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의 결단이 결실로…현대차 57년간 1억대 팔았다

문수정 2024. 9. 3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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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창립 57년 만에 차량 누적 생산 1억대를 돌파했다. 1호 차는 ‘코티나’, 첫 독자 모델은 ‘포니’였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아반떼’, 1억1번째 생산 차량은 ‘아이오닉5’였다. 공격적인 해외시장 개척과 독자 엔진 등 신차·신기술 개발에 매진해 빠른 속도로 1억대 판매 달성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1967년 자동차산업에 진입한 지 57년 만에 차량 누적 생산 1억대를 달성했다고 30일 밝혔다. 100만대 생산을 돌파한 게 86년, 1000만대 달성이 96년, 5000만대 달성이 2013년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10년간 급성장한 게 생산 대수로 확인된다. 1억1번째 생산 차량인 아이오닉5는 이날 울산 출고센터에서 20대 구매자에게 인도됐다.

현대차의 창립은 67년 12월이고 첫 생산은 1년 뒤인 68년 11월 이뤄졌다. 울산공장에서 미국 포드사의 코티나(CORTINA) 2세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설립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자동차회사가 공장을 짓고 조립 생산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그로부터 7년 뒤, 국내 최초 독자 모델 포니(PONY)가 등장했다. 조립생산 방식에 한계를 느낀 정주영 선대회장의 결단으로 개발 3년 만에 이룬 결실이라고 현대차는 자평하고 있다.

75년생 포니가 양산되면서 우리나라는 자동차 대중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현대차는 포니를 양산하고 약 10년 만에 전 차종 100만대 돌파를 이뤘다. 두 번째 독자 승용 모델인 ‘스텔라’가 83년 출시됐고 이후 ‘쏘나타’(SONATA·85년), ‘그랜저’(GRANDEUR·86년), ‘엘란트라’(ELANTRA·현 아반떼·90년) 등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동석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및 CSO 사장(앞줄 왼쪽 두 번째)과 문용문 노조 지부장(앞줄 왼쪽 첫 번째), 1억 1번째 생산 차량 인수고객 김승현 씨(앞줄 오른쪽 두 번째) 등 참석자들이 30일 울산 출고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누적 차량 생산 1억 대 달성 및 1억 1번째 생산 차량 출차 기념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수출의 역사도 7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승용차 최초로 포니가 에콰도르 등 해외에 수출됐고, 86년에는 국내 첫 전륜구동 승용차 ‘포니 엑셀’(PONY EXCEL)이 미국에 진출했다. 이후 현대차는 해외 생산거점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첫 해외 공장은 97년 튀르키예에 준공됐다. 이후 인도(1998년), 미국 앨라배마(2005년), 체코(2009년), 브라질(2012년), 인도네시아(2022년) 등 세계 각지에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연간 약 500만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최근에는 미국 조지아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 인도 ‘푸네 공장’ 등 글로벌 사업장에 생산 시설을 확충해 생산 능력 100만대를 추가로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현대차는 아반떼, 쏘나타, 투싼 등 핵심 모델들이 성공가도를 달리며 시장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다.

올 뉴 아반떼. 현대차 제공


현대차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아반떼(1537만5737대)다. 현대차 전체 판매량의 15.4%가 아반떼의 성과다. 아반떼는 해외 판매(1202만5450대)가 국내 판매(335만287대)의 3.5배 이상 차지할 만큼 해외에서 잘 나간다.

두 번째로 많이 팔린 모델은 엑센트(1025만3372대)다. 94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돼 2019년 국내에서 단종된 엑센트는 내수 시장에서 81만2410대 팔리는 데 그쳤으나, 해외에서 11.6배(944만962대) 더 많이 팔렸다.

플랫폼·엔진·변속기까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엑센트는 글로벌 시장 판매를 이끈 효자 모델로 꼽힌다. 3위는 내수 시장의 스테디셀러인 쏘나타로 총 948만6273대(국내 383만696대·해외 565만5577대)가 팔렸다.

최근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 판매를 주도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성과도 눈에 띈다. 2004년 첫 출시된 투싼은 20년 동안 936만7096대(국내 85만3638대·해외 851만3458대), 2000년 출시된 싼타페는 595만6339대(국내 147만5333대·해외 448만1006대)가 판매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경쟁력이 소형차 위주에서 SUV로 확장된 게 확인되는 수치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전기차·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5년 시장에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정의선 당시 부회장이 초기 계획 단계부터 모든 과정을 주도해 만들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성을 향상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현대차는 또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개발해 이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5(IONIQ 5) 등 전기차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의 성공은 오랜 연구·개발(R&D)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96년 경기도 화성시 347만㎡ 규모 부지에 설립된 남양연구소는 기술 개발,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기반 연구 시설을 모두 갖춘 종합기술연구소다. 현대차의 신차와 신기술 연구, 기술력 향상을 이끌고 있다.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은 “1억대 누적 생산의 성과는 창립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글로벌 고객이 있었기에 달성할 수 있었다”며 “현대차는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로서 새로운 1억대의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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