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지 못한 교사, 치료받지 못한 학생…계룡 교사 피습이 드러낸 학교 ‘이중 공백’

충남 계룡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고3 학생의 교사 흉기 상해 사건을 계기로 학교 안전망의 구조적 공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서적 위기를 겪는 학생을 치료할 시스템과 위험에 노출된 교사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충남 논산경찰서는 교사를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긴급체포된 A군(18)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군은 전날 오전 8시 44분쯤 교장실에서 교사 B씨(38)에게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B씨는 6년 전 A군이 재학하던 중학교 학생부장이었다. 지난달 1일 B씨가 해당 고교로 전근하자, A군은 과거 지도 과정에서 비롯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등교를 거부했다. 학교는 B씨의 사과 편지 전달을 주선했으나 관계 회복에 이르지 못했고, A군은 지난 6일부터 대안학교 위탁교육에 들어갔다. 사건 당일 A군은 학교를 찾아가 교장에게 B씨와의 면담을 요청했고, 교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숨겨온 흉기를 꺼냈다. 경찰은 A군이 미리 흉기를 준비한 점, 교사와의 면담을 요청한 점을 토대로 계획 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위험 인지하고도 교사 지킬 방법 없어”
이 사건을 두고 교육계에선 학내에서 교사를 지킬 제도적 장치가 공백 상태였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A군이 B씨를 이유로 등교를 거부하는 상황이었으나, 학교 측은 흉기 반입을 차단하거나 학생의 접근을 제한할 구체적인 매뉴얼을 갖추지 않았다. 오히려 갈등 관계인 두 사람이 대면하는 자리까지 만들어졌다. 충남교사노조는 “학생인권조례 등에 따른 소지품 검사 제한으로 선제적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위험을 인지하고도 개입하지 못하는 구조를 탈피할 법적 안전망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교사를 향한 학내 상해 사건은 매년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사에 대한 상해·폭행 건수는 2022년 347건, 2023년 488건, 2024년 502건으로 증가세다. 당국은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학교 안전 보안관 확충 등의 대책을 내놨으나 현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새 매뉴얼이 내려오지만, 정작 교실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교사 혼자 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똑같다”고 토로했다.
위기 학생 ‘방치’하는 위탁교육·심리치료
정서적 위기 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가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A군에 대한 대처 역시 대안학교 위탁이라는 ‘공간적 분리’에 그쳤다. 위탁교육은 미인정 결석이 연속 7일 이상이거나 누적 30일 이상인 위기 학생의 학업 중단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정작 학생의 심리 상태를 점검하거나 치료를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

교내 상담 기구인 Wee클래스 등이 존재하지만, 전문적인 의료 개입은 학부모 동의가 필수적이어서 학부모가 거부하면 학교가 손쓸 방도가 없다. 지난해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관심군 7만2300명 중 13.3%가 ‘학부모·학생 거부’로 전문기관 연계가 끊겼다. 김현진 국민대 교육학과 교수는 “의학적 치료는 학교의 행정적 영역을 벗어나는 일인데, 정작 치료가 시급한 학생들이 현재의 행정 틀 안에서만 다뤄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교내 상해…“실효성 있는 대책 시급”

김효성 충남교사노조 대변인은 “보호자가 거부하면 치료가 불가능한 현 구조가 문제”라며 “의료 전문가가 개입해 전문적 치료를 지원할 수 있는 강제성 있는 법령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통제보다는 정서적 위기를 미리 진단하고 치료하는 예방 체계 강화가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학교 안전망을 전면 재검토하고 실질적인 교권 보호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연·이보람·신진호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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