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 분수령인데 '대권주자 입지' 부각 힘싣기만…
무죄 촉구 탄원서에는 "직전 대선 후보
기소는 檢 동원한 정치 보복" 일방 주장
공개 '하야 요구'에 정권규탄대회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16 재보궐선거에서 야당 강세 지역 수성에 성공한 직후, 한 달가량 남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에도 불구하고 '대권주자'로서 일방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분수령인 11월이 임박할수록, 오히려 이 대표를 대권주자로 한 차기 집권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그동안 야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1년 단축을 결단하고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줄이는 개헌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급기야 최근 공개석상에서는 윤 대통령을 향한 '하야' 압박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이 대표의 '조기 대선' 빌드업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선거 이튿날인 17일 배추 농가를 찾아 의견 청취를 하고, 입법 약속을 하는 등 '민심'을 살피는 듯한 행보도 보였다.
이 대표는 최근 민주당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보낸 친전에서도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을 조준하듯 "국민의힘이 민생을 방기한 채 정쟁 다툼에 빠져 자중지란을 보이는 순간"이라며 내부 '설화' 단속에 나선 바 있다. 국정감사 기간 중 골프모임(민형배 의원), 국민의힘 소속 전임 구청장의 별세로 치르게 된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한 '혈세 낭비' 발언(김영배 의원), 국악인 공연을 '기생'에 비유(양문석 의원)한 사례 등을 의식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런 점들이 영향을 미쳐 "현 정권의 실정을 바로잡을 동력이 약화되면 어떻겠느냐"는 우려도 표출했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7일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을 본부장으로 하는 집권플랜본부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민주당은 "윤석열 무정부 시대 이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시대를 진지하게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오는 11월 15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5일엔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거나, 위증교사 사건에서 금고형의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대법원까지 결국 가게 되겠지만, 1심 판결만으로도 이 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전운이 고조되고 있기에 역으로 이 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인위적으로 더욱 부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지지층의 동요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검찰' 프레임을 계속해 꺼내들고, 동시에 '정적 제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용기 의원은 지난 17일 KBS '전격시사'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과 관련 "일각에서는 사법리스크라고 계속적으로 평가를 하지만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나왔다"며 "모든 내용들을 사정 정국으로 흔들어 갈 것이고 그 지점만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야당의 지도자로서 리더십의 흔들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 친명 세력과 이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무죄를 호소하며 재판부에 탄원서를 보내는 움직임도 전개되고 있다. 최근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마을' 공지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무죄 판결 촉구 탄원서 전파와 참여 독려' 글이 올라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정의로운 판결을 바라는 탄원서'는 "현 정부 하의 검찰은 민주화 이후로는 처음, 헌정사를 통틀어 세 번째로 직전 유력 대선후보를 기소했다"며 "지난 대선에서 경쟁했던 제1당 당대표를 일주일에 2~3일 동안 종일 법원에 묶어두고 있다. 군사독재시절에나 보던 가택연금을 떠올리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부분에서는 "검찰은 헌법이 만들어진 후 처음으로 대선 과정에서의 말을 문제 삼아 낙선한 대선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고 적혔다.
탄원서는 "대선 당선자인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특권을 누리기 때문에 그동안은 대선 낙선자를 선거법으로 기소한 사례가 없다. 최소한의 형평성을 지키기 위한 상식"이라며 "결국 직전 대선의 경쟁 상대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것은 '검찰을 동원한 정치보복'이란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 달 11일까지를 기한으로 제시한 해당 탄원서는 민주당의 최대 친명계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취합해 이재명 대표 변호인을 통해 판사에게 전달된다.
또한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검찰을 규탄하면서, 오는 2일 주말엔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고 장외전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표면상으로는 김 여사를 조준한 것이지만, 사실상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 성격이 짙다.
재명이네마을에는 '11월에는 모두 거리로 거리로'라는 공지글도 올라와 있는데, 내용에는 "윤석열 정치검찰 야당탄압 독재정권 규탄하고, 윤석열 몰아냅시다"란 구호가 함께 적혔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현재 '대국민 소통단' 모집도 진행 중이다. 모집 글은 '내가 민주당이고, 내가 이재명이다'란 문구를 내걸고 있으며, 이들의 활동 중 하나에는 '국민 투쟁 활동'도 포함됐다.
국민 투쟁 활동에 대한 설명은 "대중과 함께하는 투쟁 활동을 주도하여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탄압과 검찰독재에 맞서 싸운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국민의 저항의지를 결집시키는 활동을 전개한다"이다. 이외 소통단의 역할은 정부 정책 실시간 모니터링과 온라인 홍보 및 소통 전반, 정부 부당 행위 제보 및 고발, 언론·유튜버 등 왜곡 및 가짜뉴스 고발이다.
22대 국회는 범야권 의석이 192석으로 압도적이지만, 국민의힘도 108석을 확보하고 있어 야권만으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은 '심리적 탄핵' 등을 내걸고 장외 집회 인력 동원과 국민여론전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문제는 언제까지 이 대표를 둘러싼 재판들의 '시간끌기'가 가능할 것인지다.
이 때문에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하야' 발언이 '조기 대선'을 은유적으로 거론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각종 사건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더라도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관건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최근 선거법 재판에 있어 '633 원칙'을 지키라고 하면서 신속한 재판을 강조한 것이 실제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의 여부다. 조 원장이 판사들에 권고한 내용은 공직선거법 제270조(재판기간 강행규정·633법)다. '선거범 재판의 선고는 1심은 공소제기 후 6개월, 2심 및 3심은 전심 선고 후 각 3개월 (합계 1년)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법원장이 이를 직접 거론했다는 데서, 대선 전 이 대표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종결될지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앞선 민주당의 지도부의 '하야'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그동안 쌓아온 대통령 탄핵 빌드업이 모두 이재명 대표의 뜻에 따라 기획된 것이란 게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송 최고위원을 지명하자, 송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유일한 선택지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하야'라며 지도부 회의에서 하야와 탄핵을 대놓고 거론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민주당이 장외투쟁 등을 예고한 것에 대해서는 "거대야당을 개인 로펌처럼 활용해 수사 검사들을 무더기로 탄핵하고 재판부를 향해서는 국민적 저항을 운운하며 협박을 서슴지 않더니, 이젠 정권 퇴진운동에 돌입한다"면서 "온갖 명분을 가져다 붙였지만 결국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려는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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