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투자한 주식 연일 상승세... 그럼에도 3개월 만에 접은 이유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코스피 5천 시대라고 합니다. 설 연휴, 밥상머리에서 재테크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죠. 주식부터 경제상식까지, 기사로 '돈 이야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말>
[양형석 기자]
나이가 들면서 주량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가끔 지인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삶의 큰 기쁨 중 하나다. 만나는 지인들의 면면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야기의 주제는 세월이 가면서 점점 변하고 있다. 20대까지만 하더라도 연예인 이야기나 스포츠 이야기, 군대 이야기 또는 철 없이 뜨거웠던 첫사랑의 쓰렸던 기억들이 우리들의 주요 안줏거리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어느덧 결혼을 한 지인들이 결혼을 하지 않은 지인들보다 훨씬 많아졌고 예전처럼 아무 근심·걱정 없이 술잔을 기울일 기회도 줄어 들었다. 그리고 지인들이 모이면 예전 같은 가벼운 이야기보다는 부부 문제나 육아 문제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특히 지인들이 아이들 이야기로 서로 공감하면 여전히 아이들보다 '아이돌'에 더 관심이 많은 나는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 들어, 더 정확히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유독 자주 등장하는 대화의 주제가 바로 '주식'이다. 한 때 '코인 열풍'이 불었던 시절 코인에 빠진 지인들은 가끔 있었지만 최근엔 주변에 많은 지인들이 주식을 통한 재테크를 하고 있다. 나 역시 아직 주식을 시작하진 않았지만 높아진 코스피 지수 만큼이나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최근엔 주가지수를 체크하고 경제 뉴스를 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
|
| ▲ 아직 주식을 시작하진 않았지만 높아진 코스피 지수 만큼이나 주식에 관심을 갖고 경제 뉴스를 보는 시간이 늘었다. |
| ⓒ pixabay |
동생은 "이제 '저금리시대'가 되기 때문에 청년들이 돈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은 도박과 주식 밖에 없다. 그런데 도박은 불법이기 때문에 우리는 주식을 해야 한다"는 논리로 나를 설득했다. 만약 요즘 누군가 그런 제안을 했다면 "나도 하고 싶지만 여유 자금이 없다" 또는 "긍정적으로 고민해 보겠다"는 식으로 적당히 둘러대겠지만 그 때 나에겐 동생의 제안이 너무 달콤하게 들렸다.
당시 나는 가수 보아의 열혈팬이었기 때문에 코스닥에서 3000원이 채 되지 않은 가격에 거래되던 SM 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사고 싶었다. 그래서 주식을 권했던 동생에게 SM의 주식을 살 거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동생은 "엔터주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나를 말렸고 사람들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미래가 밝은 기업이라며 나에게 모 IT업체 종목을 추천했다(참고로 2004년 당시 2천원대였던 SM주식이 올해 2월 10일 현재 11만4400원이 됐다).
결국 나는 은행 창구 직원의 추천으로 가입해 1년 넘게 붓고 있던 적립식 펀드를 과감하게 해약하고 '전 재산'을 투자해 동생이 추천해 준 IT업체의 주식을 구입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가 처음 산 주식 종목은 몇 일 연속으로 상승세를 탔고, 나는 '이게 바로 주식투자의 보람이구나'라고 느끼며 동생과 축배를 들었다(정작 나에게 그 종목을 추천해 줬던 동생은 당시 대학생 신분이라 주식투자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첫 주식투자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평소 작은 변화에도 일희일비하는 내 참을성이 문제였다. 나는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내 주식의 등락을 확인하기 위해 홈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얼마 있지도 않은 금액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나는 결국 주식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약 10% 정도의 이익을 남기고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아 버렸다.
사실 이익금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는 인생 경험으로 했던 첫 주식투자에서 이윤을 남긴 것에 만족했고 그 후 주식에 관심을 끄고 살았다.
|
|
| ▲ 지난 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07.53포인트(3.86%) 내린 5,163.57로 장을 마감했다. |
| ⓒ 연합뉴스 |
짧았지만 주식투자 경험이 있던 지라 영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자신했지만 경제나 주식에 대한 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던 나에게 <작전>은 어려운 영화였다. '개미', '작전세력'처럼 들어본 용어도 있었지만 '통정거래'와 '놀림목(상승 추세 속 쉬어가는 구간)', '모찌 계좌(증권사 임직원의 차명 개인 투자 계좌)', 'BPS(1주당 기업 순자산)' 같은 전문 용어들이나 은어들은 알아듣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렇게 <작전>은 나에게 재미없는 영화로 기억됐고 그 후로도 오랜 시간 동안 주식은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 2021년 1월 코스피가 처음으로 3000을 돌파했을 때는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3000이 무너졌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한 번도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내 머리 속에서 주식은 '도박에 가까운 위험한 투자'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작년 2월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이 집권하면 별다른 변화 없이도 코스피 3000을 찍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된 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돌입하자 이재명 후보는 '임기 내 코스피 5000'을 목표로 들고 나왔다. 상대 후보 측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경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후보의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공약"이라고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지만 그의 코스피 5000목표는 허황돼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대한민국은 약 7개월 만에 '코스피 5000 시대'를 활짝 열었다.
|
|
| ▲ 영화 <작전> 스틸 이미지. |
| ⓒ ㈜쇼박스 |
한국 주식시장이 코스피 5000을 돌파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17년 전에 별 생각 없이 봤던 영화 <작전>을 다시 한 번 감상했다. 17년 전 처음 볼 때보다 주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알아듣지 못했던 주식 용어들이 익숙해지면서 예전보다 영화를 더 재미 있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작전>은 주식을 통해 '한 탕'을 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한 방'을 노리는 주식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아직 나는 주식을 시작할지 말지, 시작한다면 언제 들어가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혹자는 코스피가 5000이 아닌 7000 이상 오를 거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반대편에서는 코스피 5000이 거품이라고 폄하한다. 그리고 이 같은 대립은 나의 '결정장애'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계속 활발해지고 주변에 주식을 통해 웃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지금, 나도 주식을 재개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설 연휴가 지나면 내 핸드폰에 증권거래앱이 깔려 있을 것 같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끼가 빙글빙글 감싼 도서관, 공기부터 다르네요
- 1심 선고 앞둔 윤석열 내란 재판, 뮤지컬을 통해 경고한다
- 코스피 5500, AI를 워런 버핏처럼 쓰려면 먼저 질문을 바꿔라
- 시간을 견뎌온 땅, 성북동의 두 얼굴
- 설 연휴, 하릴없이 스마트폰만 보기 싫은 당신에게
- 2만 원씩 국민에게 주면, 가짜뉴스 없앨 수 있다
- 크림 스파게티에 이걸 넣는다고? 명절 음식의 색다른 변신
- 설 연휴 마지막 날 유튜브 일부 장애... "문제 발생"
- 트럼프, 일본 대미투자 첫 프로젝트 3개 발표... 52조원 규모
- 세대와 지역을 가로질러... 당신이 '열매'가 될 수 있는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