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대 1 경쟁률 뚫고 '백년가게' 선정된 이곳?

1952년에 문을 연 강경 젓갈 노포 ‘함열상회’가 백년가게로 신규 선정됐습니다. 토굴 숙성과 저온 보관, 소포장·실링 포장 등으로 전통의 맛과 현대적 위생·편의를 동시에 지향했습니다. 오젓·육젓·추젓 등 새우젓부터 양념젓·액젓까지 50여 종 라인업을 유지하며 온라인 판매로 판로를 넓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을 확인하세요.

74년 한자리서 강경 젓갈 지키기
변화를 좇되 맛은 변함없이
백년가게 함열상회 최순덕 대표
함열상회 최순덕 대표가 토굴 숙성실에서 발효·숙성 중인 새우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강경포구는 충남 논산시 강경읍 황산리에 위치한 포구로 서해 바다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을 금강 뱃길을 따라 내륙으로 들이는 수운의 중심지였습니다. 조선 후기부터 해방 전후까지 원산항과 함께 2대 포구로 꼽힐 정도로 교역이 활발했고 강경시장은 1930년대까지 평양, 대구와 함께 전국 3대 시장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강경시장이 한창일 때는 하루 100여 척의 배가 드나들었고 조기·갈치·민어·홍어·게·전갱이·새우 등 서해에서 잡히는 해산물은 모두 강경을 통해서 전국 각지로 나갔습니다. 자연스럽게 거래하고 남은 수산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염장법이 발달했고 강경은 국내 최대 젓갈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강경포구는 1970년대 호남고속도로 개통과 금강하굿둑 공사가 시작된 1980년대 포구 기능을 상실하고 쇠퇴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1990년대 논산시가 강경포구의 명성을 되찾고자 시장을 복원하고 젓갈축제를 열면서 서서히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현재는 강경젓갈시장을 중심으로 140여 곳의 점포가 성업 중이고 이곳 상인의 손을 거쳐 나가는 젓갈은 전국 유통량의 60%에 이릅니다.

함열상회는 강경 젓갈의 명맥을 오래도록 이어온 가게 중 한 곳입니다. 1952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 벌써 74년째로 최순덕 대표가 2대째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새우젓부터 양념젓, 액젓류 등 취급하는 젓갈만 50여 종에 달합니다. 200년 전통의 비법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젓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백년가게란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선정합니다. 올해 백년소상공인 신규 지정에는 총 785개 업체가 신청해 7.9대 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백년가게로서 새로운 역사를 이어갈 함열상회를 찾아 최 대표의 포부를 들어봤습니다.

70년이 넘게 강경 젓갈의 명맥을 잇고 있는 충남 논산시 함열상회 외관. 사진 C영상미디어

Q. 백년가게에 신규 선정됐다.

올해 경쟁률이 굉장히 높았다고 들었습니다. 평가 요소가 많고 까다로운데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려서 기뻤습니다. 오랫동안 지역의 전통과 역사를 보전하고 지역경제에 이바지했다는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백년가게 선정을 계기로 우리 가게가 더 알려지면 좋겠고 시설 개선이나 온·오프라인 판로 개척 등 지원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가게 역사가 정말 오래됐다.

1952년 부모님이 이 자리에서 젓갈상회를 시작했습니다. 간판도 없는 작은 가게였습니다. 바로 앞이 강경포구라서 이 근방에는 창고를 두고 해산물이나 젓갈을 도매하던 객주가 많았습니다. 부모님도 젓갈이 가득 담긴 드럼통 몇 개를 가져다놓고 장사를 했습니다. 새우나 황석어, 멸치 등을 소금에 절여 젓갈을 담가 팔았는데 소문을 듣고 주위에서 몰려들었습니다. 손님이 늘면서 조금씩 가게 규모를 늘렸고 1968년부터 함열상회라는 간판을 달고 장사를 했습니다. 발효굴이랑 저장고 등도 만들면서 지금 같은 모습을 갖췄습니다. 부모님의 땀과 노력, 시간이 배어 있는 곳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혼자 운영하던 가게를 막내딸인 내가 2007년 이어받아 운영한 지도 벌써 20년이 다 돼갑니다.

Q.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어머니가 나이 들면서 혼자 가게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게를 이어받겠다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나도 고향을 떠나 아이들을 키우고 있던 상황이었고. 그렇지만 누군가는 대를 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장사하는 걸 보고 자랐고 가게에도 관심이 많아서 일도 곧잘 도왔습니다. 그래서 애정도 남달랐습니다. 결국 내가 고향으로 내려와 이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겁이 났습니다. 옆에서 보던 것이랑 직접 맡아서 하는 건 천양지차니까요. 처음에는 어머니도 도와주셨고 가게에서 10년 이상 일해온 직원들이 있어서 든든했습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겠다 싶어서 발품도 많이 팔고 연구도 열심히 했습니다.

Q. 주로 어떤 젓갈을 취급하나?

새우젓과 양념젓, 액젓류까지 40여 종입니다. 새우젓만 하더라도 음력 5월에 젓갈을 담그면 ‘오젓’, 6월에 담그면 ‘육젓’, 9~10월에 만든 건 ‘추젓’이라고 합니다. 참새우로 들면 ‘참젓’, 보리새우로 만들면 ‘북새우젓’이라고 합니다. 새우젓은 물론이고 소금에 절인 염장젓 종류도 다양합니다. 밥반찬으로 먹는 양념젓도 명란젓, 오징어젓, 꼴뚜기젓, 낙지젓, 어리굴젓 등 다양하게 판매합니다.

Q. 젓갈 맛의 비결을 꼽는다면?

우선 재료가 신선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집산지였기 때문에 바로 젓갈을 담갔지만 지금은 배에서 곧바로 염장한 새우젓을 수협 공판장에서 경매로 사옵니다. 이것을 전통 비법으로 발효·숙성해서 판매합니다. 경매가 있는 날 재료를 잘 보고 신선하고 좋은 걸 사와야 발효·숙성했을 때 제대로 맛이 납니다. 양념젓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료가 신선해야 양념을 해도 맛있습니다. 장사를 오래 하다 보니 좋은 재료를 고르는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비싸도 무조건 좋은 걸 삽니다. 또 하나, 좋은 물건을 잘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새우가 안 잡힐 때는 물건이 달려서 드럼통 하나에 100만 원 하던 새우젓이 600만 원까지 오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창고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리 물량을 확보해 영하 15~16℃ 창고에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발효·숙성해서 판매합니다. 발효·숙성할 때도 염도나 숙성 정도를 잘 맞춰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Q. 오래된 가게라서 오랜 단골도 많겠다.

10~20년 단골은 명함도 못 내밉니다. 지금도 김장철이면 매번 직접 와서 물건을 사가는 단골이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강경까지 오기보다 택배로 젓갈을 구매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새로 유입되는 고객은 많지 않습니다. 요즘 김치 담근다고 젓갈을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김치 담그는 집도 많지 않은데. 산다 해도 양이 많지 않습니다. 직거래도 가능해졌고. 점점 중도매인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Q. 무엇이 달라졌나?

몇 년 전부터 우리 아이들이 언제까지 오는 손님만 바라보고 있을 거냐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려면 브랜딩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함열상회만의 역사와 스토리를 담은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만의 로고를 제작하고 라벨, 용기, 박스 등도 만들었습니다. 포장 방식도 싹 바꿨습니다. 예전에는 가게에 손님이 들통을 들고 오면 젓갈을 퍼주곤 했습니다. 젓갈이 흐르지 말라고 비닐에 싸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전용 용기에 담아 실링까지 해서 깔끔합니다. 요즘 수요에 맞는 소포장 제품도 다양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쁘게 사진 촬영까지 해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더니 새로운 손님이 생기더라고요. “인터넷 보고 왔다”면서 매장으로 오는 손님도 생겼습니다.

Q. 변화를 시도한 게 도움이 됐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뀐 만큼 바꿀 건 바꿔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매장 운영 방식도 바꿨습니다. 젓갈 가게에 가면 젓갈을 종류별로 통에 꺼내두고 판매합니다. 젓갈이 상온에 노출되면 신선도가 떨어집니다. 젓갈이 마르면 보기 싫으니까 뒤적거릴 수밖에 없지 않나요. 그 통에 담긴 걸 하루에 다 팔기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샘플용입니다. 손님이 원하면 맛을 보거나 보여주기 위해섭니다. 판매하는 상품은 냉장 보관 중인 제품을 바로 꺼내줍니다. 젓갈을 구매하는 입장에서도 좋고 우리도 훨씬 편리하고 좋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젓갈 수요가 줄면서 이 가게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 가게의 역사를 이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만큼 매력있는 일인가 고민도 합니다. 강경 젓갈의 명맥을, 70년이 넘은 이 가게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바꿀 건 바꾸고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젓갈 맛이나 품질은 자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