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여아 노린 그놈, 부모가 SNS 올린 사진 보고 범행 짰다

지난 5월 배우 A씨가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진을 올렸다. 부산광역시 파라다이스호텔 발코니에서 엉덩이를 드러낸 채 창밖을 바라보는 이씨의 아들(5) 사진이다. 이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중 한 명은 “(아이의) 사진을 삭제하거나 신체를 가려 달라”고 댓글을 남겼다.
이로부터 보름 후 프로 스포츠선수와 결혼한 것으로 유명한 배우 B씨도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26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다. 둘째 아들(4)이 옷을 벗은 채 짓궂은 표정으로 춤을 추고, 소파를 걷다 깨금발로 창문을 닦는 영상이다.
이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기적으로 자녀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담은 포스팅을 게재하는 행위를 셰어런팅(Sharenting)이라고 한다. 양육(parenting) 과정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공유(share)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노출한 다양한 개인정보가 아동·어린이 의사나 권리와 무관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장은 “자녀 동의 없이 사진·영상을 공유하는 행위도 아동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의 일종”이라고 지적했다.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사각지대
더 심각한 건 아동·청소년의 위치·개인 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호주 사이버안전위원회가 호주 소아성도착증 범죄 사이트에서 발견한 사진의 절반가량이 SNS 사진이었다.
다국적 금융사 바클리스는 ‘오는 2030년 신원 도용범죄 가운데 3분의 2가 셰어런팅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성인이 어릴 때, 이들의 부모가 올린 사진·영상이 추후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서도 지난해 10월 한 범죄자가 SNS에서 확보한 정보를 활용해 9세 여아에게 접근해 유괴했다가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로 구속됐다.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가천대 교수)은 “예컨대 어떤 아이가 매주 월요일마다 정해진 시간에 학교→학원→아이스크림 가게→집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온라인에서 입수한 범죄자가, 역시 온라인에서 입수한 자녀 사진을 전송하면서 입금을 요구하는 ‘보이스 피싱’ 범죄 가능성도 있다”며 “무심코 올린 자녀 이름이나 성별·나이가 아동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라인에서 아동용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 약관. 어린이나 아동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 A사 홈페이지 온라인 캡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7/19/joongang/20220719221046660oawv.jpg)
근본적으로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 원칙·제도가 미비한 상황도 문제다.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는 SNS는 물론 유튜브 등 동영상 시청이나 온라인 게임 접속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처리된다. 어릴 때부터 온라인 게임·영상을 접하면 장기간·대규모 개인정보가 온라인상에 쌓인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22조6항은 아동 개인정보 수집 시 법정대리인 동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아동·청소년이 본인 개인정보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 규정하는 내용은 없다. 강미정 팀장은 “우리 사회가 아동·청소년을 ‘보호’ 대상으로만 인식할 뿐, 이들의 ‘권리 보장’인식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해외에서는 아동 개인정보 관련 제도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제연합(UN)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3월 아동 프라이버시권을 ‘디지털 환경에서 보장해야 할 아동의 권리 중 하나’로 규정하고, 각국에 법적·행정적 조치를 권고했다. 유럽연합(EU)은 17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잊힐 권리’를 명시하고 있고, 미국도 13세 아동 개인정보를 처리할 때 보호자 고지 등 명확한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규정하고 있다.
![한 배우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자녀의 사진.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7/19/joongang/20220719221046913xxwj.jpg)
“연령대별 개인정보 규율 체계 필요”
또 ‘아동에게 개인정보 처리 사항을 고지할 땐 명확하고 알기 쉬운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 개인정보보호법 39조의3도 유명무실하다. 예컨대 완구전문몰 U사의 경우 개인정보 수집 약관에 ‘이용자 정보를 수시로 불러오는 세션 방식을 사용한다’라거나 ‘브라우저 쿠키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고 고지한다. 아동·어린이가 이해하기 힘든 문구다.
개인정보보호법 대상·범위를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일괄적으로 만 14세 미만을 대상으로 법정대리인 동의를 요구한다. 하지만 아동·청소년도 연령대별로 디지털 사용 행태가 다소 다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사진·영상보다 게임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많지만, 중·고등학생은 온라인상에서 사진·영상 데이터에 접속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가 많다.
서울대 나종연 소비자학과 교수는 “영국은 ‘연령 적합성 설계’라는 이름으로 연령대별 개인정보 보호제도를 세밀하게 설계하고 있지만,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권리 행사가 미숙한 청소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이 보호하는 대상 범위를 넓히거나, 연령대별로 개인정보를 규율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체계적으로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 방안을 제도화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중앙일보·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공동기획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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