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바이주의 특징 [스페셜리포트]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5. 12. 2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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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향? 농향? 청향?

원료·발효·흙·지역 따라 천차만별

다만, 이제야 하나둘씩 알려지기 시작한 바이주는 아직 대중에겐 생소한 경우가 많다.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법. 바이주의 특징을 잠시 살펴보자.

국내에서는 중국 증류주를 통칭해 ‘고량주’라고 부르는데, 이는 원료 기준 표현에 가깝다. 고량(高粱)은 수수를 뜻한다. 수수를 사용한 술이라는 의미로는 쓸 수 있지만, 중국 술 분류 체계에서 정식 명칭은 ‘바이주’다. 중국 전통주는 크게 황주와 바이주로 나뉜다. 황주는 쌀·찹쌀 등 곡물을 당화해 저도주로 빚은 술로 색이 노랗고 도수가 낮다. 반면 바이주는 수수·밀·보리 등 곡류를 이용해 만든 고도 증류주이며 투명하기 때문에 ‘백(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고량주’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바이주가 주로 생산되는 지역은 중국 쓰촨성, 산시성, 구이저우성 일대다. 특히 구이저우성의 마오타이진(茅台鎭)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바이주 벨트다. 이 지역은 수백 년 전부터 자연발효에 적합한 습도와 토양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다. 발효갱(발효 용기)의 구조나 누룩 배합 역시 지역 고유 방식이 유지돼 같은 브랜드라도 공장 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바이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액체 상태를 발효한 뒤 증류하는 서구식 증류주와 달리, 고체 상태 그대로 발효한 이후 증류한다는 점이다. 잘게 빻은 곡물과 누룩을 섞어 지하 발효갱에 넣고, 일정 기간 자연 발효를 거친 뒤 꺼내 찌고 다시 발효시키는 과정을 반복한다. 고체 발효는 향과 맛의 층위를 훨씬 다채롭게 만든다. 위스키는 오크 숙성, 소주는 희석·정제 공정이 풍미를 결정하지만, 바이주는 발효갱의 흙 성분·누룩의 균 조성·온도 변화 등 자연 환경 전체가 맛을 좌우한다. 발효할 재료를 항아리에 넣는지, 흙구덩이를 파 만든 저수조에 넣는지, 그 저수조의 벽을 벽돌로 세우는지에 따라, 또 같은 브랜드의 같은 제품이라도 생산 연도나 계절에 따라 향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이유다.

향(香) 체계와 지역별 양조법이 뚜렷하다 보니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공부하고 음미하는 ‘학습형 주류’로서 매력이 커진 점도 바이주가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

중국 바이주는 크게 장향, 농향, 청향(백향)으로 나뉜다.

가장 대중적인 술은 농향형이다. 열대과일 또는 파인애플을 연상시키는 싱그러운 향이 특징이며 부드럽게 넘어가 초심자에게 가장 익숙하다.

대표 농향형 바이주는 ‘우량예(五糧液·오량액)’다. 쓰촨 지역에서 생산되는 바이주로 중국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다. 첫맛은 강렬하지만 은근한 달콤함이 맴돌며 마시다 보면 더욱 부드럽게 느껴지는 술이다. 수수를 중심으로 쌀, 찹쌀, 옥수수, 밀이 더해져 총 다섯 가지 곡물이 들어간다고 해서 명나라 초기에 오(五)량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외에 수정방도 농향형 바이주로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프리미엄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바이주는 장향형이다. 간장·된장·청국장처럼 발효된 장(醬) 향을 낸다. 장향 바이주의 대표격인 ‘마오타이(茅台)’는 각종 중국 외교 무대와 비즈니스 현장 등 격식 있는 자리에서 마셔야 하는 대표 술로 자리매김했다. 500㎖ 병당 수십만원부터 수백만원에 이르는 것이 보통이며 1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기원전 2세기 무렵부터 하늘에 올린 술이라고 하며, 한나라의 무제가 이 술을 마시고 ‘감미지(甘美之·달고 아름다운 술)’라고 칭호를 내렸다고. 2000년 전의 술맛이 지금과 같은지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중국에서는 상징성이 큰 국주(國酒)로 통한다.

마지막으로 청향형(백향형)은 깔끔하고 드라이하며 도수가 높다. 다른 향과 달리 흙구덩이가 아닌 항아리에서 발효시키며 발효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지 않다. 무겁고 점성 있는 장향과 달리 산뜻한 한잔을 원하는 소비자가 선호한다. ‘분주(汾酒)’가 대표적인 청향형 바이주다. 한국 소비자에게 가장 무난한 입문 바이주로 꼽힌다. ‘노주노교(州老)’는 최근 편의점 협업을 통해 국내 인지도를 넓히며 소비 접근성을 높였다. 중국집에서 흔히 마셔보았을 저렴한 이과두주도 청향의 뉘앙스를 낸다.

이외에도 쌀·밀 등을 사용해 만드는 미향(米香)형, 독특한 약초향을 지닌 약향(藥香)형, 여러 향을 내는 ‘겸향(兼香)’형 등 바이주의 향형을 구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일례로 몽지람과 같은 제조사로 주목받은 양하대곡은 농향형 술임에도 청향형 바이주같이 맑은 향을 내기도 한다.

GS리테일에서 바이주, 사케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3.5배 성장했다. 서양술로 몰린 관심이 동양술로 옮겨오고 있다는 평가다. (GS리테일 제공)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9호 (2025.12.17~12.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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