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도 할 수 있어요" 日 연예계 뒤집은 95년생 '정치 아이돌' [일본人사이드]
정치 관심 낮은 日…"연예인도 정치 이야기 할 수 있어야"
K팝 성장세로 많이 밀려났지만, 일본은 그룹 AKB48 등 아이돌 문화를 만든 원조국으로 꼽히죠. 이런 아이돌 원조국에서 이번에는 '정치 아이돌'까지 등장했습니다.
아이돌이 노래와 춤으로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본인도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아이돌처럼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인데요. 일본 총선이 막이 오른 상황이라 요즘 더욱 언론에 자주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일본이 시민들의 정치 참여도가 굉장히 낮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정치 아이돌이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번주는 일본 정치 아이돌, 마치다 아야카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마치다씨는 1995년생으로 지바현 출신입니다. 고등학생 때 선거 연령 하향 실현을 목표로 하는 학생 단체에 참가하기도 하고, 여자 고교생 미래 회의 발기인을 맡기도 하는 등 어릴 적부터 활발하게 참여하죠. 게이오대 법학부를 나온 수재입니다.
마치다씨는 중학생 때부터 선거에 나갔다고 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스쿨버스 시간표를 명시하겠다'를 공약 중 하나로 내걸고 학생회 임원 선거에 입후보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는 본격적으로 활동에 뛰어들게 됩니다. 원래 남중·남고였던 학교가 남녀공학으로 바뀌면서 입학하게 됐는데, 여전히 구시대적인 규칙들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학교 창립 이래 첫 여성 회장으로 당선돼 활동했다고 합니다. 옛날부터 과제를 찾아 해결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런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데요.
'정치 아이돌'이 돼야겠다고 다짐한 것은 성인이 됐을 때라고 합니다. 20살에 출판사 고단샤가 주최하는 '미스iD'라는 아이돌 오디션을 보게 된 것인데요. 이곳에서는 '새로운 시대의 다양한 여자아이들의 롤모델을 발굴하자'라는 취지로 오디션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내일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누군가의 아이돌'이라는 모토를 내건 오디션인데요. 마치다씨는 여기서 '정치'를 특기 분야로 어필하게 됩니다.
일상 속에서 정치를 말할 수 있도록, 자신을 비롯해 또래들이 정치나 사회 문제에 흥미를 가져 줬으면 한다고 생각해 참여했다는데요. 이후 전형위원 개인상을 받아 수상에 성공합니다. 이를 통해 '정치'와 '엔터테인먼트'를 더하면 많은 사람에게 흥미를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치 아이돌'이라는 직함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는데요. 그는 "정치에 아이돌을 붙이는 것에 대해 기묘함이나 재미가 마음에 든다"고 강조했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채용자를 상대로 벌어지는 갑질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광고회사 면접을 봤는데 '다카하시 마쓰리씨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면접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카하시씨는 일본 유명 광고회사에서 근무 중 장시간 노동과 위계에 의한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 노동자입니다. 광고회사 구직자에게 이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여하튼 이런 뜻으로 춤을 추고 노래하지는 않지만, 각종 무대와 세미나에서 본인의 생각을 전하는 '정치 아이돌'로 활동하게 됐는데요. 최근에는 일본 총선을 앞두고 각종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침없이 후보에 대한 평가도 이야기하는데요. 얼마 전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에 이시바 시게루 당시 전 자민당 간사장과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결선에 올라간 것에 대해 "두 쪽 다 지지하기 어려운 후보였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유를 묻자 "이시바는 인터넷 세계에서는 당내 좌익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원래 국방을 내세우는 보수 정치인"이라며 "반면 다카이치는 남성적인 주장의 소유자로, 선택적 부부 별성제도(결혼 후 배우자가 한쪽 배우자의 성을 따르는 제도)나 외국 인재의 수용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기준에서는 '이 정도 말하는 것 가지고 왜 대단해?'라는 생각이 크겠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정치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나라입니다. 인터뷰 마무리에는 "정치인들에게 총리만 바꾸면 다 됐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중의원 선거에 꼭 투표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는데요.
또 연예인이 정치적 발언을 삼가는 일본 연예계 특성도 '정치 아이돌'이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는 "일본의 연예인들은 정치적 스탠스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며 "2016년경 미국 대선 때 테일러 스위프트 씨라든지 국민적 아티스트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며 공연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는데요. '정치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는 아이돌'로 시작하면 누구나 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하네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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