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 볶나... 22초에 법률 1건 검토하는 국무회의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정보공개센터]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그 외에도 국내외 중요정보의 분석 상황, 정부의 역점사업 추진 현황,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시책의 추진 현황, 대국민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중요사항, 부처 간 협조가 필요한 사항 등이 국무회의에 수시로 보고되어야 한다.
▲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39회 국무회의 회의록 일부 |
ⓒ 행정안전부 |
정부 법률안 등을 다루다 보니 회의마다 다뤄지는 안건 수도 천차만별이다. 4건을 다룬 2회 임시국무회의도 있지만, 6월 25일 열린 28회 국무회의에서는 무려 120건을 다뤘다. 국무총리가 주재한 이 회의에서는 법률안 57건, 대통령령안 61건, 일반안 1건, 부처보고 1건을 다뤘다.
국민의례로 시작한 후 국무총리는 회의 전날 발생한 화성 아리셀 화재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 국가경쟁력 평가, 저출생 문제 등을 모두발언으로 했다. 9시에 시작한 회의는 안건 120건을 다루고 9시 44분에 마쳤다.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안건 하나에 22초가 걸린 셈이다. 모두발언과 국민의례를 감안하면 안건 하나를 다루는 데 10초는 걸렸을까 싶은 수준이다.
▲ 2024년 1~40회 국무회의 개최일, 회의시간, 안건수. 평균 회의시간은 40분. 평균 안건수는 44건이다. |
ⓒ 정보공개센터 |
▲ 2024년 1~38회 차관회의 개최일, 회의시간, 안건수. 평균 회의시간 18분, 평균 안건수는 31건이다. |
ⓒ 정보공개센터 |
문제는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이 번갯불에 콩 볶듯 처리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30일 행정안전부는 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시민사회는 정부가 강행하는 이 법안이 윤석열 정부의 불투명한 행정과 정보은폐 기조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정부가 낸 이 알권리침해법은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이다. 심사 이후에는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운영을 보건대 이 건이 회의에서 제대로 다뤄질지 의문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해칠 우려가 분명함에도 몇십초 안에 '이견없음' 단 네 글자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국무회의와 차관회의 회의록을 행안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국민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의가 졸속으로 진행되었다는 것 말고는 알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물론 어떤 안건을 다뤘는지 그 안건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확인할 수 있다.
▲ 행정안전부 국무회의/차관회의 회의록 |
ⓒ 행정안전부 |
국무회의가 이렇게 진행된 것이 올해만의 일이거나 윤석열 정부만의 일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괜찮은 것은 아니다. 국무회의는 정부의 최고 정책심의기구다. 주 1회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 등 국무위원이 모여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 사항을 심의한다. 1949년 1월 처음 국무회의를 연 이후 계속되고 있다.
이 정도의 무게를 따져본다면 국무회의가 이렇게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 최고 심의기구마저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다른 정책 결정 과정에 신뢰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고 국민의 참여를 보장할 리 만무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에도 실립니다.정보공개센터는 모든시민이 알권리를 누리는 투명하고 책임있는 사회를 위해 활동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강이 7년간 떠나지 못한 곳...우린 외국인들에게 뭐라 할까
- 법원서 자료유출, 전직 판사가 낸 증거에 찍힌 '내부용' 문구
-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 미국에서 39년간 한글로만 붓글씨, 왜 그랬냐면
- '땅 사서, 아무것도 안 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벌이는 이유
- 서울교육감 뽑는 날 개봉... 날짜부터 의미심장한 영화
- 흉물되고 주변 슬럼화, 장기 방치 공공기관 건물 '골치'
- 단종의 태가 있던 곳에 세워진 '친일파'의 묘
- 박민 KBS 사장 '지원서 대리작성 의혹'... 더욱 거세지는 내부 반발
- "명백한 블랙리스트" 영진위원 징계 시도 논란 일파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