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청년 채무조정, 투자가 되려면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가장 눈길이 간 건 빚에 눌린 20·30대 청년층의 현실이었다. 지난해 3월 기준, 빚 갚을 능력이 매우 낮은 ‘고위험 가구’로 분류된 45만9000가구 중 34.9%가 청년이었다. 5년 새 12.3%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중년·노년층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종류별로 뜯어보면 청년들의 빚 상당 부분은 고용·소득·주거 불안에서 오는 생활형 부채 성격을 띤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를 보면, 20대의 빚은 학자금대출(39%), 신용대출(37.2%)이 가장 많았고, 30대도 신용대출(50.2%)과 주거 관련 대출이 주를 이뤘다. 보고서는 “청년층에겐 자산 형성 초기에 학업·생활·주거 관련 자금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젊은 층 빚 증가엔 이른바 주식·코인 열풍에 따른 ‘영끌 빚투’ 영향도 클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구조적 불평등과 자산 격차가 있다.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서 청년들은 소득 불평등 점수를 10점 만점에 6.82점, 소득 대물림 정도를 7.23점으로 평가했다. 청년들이 일으키는 과도한 레버리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나온 생존 투쟁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청년 금융 취약성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기준 한국평가데이터(KoDATA)가 고위험 대출을 분석한 결과, 20·30대 대출자 중 각각 62.9%, 36.2%가 신용평점 7등급 이하(저신용자)로 나타났다. 채무불이행자 비율도 청년층(만 19~34세)에서 타 연령대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자산과 신용 이력이 부족하니 고위험 대출로 내몰리고, 이를 갚지 못하는 악순환이다. 이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청년들이 찾는 채무조정제도 대부분은 사후처방에 머물러있다. 2024년 신용회복지원·개인회생 이용현황에 따르면, 90일 이상 연체된 뒤에야 신청할 수 있는 ‘개인워크아웃’이 79%에 달했다. 신용 불량, 사회적 고립이라는 벼랑 끝에 몰린 뒤에야 국가가 개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같은 과도한 청년 채무는 청년들 뿐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위태롭게 한다. 하지만 개인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청년 채무조정이 단순히 빚 탕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복지 비용을 줄이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빚에 압도되기 전 조기 징후를 찾아내는 시스템을 만들고 코인·주식 관련 등 금융 교육, 고용 대책 등도 이어져야 한다. 미래 경제 주체의 삶이 살아날 때 국가 경제 역동성도 회복될 것이다.
김선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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