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의 고백, 연예인은 당해도 되나 [하재근의 이슈분석]
최근 정형돈이 방송에서 놀라운 고백을 했다. 아직까지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는 과거 ‘무한도전’으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당시 갑자기 불안장애를 호소하며 하차해 충격을 안겼었다.
그후 다시 컴백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장애 문제는 해결됐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불안장애를 안고 산 세월이 20년째라고 한다.
이번에 정형돈은 자신을 알아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거 정형돈이 약속 시간에 늦어 뛰어가고 있었는데 한 시민이 ‘정형돈이다’라고 하더니 정형돈의 후드티를 잡아당겨 그가 뒤로 넘어졌다고 한다. 또 어느 결혼식에 정형돈이 돌도 안 지난 아기를 안고 참석했었는데 한 여성이 ‘어머 형돈 씨 애’라고 하면서 아이를 뺏어 갔다고 한다. 사람들의 이런 행동이 정형돈의 불안장애를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엔 비행기를 탄 노홍철에게 어떤 사람이 "연예인 아니세요?"라며 말을 걸더니, 자신이 배우자와 떨어졌다며 노홍철에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했다고 한다. 노홍철이 흔쾌히 자리를 바꿔주고 보니 원래 자신의 좌석보다 조금 좁은 곳이었다고 한다.
그 사람과 노홍철 사이에 정확히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애초에 “연예인 아니세요?”라며 접근해온 사람에게 연예인이 정상적인 응대를 할 수가 없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대의 요청에 최대한 응해주면서 상대의 페이스에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웃으면서 흔쾌히 모르는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지만 그때마다 속에 뭔가가 쌓인다.
불시에 알아보고, 상대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와 상관없이 말을 걸고, 다양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연예인들은 항상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심지어 정형돈은 본인이 다칠 위기에 아이 안전까지 걱정되는 상황을 당했었다는 것이다.
정형돈은 과거에 “그냥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이유 없이 찌를 것 같다”면서 불안을 호소하기도 했다. ‘무한도전’ 초기에 사람들은 정형돈을 맹렬히 비난했다. 안 웃긴다는 이유였다. 어느 순간 정형돈이 ‘미존개오’(미친존재감 개화동 오렌지)로 주목 받은 이후 신흥 웃음 강자 캐릭터로 우뚝 섰다. 사람들은 정형돈을 4대천왕이라고 하는 등 떠받들었다. 이렇게 과열된 분위기가 그를 더욱 불안하게 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를 칭송하자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강박이 커졌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대중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지 않으면 대중이 한순간에 등을 돌려 그를 공격할 거라고 느꼈을 것이다. 당시 ‘무한도전’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살벌’했다. 찬사도 뜨거웠지만 실망을 준 멤버들에 대한 증오가 찬사 이상으로 격렬했다.
정형돈은 결국 ‘무한도전’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정확히는 안 돌아온 게 아니라 못 왔을 것이다. ‘무한도전’ 컴백은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는 대중의 도마 위에 다시 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형돈이 ‘무한도전’에 컴백하지 않자 당시 일부 대중은 그를 공격했다. 심지어 불안장애까지 의심하며 ‘무한도전’에서 빠지기 위해 거짓말한 것 아니냐고 했다. 결국 정형돈이 걱정했던 대로 한때 그를 칭송했던 누리꾼 여론이, 그가 자신들의 기대대로 행동하지 않자 즉시 돌변해 그를 찌르는 칼끝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장애가 치료되긴 힘들었던 것 같다.
많은 연예인들이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수면장애 등 정신적 고통을 안고 산다. 거기엔 대중의 악플, 따가운 시선, 사생활 침해 등에 공포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많은 이들은 연예인에게 분노 감정을 배설한다든가 사생활을 파고든다. 사실 확인도 없이 루머를 소비하기도 한다.
연예인을 사람이 아닌 샌드백이나 인형처럼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람에겐 못할 행동이나 말도 연예인에겐 별생각 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순간에 대중은 소시오패스 같은 면모를 보인다. 이런 구조에선 연예인의 정신건강이 계속 피폐해질 것이다. 연예인도 우리와 똑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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