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9월 폭우…부산부터 청주까지 물바다, 원인은 라니냐?
호우 특보 해제됐지만 22일에도 강풍…오후 중부지역부터 차차 맑음
폭염이 난 자리에 폭우가 들었다. 20일과 2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큰 비가 내렸다. 제주도와 영호남은 곳곳이 물에 잠겨 피해가 속출했다. 부산과 주변 도시에선 역대 최대의 9월 하루 강수량을 기록했다. 경북 등 7개 시도에서 1014세대 1501명이 대피했다. 이 중 455세대 685명은 임시주거지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전국 지자체가 248건의 긴급 재난 문자를 쐈다. 22일에도 강원도와 경북 북부 지역에는 밤늦게까지 비가 예보됐다.
기상청은 21일 밤 9시 30분 호우 특보를 모두 해제했지만 “남해안과 경북 남부 동해안, 제주도에는 22일에도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다”고 경고했다. 대부분 바다에서도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매우 높게 일겠다고 예보했다. 서울 경기 등 중부 지역부터 오후 들어 차차 맑아지지만, 제주도에는 23일까지도 비가 온다.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주말 새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에 폭우가 내렸다. 제주도 산간 지역은 19일부터 3일간 764mm의 비가 내렸다. 경남 창원은 519mm, 부산 410mm, 울산 240mm, 전남 여수 399mm를 기록했다. 충남 논산도 256mm를 기록했다. 전남 진도에서는 21일 오후 4시부터 1시간에 112mm의 비가 쏟아졌다.
특히 21일 하루 내린 비의 양이 112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많은 곳이 속출했다. 부산(392mm) 울산과 경남의 창원 양산, 전남 진도 강진 장흥 보성 완도, 충북 청주 등은 이날 9월 일 강수량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10개 도로가 물에 잠겼다. (경남 38, 충북 23, 경북 19, 경기 17, 전남 5, 충남 4, 세종 1) 충남에선 축대벽이 무너진 곳도 있었다. 전남에서 145채 등 170채의 집이 물에 잠겼다. 학교와 교회 등으로 긴급 대피한 주민도 전국에서 1501명에 이른다. 이 중 경남 374명 등 455세대 682명은 밤새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정부는 21일 오후 4시 30분 한덕수 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회의를 열어 호우 대처 상황을 점검했다. 한 총리는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비상 근무 중인 공직자들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힘이 들어도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에서 2만8608명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고 보고했다.
댐에서도 수문을 열어 빗물을 쏟아냈다. 팔당댐이 초당 4263t을 방류하는 등 전국 46개 댐 중 7개 댐이 수문을 열었다.
부산에선 21일 오전 8시 45분 사상구 도시철도 공사현장 근처 도로가 밑으로 꺼져 트럭 2대가 빠졌다. 싱크홀은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의 큰 크기였다. 도로에서 빗물을 퍼 올리던 부산소방본부 배수 차량이 쓰러져 들어갔고 바로 옆으로 지나가던 트럭까지 빠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도 도로가 꺼지는 싱크홀이 생겼고, 수영구 수영교차로 해운대방면 도로에도 길이 7m의 포트홀이 발생해 빗길에 도로가 꽉 막혔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 카페거리에서는 인도에 넓이 1.8m, 깊이 2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물에 잠긴 곳은 집 170건, 상가 26건, 공장 3건, 병원 1건, 전통시장 1건이 정부에 보고됐다. 또 논과 밭도 4116ha가 물에 잠겼다. 인명 피해는 없다고 한다. 소방본부는 전국 곳곳에서 44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동해안 지역을 오가는 기차 편도 운행이 중단됐다. 풍랑주의보로 여객선도 55개 항로 77척이 운항을 못 했다. 호우 특보는 해제됐지만, 오후 9시 기준으로 산사태 경보는 부산 14건 등 31건, 산사태 주의보는 경북 9건 등 26건이 발령됐다.
전국의 주말을 덮친 큰 비는 직전까지 이어지던 늦더위 때문에 더 갑작스러웠다. 중국을 비껴온 태풍도 저기압으로 약화한 상황이라 긴장이 높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폭우의 원인은 태풍 풀라산의 여파가 가을 장마전선을 만난 때문이었다. 중국 상하이에 상륙했던 14호 태풍 풀라산은 대륙으로 더 들어가지 않고 방향을 틀어 서해로 향했다. 열대저기압으로 힘은 약해졌지만, 비를 많이 머금은 상태에서 한반도로 내려오던 찬 공기와 부딪쳐 주말 사이 전국에 걸쳐 큰비를 쏟아냈다.
다음 달 초까지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라니냐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이런 영향을 우려했다. 9월 현재 열대 태평양 중부와 동태평양 해저 수온이 평년보다 낮고, 열대 서태평양과 일부 태평양 중부는 해저 수온이 평년보다 높은 상태여서 라니냐 발생 가능성이 55%로 높아진 상태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한반도에는 10월 초까지 기온은 높고 비가 더 많이 오는 경향이 있다. 반면 11월 이후 초겨울까지는 평년보다 추워지고 강수량은 줄어든다. 기상청은 “라니냐가 발달하면 우리나라에는 9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강수량이 늘고, 11월에는 지역에 따라 비가 적어지는 경향이 있어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지방 디지털뉴스센터장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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