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로 인한 전자폐기물,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은 인공지능(AI)의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생성형 AI 붐으로 글로벌 업체들이 데이터센터 짓기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생성형 AI로 인한 전자폐기물이 2030년 최대 250만 톤에 달할 거라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재 전 세계의 전자폐기물 재활용률은 12.5%에 불과합니다. 전자폐기물의 재활용은 환경보호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다는데 과연 얼마나 될까요?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생성형 AI가 부른
전자폐기물의 반전
숨은 광산이었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전자폐기물이 2030년 연간 25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 픽사베이
생성형 AI로만 2030년 한 해 250만 톤 발생

인류세(人類世)의 지표 화석 후보를 꼽으라면 20세기에 급증한 핵실험에 의한 방사성낙진, 플라스틱, 닭뼈 등입니다. 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자폐기물입니다. 인류세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꾼 영향에 주목해 제안된 지질 시대의 구분 중 하나입니다. 고소득 국가인 선진국의 경우 1인당 전기·전자제품 장치가 평균 100개가 넘습니다.

인류세 주창자들은 방대한 전자폐기물의 대다수가 매립되고 있는 점을 들어 전자폐기물을 ‘기술화석(technofossils)’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전자폐기물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거나 최신 기술과 호환되지 않거나 낡아서 버려지는 전자제품을 말합니다. 컴퓨터, 스마트폰, 텔레비전 및 모니터 등의 모든 전자제품을 비롯해 생성형 AI를 구성하는 컴퓨터 부품이 포함됩니다.

이 같은 전자폐기물은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더욱 쌓여가는 구조입니다. 생성형 AI는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해 글이나 이미지, 동영상, 음악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AI의 일종입니다. 일반적인 AI의 다음 단계인 셈입니다.

생성형 AI를 구동하려면 기존 하드웨어들을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 부품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회로기판, 그래픽처리장치(GPU), 배터리 등 고성능 하드웨어와 각종 칩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구형 전자폐기물이 늘고 있습니다. 또 생성형 AI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부품들은 짧은 주기로 교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명이 다하지 않은 부품을 계속 최신 부품으로 바꾸다보니 폐기물이 나오는 속도 또한 더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10월 14일은 ‘세계 전자폐기물 없는 날’입니다. 이와 연계해 10월 28일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중국과학원, 이스라엘 레이츠먼대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컴퓨테이셔널 사이언스’에 생성형 AI 확대에 따른 영향만으로 발생하는 전자폐기물량을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2020년부터 2030년까지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같은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전 세계 전자폐기물의 잠재적 발생량을 시뮬레이션(모의시험)을 통해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처럼 폐기물 감소 조치가 없다면 생성형 AI로 인한 전자폐기물이 2030년 기준 한 해 최대 250만 톤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생성형 AI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전자폐기물만을 포함했고 다른 형태의 AI에서 발생하는 전자폐기물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2023년의 발생량 2600톤에 비해 1000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2030년 세계 인구 추정치인 85억 명이 각자 아이폰을 두 대씩 버리는 것과 같은 수준입니다. 연구팀은 또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생성형 AI로 인한 전자폐기물 총량이 최대 5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한편 전자폐기물 배출은 북미 지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폐기물 절반 이상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들 나라에 모인 AI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의 58%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그 뒤를 동아시아와 유럽이 차지했습니다. 중국과 한국, 일본 등에서 약 25%, 유럽연합(EU)과 영국에서 약 14%의 전자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재활용하면 최대 280억 달러 경제적 가치

문제는 전자폐기물에 포함된 유해물질입니다. 전자폐기물에는 독성물질인 납, 카드뮴, 크롬, 수은 등 중금속이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들을 땅에 묻을 경우 강·바다·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오염된 땅에 농사를 지으면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독성물질이 흘러들어갈 수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원자재 고갈, 물, 에너지 소비, 대기오염 등 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렇다면 전자폐기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우선적으론 생성형 AI 사용과 재활용을 중심으로 한 순환경제의 전자폐기물 관리 전략이 필요합니다. 전자폐기물은 희소금속을 얻을 수 있어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생성형 AI 하드웨어 부품으로 쓰이는 구리, 알루미늄, 철, 주석, 니켈, 금, 은, 백금, 팔라듐 등과 같은 금속을 재활용할 경우 140억 달러(약 19조 원)에서 최대 280억 달러(약 38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또 효율적인 알고리즘 개발로 생성형 AI 하드웨어의 수명을 연장해 GPU·CPU 등의 새 장비 구매를 늦추거나 금속 등을 재활용할 경우 전자폐기물 발생량을 16%에서 최대 86%까지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금속 재활용은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전자폐기물에서 금을 추출하는 것은 광석 채굴보다 탄소 배출량을 80% 감소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자폐기물은 전 세계에서 매년 발생하는 총 유해 폐기물의 70%를 차지합니다. 그중 12.5%만 재활용됩니다.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생성형 AI 선도 국가들이 재활용을 목표로 두고 하드웨어 제조와 알고리즘 개발 단계부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전자폐기물 재활용은 회수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걸림돌입니다. 다른 고형 폐기물과 뒤섞인 전자폐기물을 수작업으로 분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자폐기물이 적극적으로 재활용돼 지속가능한 수익이 창출되도록 민·관은 물론 국제 협력을 통한 공동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