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다시 흑자 시대로…턴어라운드의 중심 [CEO 라운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가 모처럼 웃었다.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턴어라운드를 주도해온 송미선 대표(47) 리더십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하나투어 1분기 56억 흑자
하나팩 2.0 흥행 주효
하나투어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297억원 영업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하나투어가 흑자전환한 것은 2019년 3분기 이후 무려 3년 6개월 만이다. 매출은 8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6% 증가했고, 순이익도 94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려왔던 하나투어가 흑자로 돌아선 배경은 뭘까.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해외여행 활성화, 1분기 여행 성수기 효과로 실적이 반등했다는 분석이다. 1분기 전체 송출객은 54만2000여명, 패키지 송출객은 26만여명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41%, 92% 증가했다. 특히 송미선 대표의 경영 혁신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송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출신이다. 2001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해 20여년간 금융기관과 산업재, 통신기술 분야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해왔다. 하나투어 대표로 부임한 시기는 2020년 3월이다. 이후 육경건 대표와 공동 대표 체제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말부터 송미선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

자산 매각으로 실탄을 마련한 후에는 체질 개선에 힘썼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7월 ‘하나팩 2.0’ 상품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나팩 2.0은 기존 패키지여행의 단점을 보완한 상품으로 일정표에 없던 쇼핑, 기사 가이드 경비 등 불필요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빡빡한 여행 일정을 줄이고 숙소를 시내 중심 호텔로 옮겨 현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핫플레이스와 맛집 방문 일정도 포함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하나팩 2.0은 일반 패키지 상품보다 가격이 30%가량 비싸지만 송 대표는 여행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판단하고 밀어붙였다.
당시 여행업계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쇼핑 옵션을 뺀 만큼 가격이 높아진다.” “고객이 외면하면 하나투어가 여행업계 1위 자리를 놓칠지 모른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대성공. 1분기 하나투어의 해외여행 1인 평균 판매가는 118만원으로 2019년 1분기(93만원)보다 27%가량 올랐다. 하나팩 2.0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며 흑자전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여행 일정표에 기재되지 않았거나 일정표 정보와 다른 선택 관광을 진행하는 등 약속 불이행으로 발생한 비용은 하나투어 마일리지로 100% 보상했다. 개런티 프로그램 이행률이 96%로 높게 나타면서 야심 차게 선보인 하나팩 2.0 상품이 안착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판매에 힘쓴 점도 주효했다. 하나투어는 TV 홈쇼핑에 의존하지 않고 라이브커머스 ‘하나LIVE’ 등 자체 판매 채널을 강화했다. 쇼호스트가 여행 상품을 소개하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주로 여행에 관심 있는 고객이 접속하는 만큼 최종 예약 전환율이 높은 전략적 판매 채널이다. 경쟁사들이 TV 홈쇼핑에서 저가 패키지 판매에 열을 올렸던 것과 대비된다.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 앱 개편에도 주력했다. 여행 서비스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앱 화면을 정리하고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 경험)도 개선했다. 단순한 여행 쇼핑몰에서 벗어나 여행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스케줄러 기능, 개인 취향을 분석한 여행 일정 추천 기능도 탑재했다. 덕분에 2019년까지만 해도 19%에 그쳤던 하나투어의 온라인 채널 고객 비중은 올 1분기 37%까지 높아졌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채널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예약이 되살아날 것을 감안해 공식인증 예약센터를 비롯한 전국 7000여곳의 파트너사(판매대리점) 영업 정상화를 지원해왔다. 여행업계 최초로 해외여행 중 코로나19 확진 고객에게 현지 격리로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SAFETY & JOY(안심여행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덕분에 하나투어는 올 1분기 BSP(항공여객 판매대금 정산제도) 기준 해외 항공권 발매 실적 2706억원으로 국내 여행사 중 25년 연속 1위를 이어갔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경쟁사들이 저가 패키지 상품 공세로 하나투어를 맹추격했지만, 오히려 하나투어는 여행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지켰다. 여행 시장 정상화로 일반 여행객뿐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 매출 확대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는 2021년 1273억원, 지난해 1012억원 적자를 냈지만 올해는 연간 기준 흑자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해외여행 시장 회복세에 발맞춰 대대적인 인력 보강에도 나선다. 상반기 중 100여명의 신입사원 공채를 준비 중이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하나투어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지만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몸집이 가벼워진 데다, 최근 일본 여행이 살아나고 있어 올해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패키지 성장세 한계, 핵심 인력 이탈
물론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이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언제든 해외여행 수요가 꺾일 수 있는 데다 여행 트렌드가 패키지에서 개별 여행으로 점차 옮겨 가는 분위기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하나투어와 비슷한 형태의 여행 상품을 쏟아내면 머지않아 ‘치킨 게임’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20년 사모펀드 IMM PE가 하나투어 최대주주가 된 이후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한 점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대목이다. 하나투어 지분 16.7%를 보유한 IMM PE는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하나투어 경영을 이끌어온 육경건·김진국 대표, 염순찬 상무 등이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육경건 대표는 1990년 하나투어의 전신인 국일여행사로 입사한 영업 전문가로 30년 넘게 하나투어에 몸담았지만 최근 마이리얼트립으로 이직했다. 김진국 대표는 노랑풍선으로 이직했고, 하나투어 상품 기획, 영업 전략 등을 맡아온 염순찬 상무도 인터파크로 자리를 옮겼다. 재계 관계자는 “송미선 대표 취임 이후 하나투어 체질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동안 하나투어 성장에 일조해온 핵심 인물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경영 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귀띔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9호 (2023.05.17~2023.05.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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