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헬? 재앙이지!"…英 지휘봉 잡자마자 '조국 독일'이 저격

김현기 기자 2024. 10. 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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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축구협회가 성인 남자대표팀 사령탑으로 토마스 투헬 감독을 선임, 사상 첫 독일인 지도자를 뽑아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그의 조국 독일에서도 그를 깎아내리는 보도가 적시에 터졌다. 독일 빌트는 '울리회네스 바이에른 뮌헨 회장이 최근 회의에서 투헬을 재앙으로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잉글랜드에서 환영받지 못하는데 독일에서도 배신자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가 잉글랜드 대표팀과 사인한 직후 독일 유력지가 '재앙'이라는 단어를 꺼내면서 저격했다.

지난 시즌 한국 대표팀 핵심 센터백 김민재를 가르치며 언론에 혹평도 서슴치 않았던 독일 국적 토마스 투헬 감독이 '축구종가'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공식 선임된 직후 일어난 일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지난 16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경력을 지닌 투헬 감독이 성인 남자 대표팀 감독이 됐다"고 발표했다.

투헬 감독 임기는 당장은 아니고, 내년 1월1일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다. 투헬 감독은 과거 첼시 사령탑 시절부터 시작해 김민재 현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에도 데리고 갔던 앤서니 배리 코치와 동행한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역사상 3번째로 외국인 지도자를 대표팀 감독으로 뽑게 됐다.

잉글랜드는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앞두고 얼마 전 별세한 스웨덴 출신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을 외국인 사상 첫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2007년 말부터 2012년 2월까진 이탈리아 국적의 전술가 파비오 카펠로 감독에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성인 남자대표팀 사령탑으로 토마스 투헬 감독을 선임, 사상 첫 독일인 지도자를 뽑아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그의 조국 독일에서도 그를 깎아내리는 보도가 적시에 터졌다. 독일 빌트는 '울리회네스 바이에른 뮌헨 회장이 최근 회의에서 투헬을 재앙으로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사실 에릭손과 카펠로의 경우는 잉글랜드 내부에서 큰 반대가 없었다. 에릭손은 잉글랜드와 정서적으로도 가까운 스웨덴 출신이었고, 당시 세계 최고의 리그였던 세리에A에서 '언더독' 라치오를 우승시킨 실력을 인정받은 상태였다.

카펠로 역시 전술적 역량이 탁월한 감독들이 쏟아지는 이탈리아에서 왔기 때문에 잉글랜드 축구 위기를 헤쳐나갈 것이란 기대감이 그의 부임 직후 적지 않았다.

이번엔 다르다. 하필이면 라이벌 국가 독일, 게다가 지금 축구대표팀 전력이나 전체적인 리그 수준이 하향세를 걷고 있는 독일 국적 지도자에게 '삼사자 군단(잉글랜드 대표팀 별칭)'을 맡기는 것은 처음이어서 투헬 감독 선임 전부터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영국 유력 타블로이드 신문 중 하나인 데일리 메일은 16일자를 통해 "잉글랜드 축구의 어두운 날"이라며 "투헬은 영국에서 대표팀을 처음 맡아 증명해야 하는데 월드컵은 불과 18개월 남은 상황"이라고 혹평했다.

공영방송 BBC도 투헬 선임에 물음표를 달았다. "투헬을 선임하기로 한 축구협회 결정은 많은 사람들을 배신한 것은 물론, 국내 코치들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잉글랜드에도 투헬 못지 않은 지도자들이 있는데 왜 최근 논란에 빠진 감독을 데려왔느냐는 뜻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성인 남자대표팀 사령탑으로 토마스 투헬 감독을 선임, 사상 첫 독일인 지도자를 뽑아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그의 조국 독일에서도 그를 깎아내리는 보도가 적시에 터졌다. 독일 빌트는 '울리회네스 바이에른 뮌헨 회장이 최근 회의에서 투헬을 재앙으로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투헬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중하위권인 마인츠를 시작으로 최상위권 구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프랑스 최강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잉글랜드 빅클럽 첼시(잉글랜드),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 유력 구단들을 두루 지도한 자수성가형 감독이다.

지난 2019-2020시즌 코로나19 속에서도 PSG의 사상 첫 UCL 결승 진출과 준우승을 이끌어 주목을 받은 그는 2021년 1월부터 가르친 첼시에선 2020-2021시즌 UCL, 2021 UEFA 슈퍼컵, 2021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등을 일궈냈다.

2022년 가을 첼시에서 경질된 그는 지난해 3월 뮌헨으로 부임 2022-2023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직전 시즌인 2023-2024시즌엔 뮌헨이 분데스리가 타이틀을 12년 만에 빼앗긴 것은 물론 3위까지 추락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준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분투했으나 결승행에 실패했다. 뮌헨은 DFB(독일축구협회) 포칼과 DFL(독일축구리그) 슈퍼컵도 놓치면서 지난 시즌을 '무관'으로 보냈고 시즌 종료와 동시에 당초 계약보다 1년 먼저 뮌헨을 떠났다.

투헬은 잉글랜드 대표팀 부임 직전엔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부임설에 시달렸는데 결과적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이 맨유보다 선수를 쳐서 데려간 셈이 됐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성인 남자대표팀 사령탑으로 토마스 투헬 감독을 선임, 사상 첫 독일인 지도자를 뽑아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그의 조국 독일에서도 그를 깎아내리는 보도가 적시에 터졌다. 독일 빌트는 '울리회네스 바이에른 뮌헨 회장이 최근 회의에서 투헬을 재앙으로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맨유 부임설이 나돌 때도 그에 대한 평가를 좋지 않았다. PSG 고위 인사는 "뮌헨이 작년 3월 투헬을 선임할 때 '왜 데려갈까'란 의문이 들었다"며 투헬 능력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번 잉글랜드 대표팀 선임 직후엔 아예 조국 독일에서 투헬을 저격하는 보도가 나왔다.

독일 유력지 '빌트'는 16일 "지난 주 알리안츠 아레나(뮌헨 홈구장)에서 열린 구단 직원 회의에서 뮌헨 구단 최고 실권자인 울리 회네스 명예회장이 120명의 클럽 직원들과 얘기를 나눴다"며 "회네스 회장은 바이에른 뮌헨 정신을 설파하면서 투헬을 예로 들어 비난헸다"고 보도했다.

특히 신문은 "회네스는 '투헬은 우리 구단에 재앙이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회네스 회장은 지난 4월에도 "투헬은 어린 선수를 육성할 줄 모른다"고 말해 투헬 감독이 "날 모욕하는 발언을 참을 수 없다"며 한바탕 설전을 펼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묘한 시점에 전 감독인 투헬을 깎아내린 셈이 됐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성인 남자대표팀 사령탑으로 토마스 투헬 감독을 선임, 사상 첫 독일인 지도자를 뽑아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그의 조국 독일에서도 그를 깎아내리는 보도가 적시에 터졌다. 독일 빌트는 '울리회네스 바이에른 뮌헨 회장이 최근 회의에서 투헬을 재앙으로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성인 남자대표팀 사령탑으로 토마스 투헬 감독을 선임, 사상 첫 독일인 지도자를 뽑아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그의 조국 독일에서도 그를 깎아내리는 보도가 적시에 터졌다. 독일 빌트는 '울리회네스 바이에른 뮌헨 회장이 최근 회의에서 투헬을 재앙으로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메일

사실 독일 언론은 투헬의 능력을 꾸준히 의심했고, 지난 5월엔 투헬이 자신의 휘하에 있던 수비수 김민재를 대놓고 저격하면서 그의 인성에도 물음표를 달았다.

투헬은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 세리에A 최우수수비수 김민재를 화상 통화까지 하며 뮌헨으로 스카우트했다. 다만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김민재를 벤치로 밀어내더니 지난 5월 열렸던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홈 경기에서 김민재가 두 차례 실수를 범하자 그를 감싸기는커녕 "탐욕이 많은 수비수"라고 언론 앞에 대놓고 혹평, 독일 언론에서 "선수를 보호할 줄 모르는 감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 잉글랜드축구협회 / 데일리 메일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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