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식 먼 발치로 본 시민들 "대통령 첫 참석 놀랍다"

전선정 2026. 4. 1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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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통령 반긴 유가족... 자녀 데리고 온 시민도 "현명한 결정, 안전 더 중시하는 분위기 될 것"

[전선정 기자]

 4.16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이 16일 오후 3시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렸다. 이날 기억식에 입장하지 못한 시민 50여명도 낮은 담벼락 너머로 기억식을 지켜보고 있다.
ⓒ 전선정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은 12년 기다려온 저희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이고, 국민에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가가 끝까지 지켜준다는 믿음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밝히지 못한 진상 규명을 완수하고, 304명을 죽게 한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 고 김수진양 아버지 김종기씨

"아프고 가혹"하지만, "더 안전한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4월이 돌아왔다.

"아직 과제가 남아있"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라는 대통령, "남 일 같지 않다"라는 시민들이 4.16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이 열리는 16일 오후 3시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모였다. 이날 기억식에 입장하지 못한 시민 50여 명도 낮은 담벼락 너머로 기억식을 지켜봤다.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노란색 리본을 하나씩 단 시민들이 모였다. 애도의 의미로 검은색 정장을 착용하고 온 시민도 눈에 띄었다. 어린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도 있었다.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한 시민은 오후 4시 16분, 1분간 추모 사이렌과 함께 진행되는 묵념이 끝난 뒤, 나지막이 "1분도 이렇게 긴데, 대통령이 부재했던 7시간은 구조하고도 남을 수 있었던 시간"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 힘겹게 "남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인 한 남성은 기억식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덩그러니 서 있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현직 대통령으로는 역대 처음으로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참석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세월호 참사 기억식' 참석한 첫 대통령의 약속 "믿고 의지할 나라 만들 것" https://omn.kr/2htcj)

"세 번 정권 바뀌고 나서야 처음으로 대통령 참석...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이행해달라"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추모 사이렌에 맞춰 묵념하고 있다. 2026.4.16
ⓒ 연합뉴스

이날 기억식에서 고 김수진양의 아버지 김종기(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씨는 "세월호 참사로부터 12년이 된 지금까지도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라며 "국정원·군 등 당시 자료를 가지고 있는 정부 기관들의 비협조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가로막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염원을 짓밟았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 기관의 최고 지휘 책임자이신 대통령님께서 가지고 있는 모든 자료를 제공하라고 확실하게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고 책임자로서 304명이 억울하게 죽어야 했던 이유를 낱낱이 밝히고, 다하지 못한 진상 규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을 지금이라도 이행해 주십시오"라며 "그래서 대한민국이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강조했다.

더해 "전국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생명과 안전의 중요함을 성찰하고, 기억하고 행동하는 시민의 소통 공간으로 잘 존치되도록 하는 것과 전국에 흩어진 우리 아이들을 더 늦지 않게 4.16생명안전공원으로 데려와야 하는 것이 아직 남은 과제"라며 "이번 국민주권정부에 바라는 건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적 참사에서도 마찬가지로, 피해자와 시민이 나서서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기 전에, 피해자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목소리 높여 말했다.

박승렬 4.16재단 이사장도 "그날의 진실을 온전히 알지 못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국가가 구조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참사 당일의 대통령 기록물을 비롯한 정부 기관과 국가의 기록물은 아직 온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빛의 혁명을 통해 세워진 국민주권정부는 생명·안전을 국정과제로 천명했다"라며 "나아가 진실 규명과 온전한 책임, 추모와 회복을 이끌어주시겠다고 다짐하니 너무나 다행스럽고 고맙다. 이제부터 그 다짐과 약속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요청했다.

"기억하는 일, 때로는 아프지만 반드시 필요"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단원고 2학년 김하늘 학생이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2026.4.16
ⓒ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띠동갑인 김하늘(단원고 2학년 재학) 학생은 "같은 띠동갑이자 같은 소띠로 비슷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실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더 깊은 인연처럼 느껴진다"라며 "특히 4월이 되면 계절이 바뀌고, 공기가 달라지듯 저희의 마음도 달라진다. 평소와 다른 하루를 보내다가도 문득 선배님들을 떠올리게 된다"라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편지 낭독을 시작했다.

그는 "그날을 단순한 과거로 넘겨버리지 않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억하려 노력하고 있다. 기억하는 일은 때로는 아프지만 동시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잊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기억에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약속이다.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저희는 더 안전한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더해 "그래서 저희는 계속해서 기억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계속 이야기해야 하고, 누군가는 계속 불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래야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저도 자식 있는 아버지... 이유가 있겠습니까"

 4.16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이 16일 오후 3시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렸다. 이날 한 어머니가 9살 아들과 함께 낮은 담벼락 너머로 기억식을 지켜보고 있다.
ⓒ 전선정

이날은 유독 어린아이들과 함께 기억식에 참석한 시민이 눈에 띄었다. 안산에 22년째 거주 중인 정아무개(남성·60)씨는 "항상 오고 있다. 안산 시민이고 저도 자식 있는 아버지고, (참석에 특별한) 이유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정씨는 "이번에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기억식이 더 중요한 행사로 부상하고, 안전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이 될 거라고 기대한다"라며 "참사는 특히 유가족에게 크나큰 상처가 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 안전에 대한 부분을 (국가가) 부각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9살 아이의 하교 후, 함께 기억식에 참석했다는 40대 초반 A(여성)씨는 "세월호 참사는 아이들이 희생된 참사, 우리 아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기억식을 보여주고 설명해 주고 싶어 아이와 함께 왔다"라고 말했다. A씨는 "이제 집에서 가서 다시 설명해 주고, (세월호 참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면 아이가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대통령이 온 건 현명한 결정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안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안전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녀들과 함께 기억식에 온 최아무개(남성·47)씨도 "참사 직후부터 기억식에 참석했다"라며 "내가 부모다 보니,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더라. 유명을 달리했던 그 친구들과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천에 거주한다는 최아무개(남성·52)씨도 "회사에서 반차를 쓰고 왔다. 2014년 때부터 자녀들과 함께 단원고에도 가고, 그때부터 매년 기억식에 참석하고 있다"라며 "큰 아이는 대학을 다니고, 둘째는 '고3'이라 남 일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런 참사는 이제 두 번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고, 이번에 또 대통령님께서 직접 참석해 힘을 보태주셨으니 숨겨져 있던 것들도 오픈되고, 정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누군지 명명백백 밝혀지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강아무개(31·여성)씨도 "빨리 진상 규명이 되면 좋겠다. 유족들 한이 다 풀렸으면 좋겠다"라며 "다들 자기 가족 일이라고 생각하고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이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도 "세월호 참사 추모대회를 볼 때, 항상 마음을 보태고 싶었다고 생각해서 이번에 처음으로 참석하게 됐다"라며 "답답하고 슬픈 마음을 참사 피해자분들이 많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 노란 리본을 달고 왔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기억식에 처음으로 참석한 대통령이라는 점이 놀랍다"라며 "그동안 안 왔던 대통령들에게 '왜 안 오셨을까?'라고 묻고 싶다. 오셔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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