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낙이 사라졌다" 한국인들 한숨..."지금이 기회" 쓸어담는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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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이 여행의 낙이었는데."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시내 면세점 잡화 매장.
출국 전 인터넷 면세점 장바구니를 채우는 것이 해외여행의 필수 과정이었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
5년차 직장인 송건이씨(35)는 "예전엔 면세 쇼핑이 여행의 낙이었는데 지금은 잘 안 본다"며 "환율 부담이 커서 담배도 면세점에서 굳이 살 이유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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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이탈 vs 외국인 북적…소비 구조 대조
중동 리스크 환율 반등…면세업계 수익 '비상'
"면세점이 여행의 낙이었는데…."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시내 면세점 잡화 매장.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진나연씨(31)는 평소 찜해뒀던 유명 브랜드 선글라스를 써보다 말고 스마트폰 계산기를 두드렸다. 면세가가 215달러. 오늘 환율을 적용하니 32만원에 육박했다. 진씨는 "먼저 갔던 백화점에선 제휴 카드 할인을 받으면 27만원대까지 떨어지는데, 굳이 여권 챙겨서 공항 인도장까지 갈 이유가 있겠느냐"며 아쉬운 표정으로 매장을 나섰다.

출국 전 인터넷 면세점 장바구니를 채우는 것이 해외여행의 필수 과정이었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는 고환율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가격 역전 현상이 일상이 됐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9.8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며 장중 1536.9원까지 치솟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환율은 최근 휴전 합의 소식에 1400원대 중반까지 내려오며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단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자 환율은 다시 가파르게 반등했다.
면세가가 시중가보다 비싸다는 인식은 확산하고 있다. 5년차 직장인 송건이씨(35)는 "예전엔 면세 쇼핑이 여행의 낙이었는데 지금은 잘 안 본다"며 "환율 부담이 커서 담배도 면세점에서 굳이 살 이유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환율 상승으로 관련 업계의 실적은 이미 크게 악화한 상태다. 전국 면세점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2조5340억원으로 2019년(2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3조4039억원을 기록했으나 53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신세계면세점 역시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51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13.8% 감소하며 인력 효율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태다.
반면 내국인이 떠난 자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메우고 있다. 같은 날 면세점 화장품 매장 앞은 결제를 위해 여권과 비행기 표 뭉치를 백화점 바닥에 늘어놓은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이들에게 지금은 한국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 쓸어 담을 수 있는 할인 기회다. 가족과 함께 명동을 찾은 미국인 관광객 카일 워커씨(48)는 "아시아 국가 중 한 곳으로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최종 목적지를 한국으로 정했다"며 "환율 덕분에 평소보다 원화 지폐를 두툼하게 챙길 수 있어 소비에 여유가 생겼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고환율과 고유가가 맞물린 현재의 대외 환경이 여행 소비 심리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면세점이 비싸다는 인식이 소비자 기저에 자리 잡으며 근본적인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며 "당장은 유류할증료 인상 등 외부 요인이 여행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지만, 고유가 상황이 2~3개월 이상 길어지면 실제 여행객 감소로 이어져 면세업계의 내실 경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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