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호, 한국 여자배구 '저력' 보여줄까
[양형석 기자]
지난 4월 8일 V리그 2024-2025 시즌 여자부가 배구팬들의 많은 관심 속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5번째 챔프전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2024-2025 시즌은 정규리그 시청률 1.22%, 포스트시즌 시청률 1.73%를 기록하며 통합 평균 시청률 1.25로 2023-2024 시즌 대비 0.03% 상승했다. 관중 수 역시 총34만1057명으로 남자부의 25만7159명을 압도하며 여자 배구의 높은 인기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시즌을 끝낸 후 FA시장과 아시아쿼터 및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까지 마친 여자배구는 6월부터 2025 국제배구연맹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한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오는 5일(이하 한국시각)부터 브라질 라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1주차 일정을 시작으로 튀르키예 이스탄불과 일본 치바현을 돌며 세계 각지의 배구 강국 12개 팀과 격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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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랄레스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올해 VNL에서 세대교체와 대회 잔류 2가지 목표 달성을 노린다. |
| ⓒ 대한배구협회 |
한국 여자배구는 세계적인 아웃사이드히터 김연경이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시절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실제로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이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대회 MVP에 선정됐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세르비아와 브라질,이탈리아 같은 배구 강국들을 차례로 꺾고 36년 만에 4강에 진출했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다시 4강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김연경을 비롯해 미들블로커 콤비김수지(흥국생명)와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 주축 선수 3명이 나란히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여기에 도쿄 올림픽 4강 진출을 이끌었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폴란드 감독)마저 한국을 떠났다. 한국은 라바리니 감독의 후임으로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을 선임했지만 에르난데스 감독은 한국 여자배구의 몰락을 막지 못했다.
한국은 김연경과 김수지,양효진의 대표팀 은퇴 이후 대표팀의 새로운 기둥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김희진(현대건설)이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대표팀에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김연경과 함께 대표팀의 왼쪽을 책임졌던 '클러치박'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역시 김연경도 없고 김희진도 없는 대표팀에서 '에이스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고 세터와 리베로의 세대 교체가 늦은 것도 문제였다.
결국 한국은 에르난데스 감독의 첫 국제 대회였던 2022 VNL 대회 12경기에서 단 3세트를 따내는데 그치며 12전 전패, 승률 0점이라는 치욕적인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한국은 이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조별리그 4경기 연속 0-3 패배를 당한 후 마지막 경기에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간신히 1승을 따냈다. 최근 3번의 올림픽에서 두 번이나 4강에 올랐던 팀이라곤 믿기 힘든 초라한 경기력이었다.
한국은 2023년 VNL에서도 똑같이 12경기에서 단 세 세트를 따내며 2년 연속 전패 및 승률 0점이라는 부끄러운 결과를 받았다. 한국은 이어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베트남에게 덜미를 잡히며 8강에서 탈락했고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17년 만에 노메달에 그쳤다. 결국 에르난데스 감독은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남긴 감독이라는 오명 끝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경질됐다.
최소 2승으로 VNL 잔류 목표
작년 3월 모랄레스 감독이 부임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2024 VNL 대회에서도 시작과 함께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VNL 30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작년 5월 30일 태국을 세트스코어 3-1로 꺾으며 VNL 30연패의 긴 늪에서 탈출했다. 한국은 태국전 승리 후 다시 5연패에 빠졌지만 작년 6월 13일 프랑스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내며 2승10패로 16개 참가국 중 15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V리그가 끝나고 지난 4월 15일 진천 선수촌에 소집돼 2025 VNL을 위한 담금질을 시작했다. 특히 챔프전에 출전했던 이고은과 정윤주, 문지윤(이상 흥국생명), 정호영, 이선우(이상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등은 시즌이 끝나고 일주일도 채 쉬지 못하고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모랄레스 감독과 대표팀의 현실적인 목표는 2승 이상을 따내 내년에도 VNL 무대에 잔류하는 것이다.
올해 대표팀에는 한다혜 리베로(페퍼저축은행)와 이고은 세터를 제외하면 30대 선수가 없다. 아직 만으로 20세가 채 되지 않은 김세빈과 김다은 세터(이상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대표팀에 선발된 반면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10년 넘게 대표팀의 터줏대감으로 활약한 박정아는 이번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한국 여자배구의 세대교체를 위한 모랄레스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젊은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지만 결국 이번 VNL 대회에서도 20대 중·후반의 중견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축 역할을 해줘야 한다. 특히 김다인 세터(현대건설)를 비롯한 대표팀의 세터 3명이 이다현(흥국생명)과 정호영(정관장), 이주아(IBK기업은행 알토스) 등 미들블로커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피로골절 부상을 당한 아웃사이드히터 정지윤(현대건설)은 1주차 출전이 힘들다.
이번 VNL은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경쟁력과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다가올 2025-2026 시즌 V리그의 흥행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대회가 될 전망이다. 여자부 흥행에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김연경이 은퇴한 후 후배 선수들이 국제 대회 선전을 통해 한국 여자배구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그동안 여자 배구에 쏟아졌던 배구팬들의 성원과 관심도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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