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이름값' 1위는 11억 강남역…새로 뜬 성수역 얼마

김철웅 2024. 9. 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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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은 하루 평균 약 10만 2000명 승객이 이용한다. 중앙포토

서울 지하철역 중에서 특정 상호를 함께 표기하는 몸값이 가장 비싼 역은 강남역이었다. 강남역은 지난 8월 한 치과가 11억 1100만원을 써내 최고가로 낙찰받았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수도권 지하철 1∼8호선 총 276개역에서 역 이름이 유상 판매된 곳은 39개다. 입찰 방식이기 때문에 대체로 탑승객이 많은 역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1위 강남역(하루플란트치과)에 이어, 성수역(CJ올리브영) 10억원, 을지로3가역(신한카드) 8억7450만원, 을지로입구역(하나은행), 8억원, 선릉역(애큐온저축은행) 7억5100만원이 상위 5개다.

이중 강남역은 유동인구 규모가 전국 최상위권이고, 을지로 지역은 금융회사 본사가 밀집해 전통적으로 상징성이 큰 곳이다. 성수역의 경우, 과거 경공업 단지에서 벗어나 최근 젊은 층과 외국인이 몰려들며 지난 2022년 새로 포함됐지만 빠르게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역삼역(센터필드), 7억500만원, 을지로4가(BC카드), 7억70만원, 명동역(우리금융타운), 6억5466만원, 구로디지털단지역(원광디지털대) 4억7700만원, 압구정역(현대백화점), 4억7300만원 순으로 몸값이 비쌌다.

낙찰을 받은 기관은 3년 동안 해당 역 옆에 괄호 안 글씨로 원하는 명칭을 넣을 수 있다. 역 출입구,승강장, 안전문, 노선도 등 총 10곳에서 상호가 노출된다. 재입찰 없이 3년의 계약 연장이 1회 가능하다.

돈을 많이 쓴다고 아무나 제한 없이 표기하는 건 아니다. 교통공사 내부 규정을 보면 '인지도가 높은 기관으로 지명, 관공서, 학교, 의료기관, 기업체 등'으로 대상을 제한해 놨다. 공익적 의미를 훼손하는 명칭은 낙찰을 받더라도 이후 심의위원회에서 제외될 수 있다.

교통공사는 2016년 재정난 타개책으로 이 사업을 시작해 최근 4년간 149억7000여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해외에서도 철도 운영사의 주요 수입원이다. 일본은 2000년대 중반, 지방 사철(私鐵)이 처음 도입했고, 2013년 대형 사철인 게이큐 전철이 시행한 뒤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인도 델리 등도 '역 명명권(Naming Rights)'이라 부르는 비슷한 제도가 있다.

특히 뉴욕지하철을 운영하는 MTA는 애틀랜틱애버뉴(Atlantic Avenue)역 20년 간 명명권을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리즈(Barclays)에 연간 20만 달러(2억 6000만원)에 판매했다. 현지 역에선 'Atlantic Av-Barclays Center'로 표기돼 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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