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포츠 의류업체인 나이키가 제품 재편 과정에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글로벌 무역전쟁 확대로 나이키의 턴어라운드 전략이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나이키는 회계연도 4분기(올 3~5월) 매출이 10% 중반대의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미국 관세 영향으로 이번 분기 총이익률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계연도3분기(작년 12월~올 2월)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112억70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은 0.54달러로 모두 월가 전망치를 웃돌았다. 다만 중국 매출은 17% 감소한 17억3000만달러를 기록해서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전체 매출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키는 에어포스1, 덩크 등 대표 운동화의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미판매 재고를 정리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지난 분기 재고는 2% 감소했지만 맷 프렌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여전히 모든 카테고리에서 재고가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나이키는 과잉 재고 처리와 스타일 개편이 진행됨에 따라 다음 분기 총이익률이 4~5%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와 같은 하락세가 2026회계연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나이키는 최근 혁신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고 경쟁 심화로 고전해왔다. 지난해 매출 감소 등 실적 부진을 겪은 이후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사업 회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베테랑 경영진인 엘리엇 힐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힐은 2020년 은퇴했지만 회사로 복귀했다.
힐은 작년 12월 러닝, 농구, 축구 등 스포츠 중심으로 부서를 재편했다. 또 디지털 광고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는 스포츠 캠페인에 마케팅 예산을 재배치하고 유통 협력업체와의 관계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킴 카다시안의 속옷 브랜드와 협업해 ‘나이키스킴스’ 라인을 발표하고 약 30년 만에 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에 광고를 내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나이키의 회복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렌드는 사업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정학적 변화, 새 관세, 변동성이 큰 환율과 세금 규제” 등을 꼽았다. 나이키는 중국과 멕시코에 각각 117개와 8개의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또 2024회계연도에 나이키는 전체 신발의 18%를 중국에서 생산했다.
제프리스의 랜덜 코닉 애널리스트는 이번 실적이 나이키가 “2년의 회복 여정이 순조롭게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신제품 출시, 재고 정리, 도매업체와의 관계 복원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의 알렉스 스트래튼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경영진의 전략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나이키의 회복 과정이 길고 변동성이 클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이 회복에 대해 확신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푸남 고얄 애널리스트는 “회복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지만 “여전히 재고를 줄이기 위해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