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산책러'가 꼽은 서울에서 걷기 좋은 길
[이현우 기자]
어느새 서울에 산 지도 7년째다. 걷는 걸 좋아해서 애인 혹은 친구와 함께 구석구석 누볐다. 가끔 시간이 나면 혼자서 보물찾기 하듯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흥미로운 장소나 사물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아이처럼 기뻐한다. 그래서 매일 다니는 장소도 다른 경로를 통해 가기도 한다. 예를 들면 대학원 연구실을 갈 때도 최단 경로로 가기보다는 일부러 한참을 여기저기 돌아보며 해찰을 즐겼다.
서울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자연환경과 고층 건축물이, 조선시대 한양의 옛것과 현대 서울의 새것이 공존한다. 해찰하기 참 좋은 도시다. 아직도 못 가본 동네가 많고 지금도 여전히 매일 새로운 서울을 발견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프로 산책러'가 봄맞이 걷기 좋은 길을 추천하고 걷기 좋은 도시에 관한 단상을 써보고자 한다. 서울을 한강 이북과 이남으로 구분했다. 이번 기사는 이북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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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호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선전도'다. 조선시대 한강 이북 지역의 산세와 청계천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
| ⓒ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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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산공원 한양도성길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자주 방문하는 산책로다. |
| ⓒ 이현우 |
하지만 오늘 자세히 소개하고 싶은 종로권 산책로는 세 군데다. 첫째, 북한산 형제봉 코스를 트레킹 하고 평창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매주 이곳을 온다는 중년 부부를 정상에서 만났는데 다른 북한산 등산로와는 다르게 사람이 적다는 알짜 정보를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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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산 형제봉 정상에서의 풍경 |
| ⓒ 이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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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암동에서 보이는 북한산의 풍경이다. 높지 않은 건물 덕분에 푸른 산과 맑은 하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동네다. |
| ⓒ 이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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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왕산 더숲 초소책방은 2018년 인왕산을 전면 개방함에 따라 서울시와 종로구가 초소로 이용되는 장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
| ⓒ 이현우 |
이 장소는 자연이 만든 초록색의 '아웃테리어'가 다했다고 평해도 이상하지 않다. 초록빨(?)을 제대로 받은 건축물이랄까. 초소책방은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녹아든 건축물이 상을 타는 건 그리 놀랍지 않다. 건축 행위를 통해 채우겠다는 생각보다는 최소한의 건축 행위로 비움의 철학을 보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몸을 위한 다이어트 열풍은 식지 않는데 왜 우리 도시는 절제하지 못하는가.
초소책방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수성동계곡이 나오고, 서촌으로 갈 수 있다. 서촌이야 워낙 유명한 거리이기 때문에 구태의연한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양말 가게나 소품숍이 있으니 구경도 하고 가볍게 쇼핑도 할 수 있다. 체력이 좋은 이들은 형제봉에서 서촌까지 연결해도 좋겠다. 필자는 두 코스를 하루 만에 걸어보았는데 총걸음수는 2만 1천 보였다.
천변을 따라 걷는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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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인근 청계천 산책로의 풍경 |
| ⓒ 이현우 |
계절에 따라 운이 좋으면 오리 가족과 백로를 만날 수 있다. 집 근처인 성북천 산책로를 종종 걷곤 한다. 중간중간 운동 기구가 있어 철봉 운동을 하기도 하고, 낮에는 인근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돌아오기도 한다.
서울 도심 내 천변에 조성된 산책로가 좋은 이유는 언제든 휴식을 취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산책로마다 쉴 수 있는 의자나 돌계단이 마련되어 있다. 경의선숲길은 조경이나 바닥 포장 면에서 비교적 최근 도시설계가 적용되어 자연미와 인공미가 동시에 느껴진다면, 청계천과 성북천은 시간의 때가 묻어 있는 자연미가 더 많이 느껴진다.
서울시에서 의도한 바이진 모르겠지만 청계천은 성북천과 이어지고 성북천은 다시 한양도성길 낙산공원과 이어진다. 낙산공원 한양도성길은 동대문 DDP와 청계천에 이어 광화문까지 연결된다. 이중 하나의 포인트를 정해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걸어봐도 좋겠다.
모든 시민은 '산책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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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북천의 풍경 |
| ⓒ 이현우 |
둘째, 걷기 좋은 도시는 보행자 위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어린이, 휠체어 이용자, 시각장애인, 유아차 이용자 모두가 통행하는 데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천변 산책로는 보통 도심지 보행로보다 지대가 낮은 곳에 있다. 계단을 통해 내려가거나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게 된다. 주 출입통로는 경사로가 설치되어 배리어프리가 적용되어 있지만 계단만 설치된 곳도 있다.
모든 시민은 '산책할 권리'가 있다. 물론 산악지대마저 배리어프리를 적용하긴 힘들겠지만 도심지 내 산책로는 모두가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디테일함에서 도시설계가의 능력이 발휘되는 것 아닐까.
마지막으로 신호등이 최소한으로 있어야만 한다. 신호를 기다리며 걷는 건 생각보다 심리적 불편함이 크기 때문이다. 청계천 산책로에는 신호등이 없기 때문에 광화문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까지는 신호등이 걸음을 막아 세울 일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청계천을 사랑하는 이유일 테다.
신호등은 자동차와 보행자 공존을 위한 약속이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보행자보다는 자동차를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로 보행신호는 짧고 횡단보도는 많지 않다. 보행자로서 좀 더 강력하게 주장하면, 신호등 없는 거리를 만들고 횡단보도는 항시 보행자 우선이면 좋겠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이 보행자를 늘 조심하며 다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꽃과 나무가 봄을 알리고 있다. 각자 사는 도시를 걸어보며 계절감을 만끽하기 좋은 계절이다. 도시를 사랑하는 이라면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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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계정(@rulerstic)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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