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날개' 펼친 금통위원…한은 기준금리 인하 '초읽기'
美 연준 이어 내달 조정 여부 '주목'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기준금리 인하를 마냥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선호)로 꼽히는 신 위원이 내놓은 발언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만큼 한은의 선택도 초읽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신 위원은 25일 오후 한국은행에서 열린 '향후 통화정책 관련 주요 현안'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에는 주택 가격 상승의 위험이 아예 사라질 때까지 금리 인하를 기다릴 만큼의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현 우리나라의 외환 시장에 대해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자산과 해외거주자 자산 등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기 때문에 환율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졌다"며 "환율 자체를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하나의 변수라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일단락한 것이다.
이어 주택 시장에 대해서는 "주택 가격 상승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 한은이 금리 인하에 대해 브레이크를 잡은 상태"라며 "액셀러레이터(금리 인하)로 옮겨도 되는 지는 당국 정책의 여력과 효과 등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조절로 주택 가격을 잡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금리로 집값을 잡으려면 오히려 금리를 꽤 많이 올려야 한다"며 "오히려 금리를 떨어트리면 모멘텀을 더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이 인하를 늦춘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신 위원은 한은 금통위원 중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알려져 있다. 비둘기파란 인플레이션보다 경제성장세 확대 및 유지의 필요성을 중시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고자 하는 입장을 뜻한다. 그는 올해 초부터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그는 "나는 (주택가격보다) 마이크로 금융에 더 비중을 두는 편"이라며 "물가에 대한 우려는 많이 줄어든 상태로, 물가만 고려하면 지금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과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 7월 이후 집값 상승 흐름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는 부가적으로 우리 경제에 가져오는 문제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미 위험이 현실화되기 시작했을 때는 막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이라 7월 이후 금통위 의사결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며 통화정책 유턴의 신호탄을 쏜 상황이다. 이어 한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다음 달 11일로 예정돼 있다.
연준은 지난 17~18일(현지시간)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p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미국의 통화정책은 30개월 만에 전환이 이뤄지게 됐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과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가 남아있어 금리 인하는 이르다고 우려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6% 오르며 26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마냥 금리 인하를 미루면 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가계 소비 여력이 감소하고, 고용이 감소하는 등 경기 활성화가 둔화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한은의 목표치인 2.0%를 기록하며 안정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위원은 "금리정책은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강력하지만 무딘 칼"이라며 "그래서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다른 정책수단을 우선적으로 시행한 후, 금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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