다.

강원 양양군의 한 야산에서 주민이 송이를 채취하는 모습. [중앙포토]


양양송이연어축제 때 송이 채취체험 중단


주산지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중심으로 강원 강릉·양양과 경북 울진·영주·봉화 등이다. 비타민D와 향이 풍부한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송이 작황 부진이 이어지자 ‘양양송이연어축제’ 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다음 달 3∼6일 양양 남대천 일원에서 축제가 열릴 예정인데 송이가 없어 일부 송이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양양문화재단 축제운영팀 관계자는 “현재 송이가 나오지 않는 데다 축제기간 송이가 많을 것이란 보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송이 채취체험을 중단하게 됐다”며 “대신 참가자에게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생태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양양=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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