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보려고 탔다가 이륙 직전 "내려달라"…황당 '자발적 하기'

김은빈 2024. 10. 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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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이륙 직전 내려 달라고 요청하는 '자발적 하기(下機)' 사례가 지난 5년 8개월간 3000건 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실이 지난 1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공항에서 발생한 하기 사례는 총 2965건이었다.

이 가운데 기체 결함, 지연, 운항 취소 등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비자발적 하기 417건을 제외한 2548건(85.9%)은 모두 자발적 하기였다.

자발적 하기는 2019년 401건에서 2020년 코로나 사태 여파로 252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항공편 운항이 재개된 2021년(417건) 이후로 2022년(542건), 2023년(523건) 등 매해 증가세를 보였으며, 올해는 8월까지 이미 413건이 발생했다.

자발적 하기 사유로는 '건강상 문제'가 54.9%(1399건)로 가장 많았다. '일정 변경'(273건)과 '가족·지인 사망'(42건) 등 납득이 가는 사유도 있었으나, '단순 심경 변화'로 인한 하기도 389건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물품 분실, 동행자와의 다툼, 요금 불만 등 긴급 사안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극성팬이 연예인을 보기 위해 비행기 표를 끊고 탔다가 이륙 직전에 내려달라고 하는 사례도 있었다.

항공보안법 등에 따르면 승객이 이륙 전에 내릴 경우 항공사는 공항 당국에 이 상황을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후 공항테러보안대책협의회 판단에 따라 기내 전면 재검색 등 필요한 보안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내 전면 재검색을 하는 경우 모든 승객이 기내에서 내리고 휴대·위탁 수하물도 모두 꺼내야 해 이륙이 1~2시간 이상 지체되기도 한다.

지난 7월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이륙을 앞둔 김포행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 한 명이 갑자기 내리겠다고 요구하면서 출발이 1시간가량 늦어져 승객 220명이 불편을 겪는 일이 있었다.

염 의원은 "이륙 직전 자발적 하기는 다른 승객과 항공사에 큰 손해를 끼치는 만큼 사안에 따라서는 승객이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승객들도 이런 행위가 심각한 항공 보안 위협 사안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매우 긴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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