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 대신 신흥국 간다...인도·동남아 집중


중국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라면 당연히 군침을 흘릴만한 거대 시장이다. 세계 1위 시장으로 해외 판매로만 놓고 보면 미국보다 더 큰 시장이라서다.


현대기아는 200년대초 중국 진출 이후 승승장구를 이어가다 2016년 이후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정치외교적 이슈 이외에도 중국 메이커의 급성장에 따른 브랜드력 저하, 빠른 전동화 정책을 제때 따라가지 못해서다.


결국 현대차의 경우 최고 판매 대비 3분1까지 줄어들면서 6곳에 달했던 중국 생산 공장을 3곳까지 줄였다. 대신 인도와 동남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중국법인은 충칭공장을 6800억원에 매물로 내놨다. 충칭 공장은 2017년에 준공한 첨단 공장으로 연간 30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문을 열자마자 판매가 급락하면서 제대로 공장을 돌리지도 못하고 6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앞서 베이징 1공장 매각에 이어, 향후 창저우 공장 매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현대차는 중국에 베이징 2, 3공장과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 공장만 남는다. 생산 능력은 연간 165만대에서 90만대까지 줄어든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부진은 대외환경 변화와 중국 브랜드의 급격한 성장과 맞물려있다. 사드 배치와 여러 외교적 이슈로 인해 한국과 중국간의 관계가 악화됐고, BYD와 지리 등 현지 제조사들이 디자인과 품질에 이어 기술력까지 거의 대등해지면서 경쟁력이 약해졌다.


또한 현대차의 중국 전략형 모델이 소비자로부터 연이은 혹평을 받은 것도 한몫한다. 현대차는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시장 저가형 모델 중심으로 판매를 늘렸지만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적극적인 현지 공장을 설립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고급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차는 2016년 연간 113만3000대를 팔았지만 지난해 25만4000대까지 감소했다. 판매가 전성기 대비 25% 수준으로 줄면서 재기가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에 진출한 군소 브랜드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의 부진과는 달리 인도나 새로 진출한 동남아 시장에서는 훈풍이 불고있다. 지난해 인도에서 55만2511대를 판매해 14.5%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지난달까지 34만6711대를 팔며 14.6%의 점유율로 2위를 지키고 있다.


동남아 최대 시장인 베트남에선 현대차·기아 합산 점유율이 31.1%를 기록하며 현지 1위 자리를 지켰다. 베트남자동차제조업협회와 현지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11월 베트남에서 총 13만1329대를 판매했다. 전년보다 30% 늘어났다.

인도나 동남아의 경우 중국보다는 작은 시장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게 매력이다.세계의 제조공장이 중국에서 인도나 동남아로 이동한 반사 효과로 구매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정치외교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인 만큼 현대기아가 시장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중국 내 생산시설을 더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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