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위비 2배 증액, 전국민이 부담…반격 능력 갖춰야"
日 당·정, 방위비 증액 논의 본격화
국채 발행 지양·소득세 증세 거론
여론 66% 증세로 재원 마련 반대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일본 정부가 5년 이내 방위비를 2배 가까이 올리기 위해 결국 증세 검토에 나섰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다만 법인세는 증세 논의 대상에서 제외해 여론과 정치권의 반발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방위력 강화를 위해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도 나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방위비에 관한 유식자(전문가) 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바탕으로 완성된 보고서를 회의 좌장 사사에 겐이치로부터 전달받았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10일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고 방위비 재원을 마련을 위해 2023년도 예산 편성과 세제 개정을 논의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방위비 증액과 관련해 국채 발행을 지양하고 폭넓은 분야에서 증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세목을 올릴지는 명시되지 않았으며 10일 열린 전문가 회의에서는 국민의 부담을 우려해 개인 소득세를 인상하는 방안이 언급됐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방위비 증액 규모 관련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5년 이내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수준인 2%로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로 제시됐다. 올해 일본 방위비는 5조4000억엔(약 51조6504억원)으로 이를 2%까지 늘린다고 계산할 경우 매년 5조엔 이상의 신규 재원이 필요해진다.
기시다 총리가 보고서를 전달받은 후 당정은 회의에서 거론된 내용을 바탕으로 방위비 증액 논의에 돌입했다.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증세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예산 지출 조정에 따라 재원 마련을 검토할 계획"이라면서도 "부족한 부분에 대해 국민 전체가 어떻게 부담할지에 대한 검토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번 논의에서 법인세 증세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간 일본 내에서는 방위비를 마련하기 위해 적자 국채를 발행하거나 법인세를 올리는 방안이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연 소득 1억엔 이상의 부유층을 상대로 세금을 인상하겠다는 대안도 거론됐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법인세 증세와 관련된 내용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증세 관련해 기업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언급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증세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여론의 반발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비세의 경우 국민의 실생활에 크게 와닿는 부분인 만큼 집권여당인 자민당도 여론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민당의 세재 조사회장 미야자와 요이치는 이날 증세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소비세는 사회 보장 재원에 쓰이기 때문에 이를 늘려 방위비에 충당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일본의 여론 역시 증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일본의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진행한 여론 조사 결과 방위비 재원을 소득세나 법인세의 증세로 조달하는 것에 대해 국민 66%가 반대를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당의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니시다 마코토 세제 조사회장 역시 "예산 지출 개혁, 국채 발행, 증세 순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며 "재원이 필요하다면 1조엔 이상 수입이 나는 모든 세목을 검토한 뒤에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또한 억지력 강화를 위해 상대국의 미사일 발사 거점을 공격하는 "반격 능력의 보유가 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5년내에 충분한 수의 장사정 미사일을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연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NHK는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산 스탠드오프 미사일을 개발하거나 외국제 미사일을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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