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무주신문 이진경]
전북 무주를 비롯해 진안·장수는 물론 충북 영동·충남 금산·경남 거창·함양군까지 영향을 미칠 '345kV 신장수~무주영동PPS/Y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7개 지역에 뜨거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직 전북 무주 지역에선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일부 지역에선 벌써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다.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는 지난해 국가 에너지 안보의 확립을 위한 안정적인 전력계통의 구축을 목표로 하는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기후위기 등 미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전력망 구축' 계획도 담겼다.
정부와 한전은 호남지역의 경우 약 1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상업운전 중에 있으며, 이미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32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호남지역 계통에 추가 연계될 예정으로 지역 내 전력수요 대비 발전력 과다가 전망되는 바, 서해·호남지역의 잉여 발전력을 에너지가 부족한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해 지역 간 대규모 송전선로 추진 계획을 세웠다.
산업통산자원부의 '호남지역 주요 전력망 보강 계획'을 보면, 정부와 한전은 345kV 5개 루트 및 서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직접 수송하는 HVDC 방식 2개 루트 선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 신장수-무주영동 송전선로 위치도. |
ⓒ 무주신문 |
전북 무주 지역에선 6개 읍·면 전 지역이 사업 예정지에 속한다. 즉, 345kV의 고압 전류가 송전선로를 통해 무주 6개 읍·면 모두를 관통한다는 말이다. 준공 목표는 2031년 12월이다. 이와 별개로, 또 다른 경로인 '345kV 남서권-신계룡 송전선로 건설사업' 대상 예정지에도 무주 지역의 부남면 일부 구간이 포함돼 있다.
해당 지역민도 모르고 있던 이같은 한전의 계획은, 도내 다른 경로인 '신정읍~신계룡 345kV 송전선로 건설' 사업과 관련한 반대 여론으로 말미암아 알려지게 됐다. 정읍과 김제·완주·진안·임실 등 5개 사업 예정지 시군 주민들은 지역 내 환경 및 시민단체와 연합,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와 한전이 해당 지역에 충분한 설명과 의견 수렴 없이 일부 지역 이익을 위해 설치하고 있다'고 반발, '주민 합의 없는 선로 건설 계획은 무효'라며 송전선로 건설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 지난 5일 전북도의회 의원총회의실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송전선로 신설 어떻게 볼 것인가?' 포럼. |
ⓒ 전북환경운동연합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최근 도내에서 발생한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는 산자부가 내세운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는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전략시스템 구축 원칙에도 반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된 마당에 분산형 에너지의 중심인 풍력발전 재생에너지 전기마저 수도권 송전 대열에 합류시켜서 청정지역 농산촌에 철탑을 박는 것은 상상치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정현 대표는 "이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며 "삼성반도체공장과 같은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이 필요한 첨단 기업이 지역으로 내려오면 된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활용해 새만금 산단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하고 한전을 거치지 않고도 전력을 팔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 2014년 1월 전남 여수 봉두마을에서 마을주민들이 마을을 관통하는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아래에서 형광등 실험을 진행했다. 전선 연결 없이 불이 들어왔다. |
ⓒ 황주찬 |
이명진 진안군의원은 "신정읍-신계룡뿐 아니라 신장수-무주·영동, 신임실-신계룡 건설사업 등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도 금번 사업계획에 대해 전혀 보고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안 주민들은 "초고압 송전선로가 관통하는 지역은 환경문제 발생은 물론 송전선로 설치로 인한 주민의 건강상·재산상 피해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달리, 무주 지역 사회 반응은 잠잠하다. 송전선로 건설 계획이 지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까닭이다. 한전이 추진하는 경기 하남시, 충남 당진시, 전남 장성군 등 송전선로 건설 사업 대상지마다 번번이 반대 여론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산자부와 한전은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재산권 행사 제약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지원금 규모를 인상키로 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주민 및 지자체의 반대에 직면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사실 초고압이라고는 하지만 '345kV'의 전자파가 인근 주민의 실생활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지 딱히 실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자파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학계에선 송전탑 아래 발생하는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를 놓고 여전히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지난 7월 무주군의회 임시회 모습. |
ⓒ 무주군의회 |
군과 의회는 아직 별다른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무주군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이고 사업 취지에 대해선 이해하지만, 우리 지역에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부분에 있어선 호의적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무주군 산업경제과 에너지팀 관계자는 "지역민들이 싫어하고 반대한다면 행정에서도 찬성할 이유가 없다. 행정은 주민 편에 서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최근 한전 측을 만나 본 바, 6개 읍·면을 돌면서 지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무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