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도 기자회견도 거부한 한강…문학계에선 "놀랍지 않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딴 기념 사업과 문학관 건립을 일체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히고 두문분출하는 것에 대해 문학계에서는 평소 그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수긍할 만한 반응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앞에 나와서 문학이 이렇게 대단하다고 떠들 사람이 아니”라는 것.
최근 한강은 부친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관 설립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부친 한승원 작가는 지난 14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사업을 준비 중인 광주시 문화조성과 관계자를 만나 “딸의 이름으로 큰 건물을 짓지 말아달라. 대형 행사하는 것도 딸이 싫어한다”고 전했다. 앞서 한 작가는 장흥군이 제안한 부녀 기념관 건립도 거절했다. 한강의 모교인 연세대는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학내 ‘한강상’제정을 고려했지만, 작가의 성향을 고려해 논의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계는 평소 한강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워낙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라 동료 문인들과 있을 때도 말수가 없었다”며 “수상 소식이 알려진 후 출판사 사람들도 연락이 닿지 않을 만큼 접촉이 어려웠다. 한강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 중에 일부러 축하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성격에 자신의 이름으로 문학 사업을 하는 것은 당연히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굵직한 국제문학상을 받았을 때의 발언도 재조명받고 있다. 2016년 부커상 국제 부문에서 『채식주의자』로 상을 받은 한강은 귀국 기자 회견에서 노벨상 수상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자 “상은 책을 쓴 다음의 아주 먼 결과”라며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듯 “숨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심정도 드러냈다.
“오늘 이 자리가 끝나면 얼른 돌아가서 지금 쓰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글을 써가면서 책의 형태로 여러분께 드리고 싶어요. 최대한 빨리 제 방에 숨어서 글을 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요.”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 한국문학번역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이 참여하는 회의가 열린다. 문체부는 이 자리에서 한국 문학의 해외 홍보 방향, 작가·출판인의 국제 교류 지원 사업 등을 점검한다. 향후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보완이나 검토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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