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다주택자 우선 정책 포기해야 산다

김용기 2024. 10. 1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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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재의 직필]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리인하에도 금융안정 자신할 수 있나?

[김용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3.5%였던 기준금리를 3.25%로 인하했다. 금통위가 열리기 오래전부터 0.25% p의 하락이 점쳐졌다는 점에서 금통위의 기준금리 소폭 인하는 겉으로 보기에는 어렵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금통위 이후 발표된 '10월 통화정책방향' 전문과 한은 이창용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 그리고 추후 이 총재의 국회 답변 등을 보면 금통위는 금리인하를 통해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회복을 추구하면서도, 이번 금리인하가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를 통해 금융안정을 흔들지 않을까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한은은 이번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향후 3개월 간 추가적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함께 내림으로써, 금융안정을 분명히 확인되어야만 추가적 금리인하라는 다음 액션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금통위가 당면한 이러한 도전, 다시 말해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회복을 추구하고자 하지만, 금융안정성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는 상황은 한은 금통위에만 국한된 도전은 아니다. 향후 정부 거시정책을 운용함에 있어서, 그리고 향후 한국경제가 당면할 최대 도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이제까지 국정운영방식, 특히 '다주택자 집값 떠받치기' 정책이 되풀이된다면, 한국경제는 결국 금융안정성의 심각한 훼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금통위가 금리인하와 금융불안정성 감수라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도 동일한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에는 금융불안정 심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소폭 인하한 후 금융불안정성 전개 여부를 지켜보자는 조건을 달아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한 것이다. 정부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2단계 실시와 같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며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멈췄고 가계부채 증가 또한 진정되고 있다고 한은 이창용 총재는 8월 대비 10월 결정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금융안정에 대한 판단이 '피벗'의 핵심적 이유

지난 10월 11일의 금리인하는 38개월 만의 피벗(방향전환)이었다. 그간의 기준금리 추세를 돌이켜 보면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2~3%로 떨어졌던 한국의 기준금리는 10여 년간 횡보하다가, 2019년 하반기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에서 1%대 초반까지 낮아졌다. 이후 2020년 초반 팬데믹을 겪으며 2020년 5월부터 2021년 8월까지 1년 3개월간 0.5%의 초저금리 시기를 맞게 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심하게 상승한 게 주로 이때 벌어진 일이다.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었지만 경기회복이 점쳐지고 물가상승 압력이 높았기 때문에 2021년 8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했고, 이후 10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 결과 2023년 1월 3.5%까지 가파르게 상승한 기준금리는 이후 1년 8개월간 동결되었다가 이번에 38개월 만에 처음으로 방향전환을 하게 된 것이다(아래 <그림 1> 참조).
▲ <그림 1>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 김용기
금통위가 고려하는 정책변수 3가지인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금리인하의 배경을 정리해 보면 "물가는 2% 이하로 떨어졌고, 올 경제성장률은 2.4%로 전망되어 잠재성장률을 다소 상회하긴 하지만 과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정부의 최근 거시경제안정성 정책에 따라 금리를 다소 인하시키더라도 금융안정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창용 한은총재의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 내용)이다.

3가지 변수 중 가장 불확실한 것은 금융안정이다. 이번 10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과 이전 3차례(5월, 7월, 8월) 금통위 논의, 그리고 한은 총재 기자회견 내용들을 종합해 보더라도 한은과 금통위가 가장 고민한 것은 가계대출 확대에 따른 금융불안정 가능성이다.

과거에는 가계대출이 "주택 관련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하거나(5월)", "증가세가 이어지거나(7월)", "높은 증가세가 지속(8월)"되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이번에는 "증가세가 둔화되고 기타 대출의 순상환이 지속됨으로써 감소(10월)"했기 때문에 인하했다. 금리인하에도 금융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이번 방향전환의 핵심 배경이다.

부동산 보유 자산계층의 목소리 커져

금융안정이 금리 결정의 가장 큰 제약요건으로 떠오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가계부채를 포함한 부동산금융의 수준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만큼 과도하게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이 혁신당 차규근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현재 부동산금융 총액은 2881조 9000억 원에 달한다. 2023년 한국의 명목 GDP가 2236조 3천억 원임을 감안하면, 부동산금융총액은 GDP의 1.3배에 해당한다.

2023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패널)에 따르면 가계 총 자산 중 실물자산의 비중은 76.1%에 달한다. 가계부채의 84%가 부동산대출이며, 연령이 높을수록 부동산자산의 비중이 높아 60세 이상 가구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81.9%에 달한다. 일본의 경우 가계총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57.7%이고, 미국은 자가보유 50~64세 기준으로 순자산의 39.4%만이 부동산이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한국이 '부동산 공화국'이 된 것은 분명하다. 금융권의 신용창출은 생산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주거용 부동산 담보대출로 쏠렸고, 그 결과는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지역에 아파트를 가졌느냐 여부가 사회적 신분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전달보다 커지면서 2018년 9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 연합뉴스
사실 1990년 대 이후 많은 나라에서 금융의 신용창출이 제조기업보다는 기존 주거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사용되었고, 이에 따라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계층의 이해관계가 사회 내에서 큰 목소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를 의식한 정치권이 이들 계층을 위해 행동하는 것도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이전 정부에서도 부동산 보유 자산계층의 이해관계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의 경우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초저금리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피치 못할 사정이라도 있었다면, 윤석열 정부 시절의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정부 스스로 2022년 이후 당시 진행되던 부동산가격 하락을 노골적으로 막고, 정책수단을 총동원하여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문제라 할 수 있다.

과연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증가를 막고 이에 따라 금융권의 신규 신용이 주거용 부동산 담보대출로 사용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수도권 부동산의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을까? 그래서 금융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제까지 윤석열 정부의 행태로 보아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 정부 하반기부터 하락했던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최근 과거 수준을 뛰어넘어 평당 1억 원이 넘는 아파트가 강남 3구 전역에 등장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33평 국평 아파트 가격이 50억 원을 넉넉히 뛰어넘은 상황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윤석열 정부 초기 원희룡 국토부 장관시절에 진행된 '다주택자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2003년 1/4분기에만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제도 완화(행안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배제 연장(기재부), 규제지역 다주택자 주담대 금지규제 해제 및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 30% 적용(금융위), 규제지역 추가 해제(국토부), 보유주택 주담대 규제를 완하 하여 주택구입 시와 동일 기준 적용(금융위), 국민주택규모 장기 아파트 등록임대 복원(국토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시행(국토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시행(국토부), HUG 부동산 PF 보증확대 및 미분양 PF 보증 신설(국토부, 금융위), 표준건축비 현실화(국토부), 신규 매입임대사업자 2호 이상 등록 신청 시 등록 허용(국토부) 등의 셀 수 없게 많은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윤 정부, 다주택자 우대 부동산정책 포기해야

2023년 말에 이르게 되면 가계대출의 70%가 특례보금자리론과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을 통해 공급되기까지 한다.

윤석열 정부는 금융안정과 거시경제안정을 위해 부동산경기 연착륙 정책을 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윤 정부 초기 주택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 등 금융권은 그간의 과도한 이윤 창출에 기반한 자본 확충과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LTV 규제 덕분에 자본 부실화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결국 윤 정부의 부동산 떠받들기 정책은 다주택자를 정치적 지지세력화하려는 목적에서 실행되었을 것이라는 추측 이외에는 어떠한 이유도 찾아보기 어렵다.

윤 정부의 집값 떠받치기는 결국 올 6월 말 기준 부동산금융 총규모 2881조 9천억 원을 쌓기에 이르렀다. 무엇 때문에 이토록 윤 정부가 집값 떠받치기에 열 올렸는지 이번 정기국회는 그 이유를 정색하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의 가계에 대한 부동산 관련 여신(부동산 담보대출,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 전세자금 보증, 주택연금 등)은 1424조 7000억 원에 달해 2022년 9월 말 대비 127조 1천억 원이 증가했다. 부동산 관련 기업여신(PF대출이나 사업자 보증 등)은 1085조 6천억 원으로 22년 9월 말 대비 11조 2천억 원이 증가했다.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도 471조 6천억 원으로 147조 원 증가했다. (아래 <그림 2> 참조)
▲ <그림 2>  부동산 금융 위험노출액의 구성
ⓒ 김용기
윤 정부가 이러한 정책적 편향을 완전하게 전환하지 않는 한, 한은의 향후 추가적 금리인하는 기대와 달리 부정적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 금리가 가계부채 확대와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가져오는 유일한 변수는 아니지만, 윤 정부의 다주택자 우대 부동산정책이 유지되는 한 추가적 금리인하는 금융불안정성의 심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금융안정성을 '금융시스템이 실제 경제활동을 원활히 촉진하고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금융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상태'라고 비교적 넓게 정의한다면, GDP 대비 가계부채비중, GDP 증가율을 웃도는 가계부채 증가율, 금융의 실물경제 저해현상과 자산가격의 과도한 상승에 따른 경제전반에 걸친 외부효과 등의 현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이미 안정되게 작동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다.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
ⓒ 김용기
* 필자 소개 : 김용기는 연구단체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의 대표이며, 현재 아주대 국제학부 교수이다. 영국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금융제도와 정책선택'이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을 통해 금융제도가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 겸 자금지원소위 위원장, 국제금융센터 이사회의장,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포럼사의재 경제팀과 일자리·노동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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