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국 뒤흔들었던 두 남녀, 다시 만났지만...

조회수 2023. 12. 2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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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할리우드 주름잡던 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에단 호크
[리뷰:포테이토 지수 49%]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테슬라 의문의 1패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의 한 장면.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항로를 이탈한 유조선이 해변으로 밀려오는 모습이 공포를 자아낸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소설에나 나올 법한 우정과 사랑, 웃음이 꽃피는 시트콤 '프렌즈'의 시대는 지났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차별과 갈등이 증폭되고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파국을 넘어 파괴를 앞둔 지금, 우리는 이 세상을 뒤로하고 어디로 향할 것인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가 묻는 질문이다.

어떤 대답을 내놔야 할까... 선뜻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은... 답하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영화가 주는 자극에 공감하기 어려운 탓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빌드업'만 하다가 끝난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힘이 없다.

아무리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제작을 맡은 화제작이라고 해도, 당대 할리우드 톱스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은 물론 제작까지 참여한 작품이라 해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영화를 보고 나면 어쩐지 일론 머스크만 떠오른다.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법한 바로 그 결정적인 장면 탓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의문의 1패'를 당한 테슬라의 여운이 영화의 감흥을 뛰어넘는다.

줄리아 로버츠부터 에단 호크, 마허샬라 알리 등 할리우드 인기 배우들이 출연해 이야기를 이끌지만 작품은 끝내 모호하게 끝을 맺는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휴가 떠난 호화 주택에서 맞는 사이버 테러의 공포

뉴욕에 사는 아만다(줄리아 로버츠)는 어느 날 아침 자신과 남편이 1년 내내 일만 하고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즉흥적인 휴가를 준비한다. 대학 교수인 남편 클레이(에단 호크)와 아들, 어린 딸을 데리고 뉴욕 인근의 롱아일랜드의 호화 주택으로 무작정 휴가를 떠난 아만다 가족은 평화로운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다가 거대한 유조선이 눈앞까지 떠밀려오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때부터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 휴대전화는 먹통이 되고, 와이파이는 잡히지 않는다. 전파 이상으로 모든 게 멈춘 그날 밤. 통창 너머로 낯선 두 사람이 나타나 문을 두드린다.

고급스러운 턱시도를 차려 입은 스캇(마허샬라 알리)와 딸 루스(마이할라 헤럴드)는 아만다 부부에게 자신들이 바로 호화 주택의 주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만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정말인지 재차 되묻는다. 대사로 직접 표현하지 않지만 마치 흑인이 이런 최고급 주택을 소유했다고는 믿을 수 없다는 투다.

그날 밤부터 함께 머물게 된 두 가족은 사이버 공격으로 항로를 이탈한 비행기들이 잇따라 추락하고 알 수 없는 굉음에 유리창까지 깨지는 미스터리한 재난을 마주한다. 외부의 세상은 패닉 그 자체인 듯 한데도, 정작 통신이 마비된 탓에 숲속의 호화 주택은 세상과 단절된 이들에게 '불완전한 안전가옥'이 돼 준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어느 것도 분명하지 않은 채로 이야기를 끌고 나아간다. 군수 업체와 일을 했다는 스캇이 드문 드문 꺼내 놓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은 지금 이 영화 안에서 벌어지는 재난의 상황을 애써 추리해야 한다. 하지만 단서만 난무할 뿐 흩어진 힌트가 짜임새 있게 연결되지 않은 탓에 러닝타임 141분동안 빌드업만 하다 결국 이야기는 싱겁게 끝난다.

'NASA'가 적힌 티셔츠를 고집스럽게 입고 있는 아만다의 딸은 나이 답지 않게 '올드한' 시트콤 '프렌즈'에 집착한다. 전파가 끊긴 탓에 '프렌즈'의 마지막회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지금 가족 앞에 닥친 재난보다 이 소녀를 더 답답하게 만든다.

관객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호화 주택에 때때로 나타나는 사슴떼의 상징, 사이버 공격을 일으킨 세력이 대체 누구인지, 짧게나마 테러 국가로 지목된 중동과 한국 그리고 중국이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상황이 뜻하는 의미, 맨하탄 한 복판에서 터지는 폭탄의 진원지는 또 어디인지... 온통 수수께끼 속이다.

자율 주행을 자랑하는 테슬라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오작동하는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는 루만 알람 소설 '세상을 뒤로 하고'가 원작이다.

2020년 출간한 책은 당시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 넣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갈등과 고립이 초래하는 현실을 다뤄 주목받았다. 불확실한 현실과 미래 앞에서 불안에 휩싸인 인물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작품으로 호평받았고, 그 결과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기획을 거쳐 영화로도 제작됐다.

하지만 영화는 말하려는 주제 의식은 분명하지만 정작 '영화'라는 장르의 특징은 놓친 듯 하다. 확실한 주제 만큼 영화가 마땅히 지녀야 할 극적인 재미는 안타깝게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감독: 샘 에스마일 / 출연: 줄리아 로버츠, 마허샬라 알리, 에단 호크 외 / 플랫폼: 넷플릭스 / 공개일: 12월8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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