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김정은, 주한미군 필요하다 해...中위협서 보호 원했다"

박형수, 우수진 2023. 1. 24. 23: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3월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한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중국 공산당의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기 위해 주한 미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출간된 자신의 회고록 『한치도 양보하지 마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해 싸우다』에서 이같이 밝혔다.

2018년 5월 10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회고록에 따르면, 폼페이오 전 장관은 2018년 CIA 국장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중국 공산당은 줄곧 '주한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김 위원장이 매우 행복해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운을 떼자, 김 위원장은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들"이라고 외치더니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나 신장처럼 다루기 위해 미군 철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회고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정은은 (중국으로부터의) 보호를 원했다"면서 "한반도에 미국의 미사일이나 지상 전력이 중강되는 것을 북한 사람들은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고 기록했다.

회고록엔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오찬 때 오간 대화도 자세히 담겼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엘턴 존이 누군지 아냐"고 물으며, 그의 히트곡 '로켓맨'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별명인 '리틀 로켓맨'을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트위터에서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처음 언급했다. 대통령 재임 기간 유엔(UN) 총회 연설에서조차 이러한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설명에 김 위원장을 포함한 참석자 대부분이 웃음을 터뜨렸고, 김 위원장은 "'로켓맨'은 좋다, 하지만 '리틀'은 별로다"고 농담했다고 폼페이오 전 장관은 회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트위터에서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처음 언급했다. 대통령 재임 기간 유엔(UN) 총회 연설에서조차 이러한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했다.

2019년 6월30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판문점 회동' 때의 일화도 실렸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당시 북한은 물론 미국도 문 전 대통령의 동행을 원치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당시 "우리가 직면해야 할 가장 큰 도전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서, 그 도전이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적 사건의 일부가 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나에게 수차례 직접 전화했고,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잘 연습돼 있었다"면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단 둘이 만나는 것을 선호했다"고 적었다. 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위한 시간도, 존경심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에서 자유의집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안내하는 역할만 맡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없이 53분 동안 회동했고, 이후 남·북·미 3자 회동은 4분 가량 진행됐다.

2019년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 연합뉴스


또 폼페이오 전 장관은 자신의 방북 즈음 북한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국무부 연례 인권 보고서가 나온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이 언짢아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배를 침몰시키고 사람들을 실종시키며 무고한 이들을 죽이는 것을 그만두라. 그러면 그 보고서도 없어질지 모르겠다"고 쏘아붙였다고 기록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