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꼭두각시” vs “지주사 독재 경영” 한미약품家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전종보 기자 2024. 10. 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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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인사이드]
사진 속 남성들은 기사와 무관한 인물 / 그래픽=김남희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한미약품일가 모녀와 형제 간 분쟁이 점차 격화하고 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모녀 측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과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이사를 각각 기타비상무이사와 사내이사에서 해임하기 위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가운데, 한미약품은 “지주사의 독재 경영”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요구 “박재현 대표, 취임 후 꼭두각시 역할만”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30일 계열사 한미약품에 공문을 보내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한 임시주총 안건은 박재현 사내이사(한미약품 대표이사 전무),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안과 한미사이언스 박준석 부사장, 한미정밀화학 장영길 대표이사의 이사 선임안이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시주총 소집 요구 배경에 대해 “신약과 개량신약 R&D 분야를 모두 선도했던 한미그룹 명성이 예전 같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 못하다는 시장의 평가까지 더해지고 있는 지금, 당사(한미사이언스)는 귀사(한미약품)의 최대주주로서 더 이상 현 경영 상태를 방관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체 없이 소집절차를 취하지 않을 경우 관련 법적절차에 착수하겠다”고 경고했다.

신규이사 선임과 관련해서는 “귀사의 경영상 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나 이를 옆에서 부추긴 이사를 전면 교체하고, 그동안 묵묵히 한미그룹에서 경험을 쌓고 각 부문에 대해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아온 명망 있는 이들을 신규 경영진으로 선임해 한미그룹의 영광을 되찾고자 한다”고 했다.

한미사이언스는 박재현 대표에게 이사회 해임은 물론, 이로 인해 빚어질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박재현 대표는 과거 OCI와의 거래를 추진했던 기획실 근무경력의 외부인 1인을 포함, 2명의 임원에 대한 독단적인 인사조치를 취해 그룹 전체에 혼란을 초래했다. 충분한 검토나 논의를 생략한 채 난데없이 명령을 수행하듯 본인 명의로 인사발령부터 낸 것”이라며 “전문경영인이 아닌 특정 대주주만을 위한 하수인임을 자인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신동국 이사가 한미약품의 핵심역량인 R&D에 대해 ‘너무 많이 쓴다’고 지적하자, 박재현 대표가 ‘추가 R&D 투자는 필요없다’고 화답하는 등 한미의 DNA이자 회사의 미래가치를 담보할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구성원은 물론, 주주 이익에 반하는 논의를 대수롭지 않게 하고 있다”며 “박 대표 취임 후 행적을 보면 전문경영을 한 게 아니라 OCI에 매각 건을 포함해 특정 대주주의 충실한 꼭두각시 역할만 했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 “대표이사 개인 제안인 듯… 비상식적 표현 유감”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의 이번 임시주총 소집 요청에 대해 “주주들이 합당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를 통해 임시주총 관련 논의를 진중히 검토하겠다”면서도 “최근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도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이 다뤄지지 않은 사실로 볼 때, 이번 제안이 한미사이언스 법인이 한 것인지, 특정 대주주(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이사)의 독단적 결정인지 불확실한 상태다”고 밝혔다.

박재현 대표이사와 관련된 한미사이언스 측 주장과 관련해서는 “대표이사를 꼭두각시 등 입에 담지 못할 표현으로 모욕하고 비상식적 표현을 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지주사의 특정 대주주 경영자가 그룹사의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독재 경영은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동국 이사와 박재현 대표이사 간 R&D 비용 관련 대화는 완전히 허구로 각색된 내용”이라며 “‘난데없이 명령을 수행하듯’ ‘특정 대주주의 하수인’ 등과 같은 매우 주관적이고 모욕적인 표현도 남발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핵심 사업회사의 현재 경영 상황과 성과를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현재 지주회사가 사업회사를 상대로 자행하고 있는 여러 업무 방해와 불법 행위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판단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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