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초격차’ 기술로 1조원 필리핀 뉴클락시티 물사업 도전

장정욱 2024. 10. 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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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수도권 신도시 뉴클락시티 건설
180만 상주인구 목표 친환경 도시 계획
수자원공사, 상하수도 총괄 사업 입찰
‘앙갓댐’ 관리 이력에 현지서도 긍정적
뉴클락시티 개발 모델이 되고 있는 필리핀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 개발 후 모습. ⓒ필리핀기지전환개발청

한국수자원공사가 초격차 물관리 기술을 바탕으로 최소 1조원 규모 필리핀 뉴클락시티 상하수도 공사에 도전한다. 그동안 앙갓댐 발전시설 운영 등 필리핀 지역에서 입증한 물관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 입찰을 시도 중이다.

뉴클락시티는 필리핀 정부가 건설 중인 계획도시다. 과거 미군기지 자리를 중심으로 필리핀기지전환개발청(BCDA)가 사업을 주도한다.

뉴클락시티는 클라크 특별경제구역 일부로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시절 착공했다. 수도 마닐라에서 약 90㎞ 떨어진 곳으로 규모로는 우리나라 성남 분당 신도시 6배 규모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은 수도인 마닐라 지역 자연재해와 교통체증이 늘어나 도시 확장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두테르테 임기 중 가장 큰 사업이라 손꼽을 정도다.

인구 최소 180만 명 규모 도시를 꿈꾸는 뉴클락시티 사업은 현재 기반 시설 가운데 마날리시티와 클락공항에서 접근하는 도로 공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한 상황이다. 다만 2019년 동남아시안 게임 개최를 위해 건설한 종합운동장과 수영장, 선수촌을 제외하면 아직은 허허벌판이다.

필리핀 정부는 뉴클락시티 사업 성공을 위해 시행령 등을 통해 공공기관의 강제 이주를 추진 중이다. 마닐라 내 공공기관을 뉴클락시티로 옮기거나 최소 대체 사무실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실제 뉴클락시티는 중앙정부 2청사와 국영 은행, 국립 스포츠 아카데미, 공군 커뮤니티 시설, 대학 캠퍼스, 각종 연구단체 등이 이전 또는 신설을 예정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 기관 외 국제기구도 이전 대상이다.

뉴클락시티 개발 모델이 되고 있는 필리핀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 개발 전 모습. ⓒ필리핀기지전환개발청

앙갓댐 운영 경험이 최대 강점

한국수자원공사는 뉴클락시티 건설 사업 가운데 상하수도 사업에 뛰어든다. 단순히 상하수도 관로 공사에만 국한하지 않고 취수원 개발(댐 등)과 정수장, 공급 관망, 하수 처리시설까지 모두 아우르는 총괄 개념이다. 한 마디로 물 관련 사업의 ‘A to Z’ 모두를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필리핀 국내 상하수도 사업은 국가 중요시설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제한하는 분야다. 외국인 지분이 40%를 초과할 수 없다. 수자원공사도 현지 파트너사를 구해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수자원공사는 현지 파트너사 확보를 위해 마닐라 2대 민간 수질관리 사업권자인 메이닐라드 워터 시스템즈(Maynilad Water Services), 필인베스트 그룹(Filinvest Group) 등과 사업 추진을 협의 중이다,

올해 1월 사업 관련 정보를 입수한 수자원공사는 4월부터 관련 실무자를 만나는 등 본격적인 사업 수주를 위해 나서왔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근무한 동남아 해외 사업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을 수자원공사 아시아지사 필리핀센터로 발령해 실무를 담당하게 했다.

7월에는 발주처인 BCDA와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거뒀다. 협약 주요 내용은 ▲기반 시설·스마트 기술 등 정보공유 ▲공동 워크숍·세미나 등 활성화 ▲타당성 조사 시행 및 현장 조사, 인허가 등 지원 ▲기술·재정·운영을 고려한 포괄적 사업 제안 등이다.

수자원공사는 8월부터 사업 타당성 검증을 시작, 오는 12월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BCDA에 정식 사업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동남아시안 게임을 위해 뉴클락시티에 조성한 국제대회 규모 수영장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지하 저류댐’ 등 신기술에 필리핀 당국 관심↑

현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수자원공사가 2010년부터 앙갓댐 발전시설을 관리해 온 경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참고로 앙갓댐은 마닐라 인구 98%가 쓰는 수돗물을 공급하는 곳이다. 사실상 필리핀 수도의 핵심 시설을 10년 넘게 운영한 전력이 확실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BCDA 관계자는 “물 분야에서 수자원공사가 전문 기술을 워낙 많이 확보하고 있다. 고품질 용수를 만드는 데 의심이 없다”며 “기술적 부분에서는 우위에 있다고 본다. 경쟁적인 가격만 잘 제시한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필리핀은 수질 문제로 고생하는 지역이 많은 데 수자원공사가 (이번 입찰에 참여하면) 그런 부분에서도 장점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입찰액과 공사 수준을 제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낙찰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사업 규모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소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한다. 수자원공사가 사업을 맡게 되면 인도네시아 까리안 지역 광역상수도사업 이후 7년 만에 신규 해외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휴 수자원공사 필리핀센터장은 “필리핀에서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평판은 앙갓댐 운영을 잘한다고 소문나서 좋은 편”이라며 “특히 지하저류댐에 관해 BCDA가 혹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하 저류댐은 말 그대로 땅속에 소규모 댐을 만드는 것이다. 땅 밑에 보를 만들어 지하수를 가두고, 그렇게 모은 물을 활용해 각종 용수로 쓴다.

저류댐 장점은 극심한 가뭄에도 일정량의 물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하수는 지표수와 달리 빠르게 증발하지 않는 덕분이다. 강이나 바다로 그냥 흘러 나갈 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점도 저류댐 사업 특징이다.

이 밖에도 ▲보상비가 적어 사업 추진이 비교적 쉬운 점 ▲건설 기간이 짧은 점 ▲사업 위치에 따라 맞춤형 규모로 댐을 지을 수 있다는 점 등 먹는 물 환경이 열악한 필리핀 지역에 지하 저류댐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민 센터장은 “상하수도 사업뿐만 아니라 일이 잘 풀리면 수변도시 모델을 제안할 생각”이라며 “(뉴클락시티 상수도 개발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제약도 많지만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기지전환개발청 관계자가 뉴클락시티 개발 사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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