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잘 떠나는 걸까? 유품정리사가 던진 질문

이은주 2025. 3. 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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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유재철 장례지도사와 김새별 유품정리사(사진)가 일하는 현장을 보여주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다. 김씨는 “이 일을 하며 내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한다. [사진 인디스토리]

유재철 장례지도사와 김새별 유품정리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생에서 보여주는 마지막 모습과 그들이 남기고 간 자리를 본다. 전통장례명장 1호인 유씨는 지난 30년 간 6명의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약 4000명의 장례를 치렀다. 주로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 청소 전문가인 김씨는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자리를 수없이 지켜봐 왔다. 12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숨’은 이들의 생활을 쫓으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다.

영화는 유씨가 고인을 염하는 모습부터 입관식 풍경, 스님의 다비식 등을 보여준다. 유품정리사 김씨가 일하는 고독사 현장은 한때 영광스러운 삶을 살았던 이의 가장 비극적인 ‘흔적’이다. 이런 현장에 있는 게 이들의 일상이다. 두 사람은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잘 떠나는 것일까. 영화는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지며 끝이 난다.

지난 5일 서울 용산에서 시사회를 마치고 윤재호 감독과 유재철 장례지도사, 김새별 유품정리사가 기자들과 만났다. 윤 감독은 “2017년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고민하는 과정에서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 30년 동안 매일 죽음을 다루는 일을 하며 제가 많이 성장했다. 이 경험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했고, 유품정리사 김씨는 “우리 사회의 고독사 문제를 널리 알리고 싶어”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례전문가로서 유씨는 “대한민국엔 장례 문화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장례식장을 돌아보라. 상갓집 가서 인사하고 조의금 전달하고 지인들과 술 마시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 하다 오지 않느냐”며 “고인이 보통 사람이어도 함께 추억하고 고인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죽음을 막연하게 무섭고 두려운 것이라고 외면하면 안 된다. 죽음을 생각할 때 남아 있는 삶의 매 순간이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유품정리사 김씨는 “고독사 하신 분들은 지난날 가족에게 잘못한 일을 후회하며 홀로 쓸쓸히 돌아가신 분들”이라며 “이 일을 하며 가족에게 잘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술과 담배를 완전히 끊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고독사한 고인에 대해 ‘그냥 생물학적으로만 아버지’라며 마지막 정리를 거부하는 가족도 많다. 한 집에 살면서도 서로 외면해 고독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게 동거 고독사”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삶의 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유씨는 “해외 사례를 보니 미국이나 유럽에선 나이대별로 죽음에 대해 받는 교육이 있다. 그런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여러분이 만약 3개월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럴 경우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을 것”이라며 “우리가 30년 쯤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생각하고 하루하루 좋은 추억을 만들며 사는 것, 그게 이별을 잘 준비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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